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식량 수탈 거점 군산... 아픈 역사 그대로 담아 '시간여행 1930' 
시민주도 지역캐릭터 '먹방이'... 보리·맥아의 주산지 수제맥주 호응↑

일제 강점기 시절 지어진 건물로 군산세관으로 이용하다 지금은 호남관세박물관이 됐다. 사진=김현철 기자
일제 강점기 시절 지어진 건물로 군산세관으로 이용하다 지금은 호남관세박물관이 됐다. 사진=김현철 기자

② 근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군산으로 시간여행 1930’S' 

1편 고창에 이어 군산으로 가봅니다. 전주, 익산과 더불어 전북 3대 도시 군산 역시 새 관광자원 발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선 인구유출, 인프라 부족 등으로 지역소멸 위기가 가장 큰 근심거리로 대두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 지자체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인데요. 여기 군산시 사례를 하나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먹방이를 아십니까? 테디베어, 포켓몬, 벨리곰은 알지만 모르겠다고요. 지역의 청년, 소상공인, 예술인들이 모여 지역캐릭터인 '먹방이와 친구들'을 만들었습니다. 시민들이 조합을 만들고 지역대학인 군산대와 협업으로 시민주도형 지역캐릭터를 만든 것입니다. 

목적은 뚜렷합니다. 지역 정체성을 녹인 캐릭터로 군산을 알리고, 이익을 공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비전으로 군산 알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옛 군산세관 옆에 자리한 '먹방이와 친구들'을 만나러 와보세요. 카페이자 인문학창고인 먹방이하우스에는 고종이 즐겨 마신 커피, 흰찰쌀보리빵 등 다양한 음료와 쿠키를 맛볼 수 있습니다.

군산 알리기에 나선 지역 캐릭터 '먹방이'와 박형철 군산문화협동조합이사장. 사진=김현철 기자
군산 알리기에 나선 지역 캐릭터 '먹방이'와 박형철 군산문화협동조합이사장. 사진=김현철 기자

왜 먹방이냐면, 1900년대 초 개항된 군산에 프랑스인 '라포트'가 애완견 프랜치불독과 함께 군산세관사로 부임하게 됩니다. 그의 애완견을 처음 본 조선사람들은 개의 코가 마치 돼지코를 닮아 먹성좋게 생겼다며 '먹방이'로 부르게 됩니다. 

이 사업을 주도한 군산문화협동조합 로컬아이 박형철 이사장은 "포켓몬 빵이 대박이었는데 왜 빵을 제조하고 판매한 회사는 그 캐릭터를 만들어 팔지 않을까요"라며 "지역캐릭터도 이제 관주도의 방식에서 민관협업 중심으로 전환해 혈세낭비를 줄이고 캐릭터로 지역을 홍보하는 사업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군산은 호남의 대표적 항구도시로 일제 강점기 조선 식량 수탈의 거점으로 아픈 역사를 간직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식민지 조선의 약탈이 정점을 이루던 1930년대 군산은 말그대로 일본인들의 도시였습니다. 일본인 거리를 비롯해 그들을 위한 제과점, 은행, 실어 나를 쌀을 고르던 정미소, 주조장 등 군산항 주변 중심지 모든 구역이 그들의 것이었습니다. 

일제시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일본인 '히로쓰 가옥'과 적산가옥이 군데 군데 남아 있는 군산 거리 모습. 사진=김현철 기자 
일제시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일본인 '히로쓰 가옥'과 적산가옥이 군데 군데 남아 있는 군산 거리 모습. 사진=김현철 기자 

지금도 그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히로쓰 가옥을 비롯한 신흥동 적산가옥, 우리나라에 유일한 일본식 사찰 모양을 한 동국사, 고우당, 군산세관 등 뒤집어 말하면 근대건축문화를 간직한 도시라 할만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했나요. 이제 군산은 과거 슬픔에 머물지 않고 아픈 역사도 우리의 역사로 온전히 담아 방문객, 후대 세대들에게 그대로 넘겨 주려고 합니다. '군산시간여행 1930’S' 슬로건처럼 시간여행을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온 초원사진관은 촬영 당시와 최대한 비슷하게 복원해놓으려고 애쓴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촬영에 쓰였던 소품들, 다림(신은하 분)이 타고 다녔던 차량, 정원(한석규 분)이 탔던 오토바이도 그대로입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 새 문화관광상품으로 홍보하고 있는 군산수제맥주축제 현장. 사진=김현철 기자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 새 문화관광상품으로 홍보하고 있는 군산수제맥주축제 현장. 사진=김현철 기자 

군산 먹거리로는 해양도시인 만큼 해물요리인 간장게장, 박대가 유명합니다. 여기에 전국에서 가장 붐비는 빵집 이성당도 있죠. 최근엔 군산수제맥주가 주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마침 방문한 이날이 군산수제맥주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맛이 괜찮습니다. 수제맥주 체험관인 군산비어포트 방문도 추천합니다. 

이번 루트의 인솔 책임자였던 김혜정 전북관광마케팅지원센터장은 "매력적인 관광정책으로 지속가능한 관광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전북도내 14개 시·군의 협조를 얻어 지역별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지역특산물을 소개해 전북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관광자원을 활용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관광시대 본격 포문을 연 전북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봐도 좋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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