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매출 전년 比 23% 하락…영업이익률 3.2%
수차례 가격 인상에도 매출 ‘뚝’…폭발한 소비자 인내심

서울 시내의 한 교촌치킨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교촌치킨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이 지난 2분기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수차례 제품 가격을 올렸음에도 매출은 떨어졌다. 업계에선 ‘최악’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예견된 역풍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의 지난 2분기 매출은 10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3억 원으로 200% 이상 늘었지만 부진했던 작년 2분기 영업이익(9억 원)과 견준 기저효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률은 3.2%에 머물렀다.

교촌치킨 매출이 1100억 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0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이 100억 원 이상 감소한 것 역시 처음 있는 사례다. 코로나19 특수로 배달 시장 호황 효과를 누렸던 성장분을 모두 반납한 셈이 됐다.

업계에선 선제 가격 인상으로 치킨업계 ‘가격 인상 릴레이’ 바람을 불러일으킨 교촌치킨이 최근 또다시 앞장서서 가격을 올리자 본격적인 고객 이탈이 일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교촌치킨의 가격 인상폭은 3000원으로 컸다. 인상률로 보면 무려 19%다.

업계 관계자는 “교촌치킨은 소비자들이 고물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와중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끊임없이 눈초리를 받아 왔다”며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던 소비자들도 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느껴 발길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교촌치킨의 모습. ⓒ뉴시스
서울시내 교촌치킨의 모습. ⓒ뉴시스

◇ ‘치킨 3만원 시대’ 포문 연 교촌치킨

교촌치킨은 지난 4월 제품 가격을 품목별로 최소 500원에서 최대 3000원까지 인상한 바 있다. 주요 한 마리 및 부분육 메뉴는 3000원 상향하고 이외 메뉴는 사이즈와 기존 가격대에 따라 500원부터 2500원까지 올렸다. 교촌치킨이 가격을 올린 것은 1000~2000원 인상한 지난 2021년 11월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이었다.

교촌치킨은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당시 가맹점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선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차료, 인건비, 각종 수수료 등 운영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데다 원자재 가격까지 올라 가맹점 영업환경 개선이 필요했다는 이유다.

특히 교촌치킨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유일하게 한 자릿수 이익률(6%)을 기록하는 등 치킨업체 ‘빅3’(교촌‧BHC‧BBQ) 중 가맹본사 영업이익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 여론은 싸늘했다. 교촌치킨의 가격 조정이 소비자들에 운영비용을 전가하는 행보라는 것. 특히 ‘치느님(치킨+하느님)’, ‘서민 음식’, ‘국민 간식’ 등으로 친근하게 불리는 치킨이 3만 원대로 가격이 뛴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 구조를 바꿀 생각은 안하고 가맹점 수익을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린다는 논리”라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 하지 말고 가맹 본부가 조금 덜 가져가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선 교촌치킨의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치킨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릴레이라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1월 교촌치킨이 가격을 평균 8.1% 인상하자 BHC도 한 달 뒤 가격을 1000~2000원 올린 바 있다. BBQ는 지난해 모든 제품 가격을 2000원 인상했다.

소비자들 우려는 곧 현실로 이어졌다. 교촌치킨이 가격 인상 신호탄을 쏘자 네네치킨, 처갓집양념치킨, 페리카나치킨 등 눈치보고 있던 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도 덩달아 배달앱 내 일부 치킨 가격을 올린 것. 결국 교촌치킨은 치킨업계 ‘가격 인상 리더’라는 불명예를 썼다.

bhc치킨 최신 히트작 '마법클'. ⓒbhc그룹
bhc치킨 최신 히트작 '마법클'. ⓒbhc그룹

◇ 10여 년 만에 빼앗긴 ‘업계 1위’ 자리

지난해 교촌치킨은 10여 년간 지켜온 ‘치킨업계 1위’ 자리를 bhc에 내줬다. 최근 2년간 이렇다 할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평년 수준을 유지한 교촌치킨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bhc에 추월을 허락한 것이다.

교촌치킨은 지난 2020년 매출 4358억 원, 2021년 4935억 원을 기록하며 이 기간 각각 4004억 원, 4771억 원을 올린 bhc에 앞섰다. 그러나 지난해 bhc가 5075억 원으로 매출이 뛰어오르면서 4989억 원을 올린 교촌치킨을 제쳤다.

업계에선 bhc가 교촌치킨을 앞지른 배경으로 ‘가격 인상’을 꼽는다. 외식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비싼 치킨’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교촌치킨 대신 비교적 저렴한 치킨으로 시선을 돌린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당분간 교촌치킨의 가격 인하 소식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닭고기 가격이 예년에 비해 크게 올라서다. 닭고기가 매출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올해 증가한 원가 부담도 상당 부분이 비싸진 닭고기 가격 탓이라는 게 교촌치킨 측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정부의 물가 인하 압박에 라면 등 각종 먹거리들이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치킨 가격은 요지부동인 상태다. 대신 교촌치킨은 소비자 물가부담을 경감하고자 자사앱을 통한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다만 교촌치킨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선 bhc는 치킨업계에 가격 인상 릴레이가 한창이던 당시에도 가격을 올린 적이 없다. bhc가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 2021년 12월이 마지막이다. 만약 정부 압박에 교촌치킨이 가격을 내리고, 당시 가격을 동결한 bhc는 가격을 동결 이어가게 될 경우 bhc와 교촌치킨의 격차는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bhc는 매년 2개의 신제품 치킨을 출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2012년 뿌링클의 대성공 이후에도 맛초킹, 골드킹 등 신제품을 ‘TOP5’ 내에 올렸다.

특히 최근 출시한 ‘마법클’은 출시 2주 만에 전체 주문량의 15%를 차지한 데 이어 한 달째에는 누적판매량 50만 개를 기록했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신메뉴를 통해 신규 고객을 유입하겠다는 전략이 통한 것이다. 반면 교촌치킨은 13년 전 출시된 허니콤보가 마지막 히트작이다.

우선 교촌치킨은 신사업‧신시장 개척으로 반등을 꾀하겠다는 각오다. 교촌치킨은 지난 4월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6월 오마카세 콘셉트 매장인 ‘교촌필방’을 오픈했고 이달 초엔 대만 시장에 진출, 1호점을 열었다. 연내 캐나다 진출도 계획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하반기 육계 공급업체들이 공급가를 크게 낮출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원가 부담이 줄어든다면 교촌치킨도 다시 가격을 내릴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만약 교촌치킨이 가격을 인하한다면 떠났던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