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삼성그룹 회장 자리 노리다 이건희 눈밖에 났다"


 

▲ 홍석현 회장은 자신의 아들에게 중앙일보를 물려주려는 뜻을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전했지만, 이 회장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중앙일보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통하는 홍석현 중앙일보 전 회장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남 매제 관계인 둘은 재계와 언론계에서 각각 최대 실력자로 군림하는 이들이다. 둘은 선친들의 가업뿐 아니라 돈독한 상호 지원 관계까지 그대로 이어받아 서로 도와가면서 각각 영향력을 키워왔다.

이런 둘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것은 중앙일보 경영권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에서는 이 같은 갈등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재계에선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분위기다. 중앙일보를 둘러싼 두 거물의 갈등설을 추적했다.

재계와 언론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홍 전회장은 중앙일보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둘이 중앙일보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가 결국 결별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는 외관상 홍 씨 일가가 40%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중앙일보에 대한 실제 영향력은 이 회장이 더 많이 갖고 있다는 것. 언론계 관계자는 중앙일보 소식통의 말을 빌어 “홍 씨 쪽이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겨우 10% 내외뿐이고, 나머지 30% 가량의 지분은 사실상 이건희 회장의 소유”라고 말했다.

몇몇 관계자들이 전하는 이 회장과 홍 전회장 사이의 갈등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홍 전회장은 최근 중앙일보를 자신의 아들인 홍정도 씨에게 물려줄 심산으로 이 회장을 만나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답을 잘 하지 않는 이 회장의 스타일을 잘 아는 홍 전회장은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 심기가 불편해졌다.

문제는 이로부터 몇 일 뒤, 불거졌다. 이학수 본부장이 홍 전회장을 만나 ‘왜 회장님 심기를 거스르면서 일을 추진하려 하느냐’며 다그쳤던 것이다. 중앙일보 경영권 문제 때문에 가뜩이나 예민해 있던 홍 전회장은 이 본부장의 일침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났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칼을 갈기 시작했다. 홍 전회장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차근차근 자신의 영향력 확대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홍 전대사는 최근 중앙일보를 중심으로 ‘중앙방송’까지 포함하는 지주회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거대 미디어그룹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홍 전대사는 설령 중앙일보 경영권을 놓치더라도 미디어그룹을 통해 언론계 1인자의 명맥을 유지하겠다는 복안까지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방송 관계자는 “홍석현 씨가 추진하는 지주회사의 이름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닌데, 가칭 ‘FMN그룹’으로 통한다”면서 “홍 씨는 이 회사의 창립을 추진하면서 초대 회장에 취임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송계에서는 홍 전대사가 대형 미디어그룹을 통해 언론계의 최고 권력자로 군림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막강한 자본 영향력 때문에 방송계 지형이 송두리째 뒤바뀔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이와 관련 KBS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방송계에서는 중앙일보 측의 방송 진출을 기정 사실로 보는 분위기다”면서 “거대자본이 방송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 문제고, KBS 쪽 사람들은 다른 어떤 미디어 회사 보다 중앙일보의 방송 진출을 가장 많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앙일보 쪽에서 KBS의 일부 방송컨텐츠 제작 전문가들에게 접촉을 시도한 사실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가 방송 분야로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과 관련, EBS의 한 젊은 PD는 “삼성이란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방송사라면 규모의 싸움에서 일단 이기고 들어가는 것 아니겠느냐”며 “유능한 많은 방송 전문가들이 그 쪽(중앙방송)으로 영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사실 나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과 홍 전회장이 갈등을 빚게 된 근원적인 이유에 대해 삼성과 중앙일보 주변에선 다양한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언론계에선 홍 전회장이 이 회장 눈밖에 난 사연이 흥미진진하게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 회장이 암 치료 차 미국 휴스턴에 있는 엠디앤더슨 암센터에 가 있었을 때 홍 전회장이 삼성그룹 회장 자리를 넘봤다는 제법 그럴싸한 설이 있다.

이와 관련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일각에선 홍 전회장 자신이 삼성그룹을 회장을 맡고 있다가 때가 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게 회장직을 물려주는 밑그림을 그렸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홍 전회장의 이 같은 계획은 매우 비밀리에 진행됐지만, 삼성의 정보라인이 이를 놓칠 리 만무한 일. 이 회장이 이 사실을 전해듣고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둘 사이의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몇 해 전에 이런 얘기가 잠깐 나돌긴 했지만, 도무지 확인될 수 없는 내용이라 신경을 껐다”면서 “근데 최근 (둘 간의) 갈등설 때문에 다시 거론되는 것 같은데 사실과 전혀 다른 루머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와 홍 씨 집안의 갈등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LG그룹의 두 집안인 구 씨-허 씨 일가가 뿌리 깊은 갈등 때문에 결국 ‘사이좋게’ 분리된 것처럼 삼성과 중앙일보 측의 이 씨-홍 씨 집안도 갈등으로 인해 갈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에선 파다하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홍 씨 집안 사람들은 소위 양반이라는 엘리트 의식이 대단했는데, 삼성 이병철 돈으로 중앙일보를 만든 홍진기 씨가 자신의 집안은 삼성 쪽과 격이 틀리다는 의식을 늘 갖고 있었다”면서 “홍진기 씨가 딸 홍라희를 삼성에 시집 보낼 때 이런 교육까지 시킨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경영권 문제를 계기로 이 씨 집안과 홍 씨 집안의 케케묵은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학수-윤종용도 갈등>
이학수 주도한 ‘S-LCD 설립’ 윤종용은 못 마땅

이건희 삼성 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전 회장의 갈등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그룹의 최고 실권자인 이학수 부회장과 윤종용 부회장의 관계도 최근 금이 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전략기획실을 이끌고 있고, 윤 부회장은 그룹 얼굴격인 삼성전자의 실질 경영자다. 이 둘이 갈등을 빚게 된 것은 LCD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S-LCD 회사의 경영상황 및 사업성과에 대한 둘의 입장차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사가 50 대 50의 비율로 투자해 만든 합작법인 회사. 하지만 계속 적자를 기록하는 중이다. 급기야 지난 7월에는 1조8,000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 긴급수혈을 해야만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는 진단 때문이다.

“이 회사 만드는 바람에 소니만 이득을 보고 삼성은 계속 손해”라는 불평이 자연스레 제기됐다. 경영성과를 중요시 여기는 윤 부회장도 S-LCD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를 설립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였다. 전략기획실이 이 상무의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은 당연한 일. 이학수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부회장이 나서서 한 사업을 윤 부회장이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 때문에 둘 사이의 갈등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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