거세지는 중국 내 ‘반일감정’…중국 1위 J-뷰티 ‘조마조마’
올해 실적 회복세에 유커 귀환까지…하반기 전망도 ‘맑음’

서울 성수동 '멜로워 성수 더 플래그쉽'에서 'K-뷰티 팝업 스토어'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중국 내 ‘No Japan’(일본 제품 불매운동)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화장품업계가 반사이익을 가져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일본산 자동차, 화장품 등 ‘불매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반일감정이 거세지면서 본격적인 ‘일본 거리두기’가 시작된 것이다.

일본 화장품은 2019년부터 중국 시장서 화장품 수입액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7년과 2018년 1위를 기록했으나 일본이 1위로 치고 올라온 2019년부터는 일본과 프랑스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중국 내 ‘노 재팬’이 이어져 일본 화장품 수요가 끊어진다면 이는 고스란히 K-뷰티로 넘어올 공산이 크다. 2위 프랑스가 버티고 있지만 프랑스가 2위로 올라선 것은 한국 화장품 수요가 일본 화장품으로 넘어간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평가다.

여기에 K-뷰티는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았는데,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로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내세우면서 중국 수요가 크게 줄은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가 일본 화장품을 멀리할 경우 자연스럽게 익숙한 한국 화장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화장품을 선택하는 데에는 피부, 화장법 등 고려사항이 굉장히 많다. 한국 화장품이 과거 2년간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에 적응했다는 증거”리고 분석했다.

‘불매 운동’ 대상으로 지목된 일본산 화장품 브랜드 목록. ⓒ바이두]
‘불매 운동’ 대상으로 지목된 일본산 화장품 브랜드 목록. ⓒ바이두]

◇ 중국 내 반일감정 불 지핀 ‘오염수’

중국 내 반일감정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는 배경은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소셜미디어에 일본 화장품 등 제품 브랜드 목록을 공유하면서 오염수 방류로 인한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해당 불매 리스트에는 SK-II, DHC, 아넷사 등 주요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이 적혀 있다.

실제로 한 중국신문사의 SNS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93%가 일본 화장품을 쓰지 않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24일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하게 비판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더해 이날부터 나흘 동안 도쿄 전력은 6000건 이상, 일본 전국 경찰서에는 220여 건의 중국발 항의 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공공기관 뿐 아니라 일반 영업점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일본 화장품 소비가 끊어지는 것은 기정사실로 전망된다. 이 경우 일본 화장품 수요가 K-뷰티로 이어져 과거 해외를 달궜던 ‘한류 돌풍’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뷰티 성행에는 한류 열풍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드라마와 K-팝 등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한국 연예인들의 화장법에 관심이 쏠린 것. 한국 화장품의 기술력, 저렴한 가격, 독자적인 콘셉트 등이 호평받았다.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 감소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K-뷰티와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했다. 2017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국산품 애용을 뜻하는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열풍이 불고 면세점을 오가며 중국에 한국 화장품을 판매해온 다이궁(代工·보따리 장수)이 위축된 탓도 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화장품 로드샵에서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 명동거리에 위치한 한 화장품 로드샵에서 고객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중국 시장 업은 K-뷰티, 향후 전망은

우선 중국 내 ‘노 재팬’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K-뷰티의 향후 전망은 밝다. 올해 들어 K뷰티 실적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올 2분기 라네즈의 선전에 힘입어 중국 매출이 20% 이상 성장했다. 애경산업도 중국에서 동영상 기반 플랫폼 채널 성장과 포스트 코로나 영향에 매출 회복세를 보였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 가는 중국인 단체여행 금수조치를 전격 해제함에 따라 6년 5개월 만에 돌아온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역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오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 중국의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가 이어지는 만큼 한국에 들어오는 유커가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화장품업계는 이에 발맞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어 홍보물을 재정비하고 단체 관광객이 주로 찾는 면세점과 명동·홍대 등 주요 상권에서 상품 소개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LG생활건강은 매장 환경을 개선함과 동시에 중국어 안내 책자를 준비하고 중국어 가능 판매 상담원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에서 ‘노 재팬’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해서 K-뷰티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현재로선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 내에서 득을 보는 구조인지까지는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사이익 효과를 본다고 해도 이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중국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효능·효과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 출시는 물론 마케팅 활동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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