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 논현동의 H포장마차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작업장’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이트서 부킹한 뒤 2차 장소, 분위기 무르익으면 호텔행
대학생 뒤풀이, 텐프로 아가씨, 노래방 도우미 등이 애용

대부분의 유흥업소는 새벽 1~2시가 되면 소강상태를 맞는다. 하지만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강남 논현동의 H포장마차(이하 H포차)는 이때부터 서서히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일명 텐트바(Tent Bar)로 불리는 이곳은 청춘남녀의 작업장으로 그 명성을 톡톡히 날리고 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강남의 밤거리를 생생하게 담아봤다.

H포차의 하루는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에 맞춘 오후 8시경부터 시작된다.
H포차가 문을 열자 넥타이 부대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꽉 조였던 넥타이를 풀어 내린 채 직장상사 ‘뒷담화’에 열을 올리는 우리의 샐러리맨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했다지만 직장상사는 여전히 좋은 안주거리로 제공되고 있다.

AM 24:00
은밀한 밀애

직장인들의 ‘한풀이’를 뒤로한 채 한쪽 테이블에서는 젓가락 장단을 맞춰가며 ‘과가’를 부르는 ‘먹고’ 대학생들의 개강파티가 한창이다. 닭발을 먹기 좋게 발라 사랑하는 ‘님’의 입에 정성스레 넣어주는 캠퍼스 커플들도 눈에 띈다.

주위의 시선은 무시한 채 청춘남녀의 애정행각은 시간이 흐를수록 대담해졌다. 모종의 합의(?)가 있었는지 음흉한 미소를 머금고 자릴 박차는 커플들도 보였다.

새벽 1시가 다되자 부킹커플들이 우르르 몰려와 H포차의 빈자리를 가득 메웠다. 자칭 나이트 마니아라는 대학생 P(25)씨는 “나이트에서 만나 물 좋고 분위기 좋은 H포차로 2차를 나왔다”고 말했다.

H포차를 ‘사랑의 오작교’라고 표현한 그는 “아무리 뻔뻔해도 어떻게 여관으로 직행합니까? 일단 여기서 작업 좀 하고 좋은 곳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그로부터 2시간 뒤 우연찮은 기회에 화장실 앞에서 P씨를 다시 만났다. 어떻게 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거의 끝났다”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다.

P씨는 “일단 무조건 술을 먹여야 해요. 전 주로 술 먹기 게임을 하죠.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면 웬만해선 다 넘어오기 마련이죠. 사실 이 시간까지 남아 있는 것 보면 뻔한 것 아니겠어요”라며 “새벽 2시를 넘기면 ‘날 잡아드세요’라는 신호”라고 한쪽 눈을 찡긋 감았다.

AM 03:00
불륜의 시간

3시가 조금 넘자 대머리 아저씨와 ‘쭉쭉빵빵’ 아가씨 등 이색 커플들이 속속 등장했다. 보나마나 룸살롱에서 만난 커플이다. 즉 대머리 아저씨는 손님, 쭉쭉빵빵 아가씨는 ‘나가요’ 언니다.

헌데 룸살롱에서 만났다면 호텔로 직행할 것이지 H포차에는 무슨 일 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H포차 종업원에게 얻을 수 있었다.

20대 중반의 H포차 종업원은 “호텔에서 일찍부터 시달리기 싫은 ‘나가요’들의 고전적인 수법”이라며 “‘오빠 딱 한잔만 더 하고 가자’며 손님을 최대한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 손님들이 빠져나간 새벽 4시 이후부터 H포차는 ‘객’이 서서히 전도된다. 퇴근길에 나선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빈자리를 메운다. 특히 늘씬한 미모의 ‘나가요 걸’이 이제부터는 자기들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H포차를 찾는다.

하지만 H포차 종업원은 “그녀들에게 섣불리 ‘작업’걸지 말라”며 “자칫하단 ‘개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강남 최고의 텐프로(상위 10%)업소 아가씨이기 때문이란다.

그녀들에 대해 예의 종업원은 “얼마나 콧대가 쌘대요. 자존심이 대단해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죠. 하긴 연예인보다 예쁜 아가씨들도 많으니까 그럴 만도 하죠”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한마디로 그림의 떡인 셈이다.

AM 05:00
도우미 대기장소

새벽 5시부터는 노래방 도우미들이 활약하는 시간이다. H포차는 도우미의 대기장소로 변한다. 이곳에서 만난 J양은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으니 그냥 술 한잔 마시면서 (노래방에서) 전화오기를 기다려요”라고 말하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들이 입장했다. 당연히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선수’는 ‘호빠(호스트바)’에서 일하는 호스트를 일컫는다. 대개 ‘호빠’는 나가요 언니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보통 새벽 5시 이후에 문을 닫는다.

호빠 선수들 역시 나가요 아가씨들과 다름없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H포차를 찾는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 바로 ‘텐프로’ 아가씨를 유혹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H포차 종업원은 “아무리 날고 긴다는 호빠 선수들이지만 텐프로 아가씨를 꼬시는데는 만만치 않다”며 “되려 술값만 털리곤 한다”고 귀띔했다. 뛰는 ‘선수’ 위에 나는 ‘텐프로 아가씨’였다.

AM 07:00
마지막 작업

어느새 날이 밝아 사람들이 하나 둘 자기 갈 곳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노래방 도우미인 J양은 여전히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잠시 후 J양은 자급자족에 나섰다. ‘공’칠 수 없다는 각오로 마지막 남은 테이블의 남자들에게 접근한 것. 몇 마디 대화가 오고간 뒤 J양 일행은 남자 테이블로 합석을 했고, 어느새 짝을 이뤄 팔짱을 낀 채 H포차를 빠져나갔다.
마이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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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포차 ‘천태만상 손님백태’
여자 두고 남자들 결판

▲“우리랑 합석하기로 했어”
H포차 종업원에 따르면 이곳은 여자를 사이에 두고 손님들끼리 싸우는 일이 잦다고 한다. 실제로 이날 취재팀이 목격한 것만 해도 2건이나 됐다.
이와 관련 H포차 종업원은 “대부분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이 벌어진다”며 “예를 들어 A가 공들여 여자 Y를 꼬셨는데 느닷없이 B가 나타나 재를 뿌리는 경우”라고 말했다. 종업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속칭 ‘빡킹(중복)됐다’고 표현한다.
그는 이어 “서로 자기 테이블과 합석하기로 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면서 “간혹 이쪽 저쪽 남자들 맛(?)을 보며 양다리를 걸치는 여자 손님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아저씨들 차가 뭐야?”
강남 포장마차 중에 가장 합석 성공확률이 높다는 H포차. 욕망으로 가득 찬 청춘남녀에게 ‘딱’ 맞는 장소다. 하지만 H포차 종업원은 “합석도 가려서 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이곳은 연예인 ‘저리가라’할 정도로 예쁜 텐프로 아가씨들이 자주 찾는다”며 “다 같은 ‘나가요’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간혹 텐프로 아가씨들에게 “합석하자”며 말거는 남자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고개를 ‘푹’ 숙인 채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이에 대해 H포차 종업원은 “사실 텐프로 아가씨들은 아쉬울 게 없다. 얼굴도 예쁜데다 돈까지 많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합석을 제의하는 손님들에게 대뜸 ‘차가 뭐예요?’라고 묻는데 국산 차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에 대해 예의 종업원은 “아가씨들 차가 최소 벤츠, BMW”라며 “웬만큼 돈 있는 남자도 뺀찌(거절)맞기 쉽상”이라고 단언했다. 그나마 텐프로 아가씨들이 친절하게 말을 받아주는 대상은 연예인 정도라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술값 돌려 주실래요?”
H포차 종업원은 가장 황당했던 경우로 ‘술값을 돌려달라’는 여성 손님들을 꼽았다.
H포차의 계산 마감시간은 오전 7시. 8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늦어도 7시까진 술값을 정산한다. 그에 따르면 “손님 미리 계산해 주시겠어요”라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부 여자 손님들은 합석할 테이블을 찾는단다.
이어 종업원은 “‘잠시만요’라고 말하곤 남자 테이블을 찾아 헤맨다”며 “대개 합석을 하게되면 남자들이 술값을 내주니까, 그걸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합석상대를 찾지 못한 여성들은 눈물을 머금고 계산을 한다고. 그러나 눈물겨운 그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H포차 종업원은 “끈질긴 여자 손님들도 많다”며 “일단 계산부터 하고 계속 남자를 물색하다 남자가 합석을 OK하면 곧장 카운터로 달려와요. 그리곤 자기 테이블 술값을 남자 테이블로 올려달라며 ‘아까 술값 계산했는데 다시 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죠”라고 귀띔했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심지어 무일푼으로 앉아있는 여성 손님들도 있단다.
H포차 종업원은 “그냥 돈 한 푼 없이 술 시키고 안주시키고 앉아 있어요. 남자들과 합석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생각”이라며 “노래방 도우미 아가씨들 중 특히 그런 손님들이 많다”고 꼬집어 말했다.
때문에 H포차는 아침 7시가 가장 부킹 성공확률이 높다고 한다.
<마이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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