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부상으로 A매치 기간 이후 복귀 전망…주전 경쟁 ‘적신호’
아시안 컵‧아시안 게임 앞둔 클린스만‧황선홍호도 ‘동반 초비상’

이강인(오른쪽)이 지난 1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로리앙과 개막전 경기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강인(오른쪽)이 지난 1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로리앙과 개막전 경기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여름 프리시즌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또 쓰러졌다. 이번에도 같은 부상이다. 복귀 시기가 9월 중순으로 전망되면서 파리 생제르맹(PSG)은 물론 A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모두에 빨간불이 켜졌다.

PSG는 23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화요일 메디컬 업데이트는 이강인에게 집중된다. 그는 왼쪽 대퇴사두근 부위에 부상을 당했으며 적어도 A매치 휴식기가 끝날 때까지 치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부상 시기는 이강인 스스로에게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은 이강인이 올 여름 PSG로 이적한 후 처음 맞는 시즌이다. 그만큼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

이강인은 시즌 개막 후 리그 3라운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엔리케 PSG 감독의 눈도장에 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현지 언론 등에게 개인적으로는 인상적이었다는 호평을 받았으나 팀적으로 봤을 때 아직까지는 ‘글쎄’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우선 다가오는 랑스전과 리옹전은 결장하게 됐다. 회복 정도에 따라 니스전까지 출전이 불투명할 수 있다. 베스트11과 최상의 전술을 찾고 있는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에게는 뼈아픈 소식인 셈이다.

이강인(왼쪽)이 PSG 구단 시설에서 네이마르(오른쪽)와 치료를 받고 있다. ⓒPSG 인스타그램
이강인(왼쪽)이 PSG 구단 시설에서 네이마르(오른쪽)와 치료를 받고 있다. ⓒPSG 인스타그램

◇ 야속한 ‘타이밍’…주전 경쟁 어쩌나

이강인은 PSG 이적 후 아시아 투어 경기인 전북전과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를 제외하면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특히 시즌 개막 후 리그 2경기에는 모두 선발로 나섰다.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을 플랜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엔리케 감독은 프리시즌 경기서 이강인과 오른쪽 측면 수비수 하키미를 중심으로 전술을 구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전술을 실험하던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투입시킬 땐 하키미도 동시에 투입시키는 등 이강인의 위치에 따라 하키미도 전술적 영향을 받았다.

측면과 중앙을 모두 소화하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좁혀 들어가는 플레이를 선호하는 이강인과 공격가담 능력이 뛰어나고 직선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하키미의 조합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강인을 포함해 신입생이 6명이나 되는 만큼 조직력 부분에서 계속 어긋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파비앙 루이스와의 시너지는 파국에 가까웠다. 주로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이강인이 지난 2라운드 툴루즈전서 왼쪽 윙어로 출전하면서 이 둘의 직접적인 호흡이 처음 성사됐다. 그러나 파비앙과 이강인은 수차례 엇갈렸다.

패스 타이밍과 방향 등은 서로가 생각하는 것이 달랐고, 패스를 다가와서 받을 것인지 침투해서 받을 것인지 등 호흡이 맞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쿨링타임때 의견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전반 막바지에는 서로 일부러 패스하지 않고 기회를 무산시키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엔리케 감독은 현재 이강인을 윙어로 분류한 상태다. 경쟁자는 마르코 아센시오와 카를로스 솔레르, 우스만 뎀벨레 등으로 꼽힌다. 최근 1군에 복귀한 킬리안 음바페가 왼쪽 윙어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오른쪽 윙어인 뎀벨레는 툴루즈전서 이강인 대신 교체 투입돼 말 그대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주전 경쟁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때문에 다음 경기가 더 중요해진 이강인 입장에선 이 시기에 부상으로 이탈하는 것은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현지에선 음바페와 하무스, 뎀벨레로 이어지는 3톱을 고정으로 두고 이강인을 미드필더 자리로 내려 기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랑스 언론 ‘르 파리지앵’은 “이강인은 왼쪽 미드필더(메짤라)로 뛰어야 한다. 스페인에서 그는 이 역할에서 통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이 경우 경쟁자는 솔레르와 에메리, 파비앙, 비티냐 등이 된다. 앞선 경기들에선 비티냐와 에메리가 주전으로 나섰다. 플레이스타일상 비티냐와 직접적인 경쟁을 이룰 가능성이 높은데, 이강인은 아직까지 PSG에서 미드필더로 기용된 적이 없다.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엔리케 체제의 베스트 11이 완성된다면 이강인은 자연스럽게 주전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물론 복귀 후에도 눈도장을 찍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4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4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이중 발탁 허용’ 한국대표팀까지 악재로

이강인은 현재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과 황선홍 감독의 아시안 게임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이중 발탁’된 상태다. 이강인이 9월 A매치 기간까지 결장이 예고되면서 두 대표팀에도 공백이 불가피하다.

부상 재활에 돌입한 이강인은 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전 모두 출전이 어렵다. 한국대표팀은 다음 달 8일 영국 카디프시티에서 웨일스와 클린스만 취임 뒤 첫 원정 A매치를 치르고, 5일 뒤인 13일엔 뉴캐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을 예정이다.

이강인은 클린스만이 부임한 이후 대표팀이 치른 4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이중 첫 경기였던 콜롬비아전을 제외하면 모두 선발 출전이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이강인을 전술의 핵심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만큼 클린스만 감독의 팀에서 이강인은 대체 불가 자원이었다.

클린스만은 최근 간담회에서 이강인을 A매치 기간 중 아시안게임 대표팀 훈련 캠프에 내줄 수 없다며 이강인의 합류 의지를 강하게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번 9월 A매치 기간에는 이강인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상대 팀인 웨일스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각각 35위와 54위로 한국보다 낮지만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특히 클린스만은 4번의 A매치를 2무 2패로 마감하며 비판받고 있다. 이번 9월 A매치에선 반드시 첫 승이 필요한 이유다.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2연전도 별다른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팬들의 질타는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전망이다.

클린스만 역시 엔리케 감독과 마찬가지로 이강인을 주로 오른쪽 윙어로 기용했다. 이 자리를 이강인이 비울 경우 황희찬, 이재성, 나상호 등이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이강인과 플레이스타일이 확연하게 다른 선수들인 만큼 전술 자체를 손봐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강인이 지난해 12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카메룬의 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에 나와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이강인이 지난해 12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카메룬의 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에 나와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 가장 급한 불은 '아시안게임' 차출

추가적인 문제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이다. 이강인 부상 소식은 이강인의 합류를 누구보다 원하는 황선홍 감독에게도 비보다.

앞서 황 감독은 이강인 아시안게임 최종명단 발표 당시 “이강인도 아시안 게임 참여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이강인의 의지가 강하고, 우리도 이강인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황 감독은 9월 A매치 기간 시작과 함께 소집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훈련에 이강인을 소집할 계획이었으나 클린스만 감독이 A매치 기간 중 아시안게임 대표팀 훈련 캠프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단 양보해야 했다.

결국 ‘클린스만호 선발 뒤 황선홍호 합류’로 이강인 차출 문제가 정리되는 분위기였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긴 것이다. PSG 공식발표처럼 9월 15일까지 치료에만 전념한다면 안 그래도 실전 감각이 떨어진 ‘에이스’가 아시안게임 직전에야 팀에 합류하는 모양새가 된다.

황선홍호는 9월 19일 조별리그 E조 상대인 쿠웨이트와 아시안게임 1차전을 치른 뒤 21일 태국, 24일 바레인과 대결한다. 이강인의 복귀 시점으로 예상되는 9월 중순과 맞물려 있어 제 컨디션으로 나서지 못할 공산이 크다. 우선 아시안 게임이 A매치 기간 이후 진행되는 만큼 이강인 차출 자체가 문제되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황선홍 감독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강인의 부상 재활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안게임 멤버 중 이강인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만큼 매 경기 선발로 출전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부상에서 막 복귀한 선수를 매 경기 출전시키기에는 부담이 크다.

지금 상황에선 9월 A매치는 결장이 유력하고 부상 재활이 길어질 경우 아시안게임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PSG 입장에선 부상당한 이강인을 차출 의무가 없는 아시안게임에 보내는 것이 껄끄러울 수 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소속팀이 의무적으로 선수를 내줘야 하는 대회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이 PSG와 계약할 때 영리하게도 구단이 아시안게임 차출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상에서 막 복귀한 선수를 무리하게 기용하다 부상이 재발하거나 상태가 악화돼 소속팀에 지장을 주게 될 경우 PSG는 이후부터 차출 의무가 없는 대회에 다시는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부상은 이강인 자신은 물론 PSG와 클린스만‧황선홍호에 가장 뼈아픈 시기에 발생한 셈이다. 이강인 입장에선 재활에 전념에 하루 빨리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팀에 복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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