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간부 운운하며 1년간 정비업체 대표에게 6억5천만원 갈취
2년 간 잠적하다 지난 1일 체포... 조합 간부들 수사 선상에 올라

경기 남양주 덕소뉴타운 재개발 지역.
경기 남양주 덕소뉴타운 재개발 지역.

민주신문=김현철 기자|경기도 남양주 덕소3구역 재개발사업 브로커 김모씨가 체포되면서 공범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던 김씨가 지난 1일 2년 만에 붙잡힌 가운데, 김씨가 당시 조합 간부들과 수억 원대 현금을 나눠 먹기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정비업체 대표 조모씨는 2019년 9월경부터 1년이 채 안되는 사이 김씨 일당에게 6억5천여만 원을 뜯겼다.

조씨에 따르면 김씨를 처음 알게 된 건 2012년경으로 덕소3구역은 재개발추진위원회 시절이다. 김씨는 당시 추진위 대의원이었다. 김씨는 본인이 덕소3구역 재개발사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큰소리쳤고, 조합 설립과 사업 진행 과정에서 이권을 챙겨주겠다고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앞으로 설립될 조합의 조합장과 감사, 이사 등 자신의 측근들이 총회에서 조합 간부로 선정될 것이고, 향후 정비·설계·시공업체 선정 등에 있어서도 상당한 입김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비업체를 운영 중인 조씨는 김씨의 말을 따르게 됐고, 그 뒤로 김씨는 조합 간부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사례비가 필요하다며 현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조씨에 따르면 김씨는 조씨에게 받은 돈을 동네 선후배 사이이자 현 조합 간부들과 나눠 가졌다.

경기 남양주 덕소3구역 주택재개발사업조합사무실. 사진=김현철 기자
경기 남양주 덕소3구역 주택재개발사업조합사무실. 사진=김현철 기자

김씨는 카드값 명목으로 1~2백만 원을 비롯해 수시로 금품을 요구했다. 조씨는 “김씨는 돈을 가져갈 때마다 조합의 임원, 이사 등 간부들과 늘 통화하면서 과시하듯 ‘내가 이렇게 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행세를 했다”며 “통화를 하면서 형(김씨)이 네 몫도 챙겨주겠다. 은연중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희들은 다 알잖아. 그거대로 해’ 그런 식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조씨의 통화 내용을 보면 최근 붙잡힌 김씨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이는 이모씨, 윤모씨, 김모씨 등 '이들을 엮어 코를 끼운다'는 말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한번은 조씨가 농협에서 수표 3천만 원을 찾아 김씨에게 전달했고, 김씨는 윤모씨에게 돈을 건냈고, 윤씨는 그 돈으로 갭투자를 이용해 집을 샀다. 조씨는 등기를 달라 요구했고, 서류를 받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씨는 김씨에게 받을 돈이 있어 돌려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조합의 경리를 보던 김모씨의 아들이 결혼한다고 축의금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해 천만 원을 보내기도 했다.

조씨는 김씨 외에 여러 사람이 관여된 것과 관련해 “조합 상근이사든 누구든 시키려면 뭐라도 해줘야 자기 말을 잘 들을 것이라며 일종의 댓가성 보험을 들어 놓는 형태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나 검찰에서 완벽하게 수사를 해서 한 점 의혹 없이 조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수사를 맡은 남양주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인 사안이 맞다”며 “수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덕소3구역 재개발사업은 남양주 와부읍 덕소로97번길 12(덕소리) 일대로 구역면적 19만6천939㎡ 일대에 2천908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건립될 예정이다. 예상 공사비는 400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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