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초 데뷔 후 4경기 연속 무승·무색무취 경기력 '비판'
6개월 여 앞둔 아시안컵…클린스만 “색깔 찾으려면 시간 필요”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민주신문=김다빈 기자|클린스만이 역대 최초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데뷔한 후 4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했다. '무색무취 하다'는 비판까지 더해지며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내년 1월,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기 위한 시간은 불과 6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클린스만 "색깔 보이려면 시간 더 필요"

클린스만 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이례적으로 A매치 연전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 파올로 스트링가라 전술 코치, 안드레아스 쾨프케 골키퍼 코치, 베르너 로이타르트 피지컬 코치, 마이클 킴 코치까지 '클린스만 사단'이 한자리에 모여 대표팀 운영에 대한 견해들을 말했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에도 이런 자리를 하려고 했다. 여러분 앞에서 코치들까지 해서 우리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생각을 하는지 공유하고 싶었다"며 "대표팀은 프로팀들과 운영 방식이 다르다. 3월부터 이런 기회를 가지려고 했고 지금에야 자리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허심탄회하게 '클린스만 축구'에 대해 확답과 반성을 듣고자 했던 축구팬들은 또 한 번 실망했다.

클린스만호는 데뷔전이던 지난 3월 콜롬비아 전 2-2 무승부를 시작으로 ▲우루과이 전 1-2패 ▲페루 전 0-1 패 ▲엘살바도르 전 1-1 무승부까지 4경기 동안 승리하지 못했다.

경기 후 비판 여론에 직면한 이유는 결과를 포함한 색깔 없는 경기력 때문이었다. 선수의 개인 능력에만 의존했을 뿐 조직적인 측면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원하고자 하는 전술의 그림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3월 A매치 당시에는 슈퍼스타 손흥민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한 '센트럴 손'을 통해 비록 승리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다득점(콜롬비아전 2득점)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경기들은 남미의 강호로 불리는 콜롬비아와 우루과이를 상대로 했기 때문에 팬들 역시 "그럴 수 있다", "아직 클린스만호의 초반이다"라며 경기력 향상을 기대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6월 2연전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 의존도'가 약점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손흥민이 국가대표팀에 소집되긴 했지만, 국내 귀국 후 탈장 수술을 받아 2번째 경기였던 엘살바도르 전 후반 막판 교체투입만으로 경기를 소화했다.

손흥민이 경기에 나오지 못하자 최소 한 경기라도 승리 가능성이 높았던 페루·엘살바도르 전도 답답한 경기들이 이어졌다. 합을 맞춘 조직력과 연계 등은 약속된 것이 전무했고, 이번 시즌 기량을 한껏 끌어올린 이강인의 개인 기량만이 돋보였던 2경기였다.

2경기 중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적 시도를 해봤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황의조-조규성을 동시 기용한 '투톱' 전술뿐이었다. 

이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색깔을 묻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할 뿐이었다. 그는 "선수 시절 공격수였다 보니 공격축구를 좋아한다. 특히 전방 압박을 하고 위에서 누르는 축구를 좋아하지만, 이는 체력적인 요구가 필요해 준비가 잘 돼야 한다"며 "내 철학은 선수들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어떤 합을 맞출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4-3-3이 될 수도 있고, 4-2-3-1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윙백이 부상으로 빠지면 스리백으로 바뀔 수도 있다. 많은 전술이 필요하고, 전략이 중요하다. 아시안컵에서 만날 팀들은 다양한 축구를 한다. 여러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라며 "나는 공격수고 공격축구를 원하지만, 내 철학은 소집할 수 있는 선수들을 끌어올리고 적합한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색깔이라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대표팀 선수들의 성향·성격·조합에 따라 색깔이 뚜렷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ㅈ지난 1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페루의 경기, 대한민국 이강인이 페루선수 태클에 넘어지자 클린스만 감독이 항의하고 있다. © 뉴시스
ㅈ지난 1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페루의 경기, 대한민국 이강인이 페루선수 태클에 넘어지자 클린스만 감독이 항의하고 있다. © 뉴시스

◇ 6개월 남은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은

우리나라는 지난 1956년 대회 첫 우승을 기록한 후 1960년 대회에서 2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아시안컵 패권을 차지하지 못하고 어느덧 60년이 훌쩍 넘었다.

이번 아시안컵은 카타르에서 내년 1월 개최된다.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여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본인의 축구 철학은 '선수 성향에 맞춰 전술 틀을 짜겠다'는 것이다. 본인은 최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가해 공을 탈취, 이후 역습을 통한 공격축구를 선호하지만 선수들의 성향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내년 1월 전 확정된 A매치 일정은 오는 9월 7일 웨일스 카디프에서 진행되는 웨일스와의 경기뿐이다.

한국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베스트11'을 빨리 구상한다고 해도 손발을 맞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 및 베스트11을 빠르게 구상해 많지 않은 경기에서 색깔을 한시라도 빨리 드러내야 한다. 

물론 선수 특성을 고려해 11명 선수의 장점을 모두 살린다면 최상의 전력이 되겠지만 시간적·물리적인 한계로 '이상적인 축구'만 구상하다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대회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회에 가용할 선수단인 '풀(POOL)' 구상을 빠르게 마치겠다고 언급한 부분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35명 정도의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앞으로 대회를 준비할 것이다. 아시안컵의 풀은 크면 안 된다"며 "풀을 좁혀서 경기를 만들어야 한다. 팬들의 걱정도 이해는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주 K리그 경기장에서 관전하는 모습을 희망하겠지만 충분히 많은 경기를 봤다"며 "이를 통해 5명의 선수가 A매치에 데뷔했다. 이들은 지속적인 관찰을 받을 것이다. 20세·24세 대표팀 경기도 꾸준히 보고 선수들이 어떤 경기를 하는지 지도자들과도 대화와 관찰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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