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관광 지출액 3조5892억 원…전년 동기 比 1076억 원↓
여윳돈 없는데 물가 올라 '부담'…인파‧가격 안정되는 '늦캉스' 계획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에서 관광객들이 산책로를 걷고 있다. ⓒ뉴시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에서 관광객들이 산책로를 걷고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국내 주요 관광지의 방문자 수와 관광소비가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했다. ‘휴포자’(휴가포기자)가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서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이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치솟은 물가로 인해 소비 여력 자체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늦캉스(늦은 휴가)’를 택하는 이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2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관광 지출액은 3조589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조6968억 원)보다 1076억 원 감소했다. 지난달은 통상 관광 지출이 늘어나는 휴가철이었음에도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특히 지난 4월이나 5월보다 전년 대비 관광 지출액 감소폭이 컸다.

뿐만 아니라 관광 관련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음료 지출은 지난달 1조8826억 원으로 이 역시 지난해(1조9216억 원)보다 줄었다.

방문자 수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방문자 수는 전년 대비 4.7% 줄었고, 관광소비 감소폭은 10.9%에 달했다.

지난해 7월 대비 방문자 수와 관광소비액 감소폭을 보면 ▶전남 여수 -21.8%, -15.4% ▶경남 통영 -13%, -14.9% ▶충남 태안 -10.9%, -6.5% ▶제주시 -28%, -16.7% 등으로 국내 주요 관광지역 모두 방문자가 줄면서 수입이 동반 감소했다.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 올해 ‘휴포족’ 늘어난 까닭

국내 관광 수요가 줄어든 배경에는 해외 관광객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코로나로 출‧입국이 제한되던 때보다 늘었을 뿐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다.

지난 2019년 6월 기준 해외로 나간 내국인 관광객은 약 249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난 6월에는 177만2000명에 그쳤다. 국내든 해외든 여행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달 온라인 조사기관 피앰아이가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올여름 휴가에 대한 기획조사’ 결과를 보면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10명 중 휴가를 가는 인원은 2~3명에 불과한 셈이다.

휴가 계획이 없거나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선택한 응답자(73%)들이 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은 이유로는 ‘비용 부담’이 34.8% 가장 많았다. 실제로 최근 여행 관련 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콘도 이용료는 13.4% 뛰었고 호텔 숙박료는 11.1%, 놀이시설 이용료와 외식 물가는 각각 6.8%와 6.3% 올랐다. 휴가 비용의 주를 이루는 숙박비와 외식비, 관광비가 일제히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전 세계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극한 폭염’도 직장인들이 휴가를 포기하는 데 영향을 줬다. 특히 ‘히트플레이션’(더위+인플레이션)까지 더해지면서 닭고기와 채소류를 중심으로 물가까지 급등했다.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361만7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366만4000원)보다 4만7000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상 소득은 소폭 늘었지만, 물가를 반영하면 1년 전보다 줄었다는 해석이 된다.

가구당 흑자액은 105만9000원으로 지난해(126만2000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통상 휴가철에는 생활비를 사용하고 남는 돈을 휴가비로 활용하는데, 이때 활용할 여윳돈이 충분치 않아졌다는 의미다.

이러한 탓에 지난달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비정규직이고 급여가 낮은 노동자일수록 휴가를 포기하거나 휴가 계획을 유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휴가를 포기하거나 계획을 유보한 응답자(561명) 중 ‘연차 유급 휴가가 없거나 부족해서’라는 이유를 밝힌 응답자가 12.8%였다.

제주시내 한 대형 외국인면세점에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주시내 한 대형 외국인면세점에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꼭 가고 싶다면 차라리 ‘늦캉스’로

아예 휴가를 늦게 떠나는 사람도 많아졌다. 성수기에는 안 그래도 비싸진 물가에 성수기 프리미엄까지 붙어 비용 부담이 더해지는 데다 인파도 몰려 이동 등에 지장에 생겨서다. 이에 비교적 한산하고 가격도 안정되는 9~10월에 휴가를 계획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행사 하나투어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인 지난달 말 대비 징검다리 연휴인 9월 말 추석 연휴와 10월 개천절 기간(9월 28일~10월 3일) 여행 상품 예약률이 약 20% 높았다.

특히 장거리 노선인 유럽 여행 비중이 높았다. 여름휴가 성수기 기간(7월 26일~8월 4일) 해외여행 수요중 유럽 비중은 9.3%였다. 그러나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출발 예정인 해외여행 수요 중 유럽 비중은 12.9% 증가했다.

모두투어에서도 추석연휴 해외여행 판매량이 여름휴가 성수기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추석 연휴 확보한 좌석 소진율도 80~9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 대비 예약 증가율은 무려 2980%에 달한다.

이처럼 ‘늦캉스’를 떠나는 소비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여행업계는 이에 발맞춰 각종 혜택이 포함된 기획전을 내놓고 있다.

모두투어는 여름 시즌 인기 여행지 상품을 모은 ‘늦캉 스페스타’ 기획전을 열고, 노랑풍선도 ‘늦캉스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추석 연휴 기간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로 향하는 직항 전세기를 3회 운영하는 등 항공좌석 공급을 확대해 발칸 및 동유럽 상품을 선보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올해 이례적인 폭염과 고물가 등에 따라 업계에서도 늦캉스를 계획하는 소비자가 많을 것으로 미리 예상하고 대비한 것으로 안다”며 “늦캉스 고객에 더해 중국인 단체 관광객까지 몰릴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한산하고 가격이 안정된 휴가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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