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역대급 침체기…티켓값 상승에 OTT 약진 겹쳐
31일 개봉 '범죄도시3', 검증된 인기에 스케일 확장 '눈길'

범죄도시3, 영화. © 뉴시스
범죄도시3, 영화. © 뉴시스

민주신문=승동엽 기자 | 코로나19 펜데믹이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국영화 시장, ‘범죄도시3’가 암울한 극장가에 한줄기 단비가 될 수 있을까?

최근 극장가 안팎에서는 깊은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기세가 꺾여도 높아진 티켓값에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줄었고, 넷플릭스 등 OTT(Ove The Top)의 약진이 극장으로 향하는 발검음을 늦추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일반관 기준 8000원에서 1만 원 수준이던 티켓값은 최근 1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던 관객들도 이제는 엄격한 잣대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반드시 봐야만 하는 작품이 아니라면 OTT로 발길을 돌리는 것.

때문에 마니아층이 탄탄한 애니메이션이나 이미 검증된 영화 혹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만 관객이 집중되고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아바타:물의 길' 등이 그 예이다.

반면 '영웅', '교섭', '드림' 등 유명 배우들과 베테랑 제작진들이 뭉친 한국영화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올해 극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

이 같은 상황 속, 극장가의 이목은 31일 개봉을 앞둔 범죄도시3에 쏠리고 있다. 대중적 재미는 이미 검증됐다.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해 극장가에서 126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2편의 후속작이라는 점도 특히 기대감을 모은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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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3, 금천서→광수대로 무대 이동…마약·야쿠자 등장에 스케일↑

범죄도시는 지난 2017년 699만 명의 사랑을 받은 1편에 이어 지난해 1269만 명의 선택을 받은 2편까지 시리즈까지 총 196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편은 서울 금천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이 지역구 내에서 벌어지는 조선족 폭력조직 간의 세력다툼과 장첸(윤계상)을 중심으로 한 하얼빈 출신 신흥폭력조직을 제압하는 스토리였다.

2편은 역시 금천서 강력반 형사들이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악행을 일삼는 강해상(손석구)을 집요하게 추적, 끝내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였다.

1·2편 흥행의 중심에는 단연 배우 마동석이 있었다. 마동석이 연기한 주인공 ‘마석도’는 칼이나 총 등 무기 없이 오로지 주먹 하나로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히어로’로 그 자체였다. 극 중 마석도의 등장만으로도 일종의 안도감이 생기고 그의 주먹 한 방에 무자비한 빌런들이 쓰러지는 모습은 관객들의 쾌감을 자극했다. 오히려 극 막바지에는 빌런들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다.

그렇다면 범죄도시의 3편은 어떤 모습일까. 시사회와 예고편만으로 추측해야 하지만 일단 반응은 긍정적이다. 두 번이나 검증된 영화, 검증된 주인공 등 관객들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기본적 틀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극장으로 향하는 걸림돌은 거의 없다.

3편은 마석도가 금천서에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차출돼 가서 벌어지는 스토리다. 일선서 배경에서 광수대로 그 무대를 옮긴 자체가 빌런의 스케일을 짐작케 한다.

우선 1편이 2004년, 2편은 그로부터 4년 뒤인 2008년, 3편은 그로부터 7년 후이므로 2015년이 배경이다. 마석도는 20대 여성의 호텔 추락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마약에 연루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연의 일치일까? 최근 매스컴을 도배하고 있는 마약 사건 보도를 비춰봤을 때 시의성도 딱 맞아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일본 야쿠자 토모(안세호)가 자국에서 횡령한 푸른 알약(하이퍼)을 한국 파트너 주성철(이준혁)과 손잡고 유통한다. 토모의 횡령을 눈치챈 야쿠자 보스 이치조 회장(쿠니무라 준)은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한국에 투입하고, 토모는 주성철을 배신하고 300억 원대 20kg의 하이퍼를 들고 자취를 감춘다.

예상대로 토모를 찾아 약을 확보하려는 주성철과 리키 무리, 이 모두를 제압하려는 마석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얽히고설킨 얘기들이 펼쳐진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마석도의 액션은 당연하고 최종 승리도 마석도의 차지다.

여기에 1편의 조선족, 2편의 베트남 배경을 뛰어넘는 일본 야쿠자의 등장은 관객들의 대리만족을 극대화시킨다. 한·일전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들지 않냐. 마석도의 주먹에 야쿠자들이 나가떨어지는 모습만 상상해도 짜릿하다.

마약사건의 시의성과 함께 최근 한일관계에 보도가 잦은 시점에서 이 역시도 시의 적절하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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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계상·손석구 이을 새 ‘빌런’ 이준혁에 주목

1·2편의 흥행은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가 분명 중심축을 잡았지만 윤계상의 장첸과 손석구의 강해상으로 이어지는 ‘빌런’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빌런들이 범죄도시 시리즈를 이끌어 갔고 흥행의 가장 큰 요소라는 평가와 분석도 나온다.

3편의 빌런은 이준혁이다. 그는 극 중 마약 사건의 배후인 주성철 역을 맡았다. 그는 앞서 영화 '신과 함께', '60일, 지정생존자' 등에서 악역을 연기하긴 했지만 이번 범죄도시3에서처럼 무자비한 빌런의 역할은 처음이다. 때문에 3편의 빌런이 이준혁이라는 소식을 처음 접한 대중들은 다소 의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자 제작자이기도 한 마동석은 이준혁이 새 빌런에 선택된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했다. 마동석은 제작보고회를 통해 “주성철은 야생의 굶주린 늑대 같다. 그 늑대가 혼자 있어도 강력한데 무리를 이용해 먹이를 쟁취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식사량도 많이 늘리고 운동도 정말 많이 했다. 액션 연습도 많이 했다"며 "기사엔 '살크업'이라고 나오던데 '벌크업'한 게 맞다"고 강조했다. 1·2편 빌런들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이준혁은 장첸과 강해상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중요한 숙제를 안고 있다.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수의 작품을 통해 악역 내공을 다졌고, 특히 범죄도시3를 위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쳤다. 괴물 형사 마석도에 밀리지 않기 위해 체중까지 약 20kg 증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또한 극 중에서 장첸과 강해상이 짐승 같은 악역이었다면 주성철은 본능 보다 생각을 하고 움직이는 인물이다. 즉 설계 후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면이 앞선 빌런들과의 차별점이자 이준혁 만의 캐릭터다. 새 빌런 이준혁에게 기대감이 쏠리는 이유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범죄도시3가 암울한 한국영화 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대로 검증된 인기에 검증된 주인공, 거기에 새로운 빌런의 등장과 스케일의 확장까지 선결조건은 충분하다고 보인다. 범죄도시3가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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