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슈틸리케' 우려…말 바꾸기·책임회피 등 비슷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 뉴시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 뉴시스

민주신문=김다빈 기자|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또다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올해 3월 부임 당시 '한국서 상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최근 '개인 일정 소화 및 해외팀 분석'을 이유로 국내 거주를 회피하는 기조로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17년 불명예스럽게 사임 된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독일 출신 ▲투명하지 않은 감독 선임 과정 ▲지도력 불신 논란 ▲기존 태도 선회 등에서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 부임 당시 "국내 상주"→ 최근 "해외에서 상대 팀 분석해야"

최근 클린스만 감독이 여론의 질타를 받는 이유는 ‘국내 거주’를 차순위로 두는 듯한 발언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후 5개월 중 90여 일을 외국에 머물렀다. 국내에 체류하며 팀을 지휘한 것은 2개월여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달부터는 국내 공식 석상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부임 후 A매치 4경기 무승(2무2패)을 기록하고 있는 클린스만호는 다음 달 8일과 13일 각각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유럽에서 A매치 일정이 예정돼 있다. 

A매치가 코앞인데 클린스만 감독은 여전히 '원격지휘'를 하고 있다. 이를 둔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7~18일 본인이 거주 중인 미국의 자택에서 일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화상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은 오히려 본인의 말 바꾸기를 인정하는 꼴이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과 이달은 대표팀 소집이 없는 기간"이라며 "대한축구협회와 감독 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잡혀있던 일정들을 현재 소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걱정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이런 업무 방식이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이미 약속된 일정들 때문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클럽팀과 대표팀 감독은 다르다"며 "2022 카타르 월드컵 기술위원회에서 세계 축구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공부한 바 있다. 같은 맥락으로 현재 세계 축구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켜보고 경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상대할 팀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있고 상대 주요 선수들은 어떤 활약을 하는지 직접 다니며 분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국내 거주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는 지난 3월 취임 당시 밝힌 계획과 상반된 언행이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팀 감독이기 때문에 한국 상주는 당연하다"라며 "그간 나는 운이 좋게도 이탈리아·프랑스·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운 좋게 한국에서 살 기회가 생겼다. 한국 문화를 경험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에도 충분히 7~8월 일정을 예견할 수 있었고, 본인의 철학에 기반한 국내외 거주 계획도 있었을 것이다. 이에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지도 철학을 바꾼 것은 그의 진실성에 의구심을 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슈틸리케 감독과 평행이론?…색깔 없는 경기력에 책임감까지 부족

현재까지의 행보를 보면 언뜻 슈틸리케 전 감독이 떠오를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과 전설적인 선수 출신인 점부터 투명하지 않았던 선임과정, 현재의 경기력 비판까지 묘하게 닮았다.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 뉴시스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 뉴시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의 전설적인 공격수 출신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1996년 UEFA 유러피언 챔피언십 우승 멤버 등 독일 대표팀의 전성기를 이끈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1995년에는 FIFA 올해의 선수 3위에 올랐고, 같은 해 발롱도르에서는 조지 웨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경력 역시 화려하다. 그는 1980년 유로 우승 멤버이자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준우승 당시 독일 대표팀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세계 최정상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난 1977년부터 1985년까지 8시즌이나 활약했다. 당시 4연속 라리가 최고의 외국인선수상을 수상했으며 3번의 프리메라리가 우승, 1985년 UEFA컵 우승 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두 감독은 선수 시절 평가와 달리 지도자로서 아직까진 기대를 밑돌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08년 코트디부아르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본선에 올려놓은 것이 전무할 정도다.

클린스만 감독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독일 대표팀을 이끌어 3위를 기록했지만, 우승권 전력을 갖고 당시 자국에서 열린 대회란 점에서 우승권 큰 점수를 받진 못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미국팀을 이끌어 16강 진출을 달성했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연패하며 최하위로 떨어지자 해임됐다. 2020년 2월 헤르타 베를린(독일) 감독에 부임한 지 77일에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그 이후로 3년간 대표팀이나 클럽의 감독을 맡은 적은 없다.

두 감독은 대표팀·프로팀을 거치며 전술적으로 ‘무색무취’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매번 선수단 장악에 실패했다는 후일담이 나오는 등 잡음까지 닮았다. 두 감독은 '전술 발전 노력이 부족하다', '지도 철학을 손바닥 뒤집는 듯 한다'는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014년 부임해 2017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2경기를 남기고 경질됐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015년 호주 AFC 아시안컵에서는 준우승 후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러워 해도 된다“며 본인이 아닌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렸다.

하지만 2017년 월드컵 아시아 예선 성적이 좋지 않자 "이란을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란에 비해 한국 선수들의 체격이 약한데, 유소년 단계부터 노력해야 만회할 수 있다"라고 했다.

특히 카타르전 2-3 패배 후에는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졌다"는 발언을 해 여론의 맹비난을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당시 경질 위기와 관련해 "감독은 책임을 지는 자리"라면서도 "자진사퇴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모순된 책임론을 이야기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본인 대신 마이클 김 코치, 차두리 기술 고문 등 국내 코치진에게 국내파 점검을 맡기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감독이 모르는 선수가 대표팀에 뽑히기도 했다. 6월 A매치에 데뷔한 안현범을 두고 클린스만 감독은 "안현범의 경기는 직접 보지 못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11월 21일 중국과의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과 내년 1월 15일부터는 2023 카타르 AFC 아시안컵 1차전 바레인전을 앞두고 있다.

이제 결과를 증명해야 할 때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최근 불성실한 언행들은 영욕의 순간을 안고 퇴진한 슈틸리케 감독의 뒷모습을 떠오르게 하기 충분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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