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단체관광객 속속 귀환…최근 신라‧신세계‧롯데면세점 방문
유커 맞을 인프라 정비는 ‘아직’…본격 귀환 시기는 ‘9말10초’ 전망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입국한 중국인 여행객들이 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입국한 중국인 여행객들이 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중국정부의 한국행 단체관광 허용에 따라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속속 귀환하고 있다. 과거 유커가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국내 관광업계 및 면세점 등 수요산업계에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직 항공과 숙박, 식당 등 유커를 맞이할 인프라가 회복되지 않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국경절과 중추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기점으로 유커 귀환이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중국인 단체여행객 31명이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을 방문했다. 이에 앞선 지난 23일에는 중국 여객선을 타고 온 단체관광객 400명이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쇼핑을 즐겼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국내 면세점에 방문한 것은 2017년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약 6년 5개월만이다. 업계에선 올해 중국인 입국자 수가 2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 ⓒ뉴시스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 ⓒ뉴시스

◇ 손꼽아 기다린 면세점 업계 ‘환대’

중국은 지난 2017년 3월 한국행 단체비자 발급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면서다. 이에 따른 보복조치로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내세운 것이다.

주로 단체관광을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 특성상 국내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연간 800만 명 이상 한국을 찾았던 중국인 관광객은 당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후 2019년 중국 정부가 비자 발급을 재개했으나 이번엔 코로나19가 들이닥쳤다. 결국 단체비자 발급이 2020년부터 다시 중단됐다. 코로나19 회복 후 엔데믹 전환에도 중국 정부가 개인 관광만 허용하면서 사실상 중국인 관광객은 이대로 끊어지는 듯 보였다.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은 약 7만339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9.1%에 불과한 수준이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이 주를 이뤘던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치다.

이 과정에서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국내 면세점 ‘빅3’도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8년 매출이 24조9000억 원이었던 데 비해 지난해 매출액은 28% 줄어든 17조8000억 원이었다.

이처럼 ‘큰 손 관광객’인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 면세점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단체관광 비자 발급 허용 방침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늘어난다면 국내 면세점업계의 매출도 예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국내 면세점업계는 약 6년 5개월 만에 귀환한 유커를 두 팔 벌려 환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해외 사무소와 연계해 사전에 상품을 제작하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중국인 단체관광객 방한을 계기로 중국 노선 회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신라면세점도 통역 전담 인력을 투입하고 중국인 선호 브랜드를 확대했다. 또 중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알리페이 즉시할인 프로모션과 택시 이용시 교통비 지원 등 혜택을 준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다음 달 15일부터 한 달간 알리페이, 유니온페이 등 중국전용 간편 결제 수단 사용 시 즉시 5% 할인 혜택을 줄 방침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최신 트렌드에 맞춰 화장품, 패션 브랜드를 개편하고 중국 대표적인 결제 플랫폼인 위챗페이와의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 업계 희비 관건은 인프라 회복 시기

다만 문제는 인프라다. 6년 만에 돌아온 유커를 맞을 각종 인프라는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동남아 및 일본 노선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평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국을 오가는 항공 노선의 회복률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약 60% 정도로 더딘 실정이다.

대규모 관광객을 수용할 숙소, 식당 등도 부족하다. 여기에 관광객들을 이용할 대형 관광버스 운전기사, 주로는 중국동포(조선족)가 맡아오던 가이드 등 인력풀을 다시 구하는 데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중소여행사들은 물론 대형식당 등 단체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대부분 운영을 중단하거나 폐업한 상태다. 유커 입장에선 모처럼 한국에 방문했으나 비행기 가격은 비싼 데다 면세점 쇼핑을 제외하면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셈이다.

시내 면세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내 면세점 특성상 외국인 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데, 일부 비어 있거나 준비 중인 매장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입점 브랜드 중 절반이 빠져나간 데다 직원들이 그만둔 경우가 많아서다.

한중 관계와 중국 경기 침체 등 변수가 여전한 만큼 중국인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9말10초 안에 인프라가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따라 업계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기준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46.2%에 그쳤지만 올해 안에 85%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로써는 하루 빨리 인프라를 모두 재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