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경색에 혐한 분위기 확산…네이버 접속 장애
일부 네티즌, 광전총국에 '정용화 예능 출연' 민원 제기
블랙핑크 콘서트 방문 중국 연예인 향해 '악플 세례'도

© 정용화 인스타그램 캡처
© 정용화 인스타그램 캡처

민주신문=이인영 기자 | 최근 G7 정상회의 이후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중국 프로그램 출연이 돌연 무산되면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재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 블랙핑크 콘서트에 방문한 중국 연예인들을 향해 수위 높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2016년 사드 보복 초창기가 연상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가수 겸 배우 정용화는 중국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으나 돌연 출연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 매체 신경보 등은 정용화가 중국 유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아이치이의 새 오디션 프로그램 '분투하라 신입생 1반'에 출연할 것이라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이와 함께 정용화는 지난 17일 중국 소셜미디어에 ‘오랜만에 베이징에 돌아왔다’며 중국 음식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용화의 출연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최근 중국 온라인상에는 베이징시 라디오TV국이 정용화 출연 관련 네티즌의 문의에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는 내용이 유포됐다.

유포된 내용에 따르면 베이징시 라디오TV국은 "아이치이에 확인한 결과, 정용화가 베이징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한다는 소식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정용화를 게스트로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중국 텅쉰망 등 온라인 매체는 중국 방송 주관 당국인 국가광파전시청국(이하 광전총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정용화 출연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또 일부 온라인 매체는 '한한령이 철회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용화는 당초 해당 프로의 2회까지 녹화를 마친 상태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의 고발로 결국 출연이 무산된 것.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광전총국에 한한령(한류 제한령)과 사드, 혐한 분위기 등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한령 유지에 따라 ‘모든 한국 연예인의 출연을 막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4월 블랙핑크 일본 도쿄돔 콘서트 현장. © 뉴시스
지난 4월 블랙핑크 일본 도쿄돔 콘서트 현장. © 뉴시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최근 블랙핑크 콘서트를 관람한 유명인들의 블랙리스트가 공개돼 한차례 파문이 일었다. 중국 SNS에 블랙핑크 콘서트 현장을 찾은 중국 연예인 및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악플이 쏟아진 것이다.

중화권 배우 안젤라베이비 역시 지난 1일 홍콩에서 개최된 블랙핑크 월드투어 ‘본 핑크’를 관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SNS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중국 배우가 한국 걸그룹 콘서트에 갔다’는 이유로 그를 매국노 취급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앞서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후 한국 영화와 드라마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한한령을 발동한 바 있다. 금한령(禁韓令)이라고도 불리는 한한령은 비공식적인 행정명령으로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유도한다거나 혹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업체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통칭한다.

지난 2016년 당시 중국은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CF나 영화, 한중 합작 드라마에 나오던 한국인 모델 및 연예인들을 하차시키거나 한국 작품의 수입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2017년 무렵에는 ▲동영상 플랫폼에 올라오는 모든 한국 작품 차단 ▲한국으로의 관광 20% 이하로 제한 ▲한국산 공산품 수입 불허 ▲김치‧삼계탕 등 한국 특산식품 검역 강화 및 수입 제한 ▲각 항공사들의 한국행 노선 중단 등으로 확대됐다.

특히 한한령은 연예계를 포함한 산업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앞서 한한령이 지속되며 중국 내부에서는 한국 관광객에게 욕설을 하거나, 중국 기업에서 한국인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부당 해고시키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또 차를 보러온 한국인 바이어를 폭행하고 그 장면을 SNS에 올리거나 한국인의 식당 출입 거부를 선언하고, 선양의 모 호텔에서 알 수 없는 인물이 객실 바닥에 태극기를 깔아 놓고 "한국인을 밟아 죽이자"라고 적어 놓는 등 혐한 및 혐오범죄가 늘기도 했다.

다만 중국의 한한령은 한때 완화되는 기류가 감지됐다. 나문희, 이희준 주연의 2020년작 영화 '오! 문희'가 한한령 이후 한국 영화로는 6년 만인 2021년 12월 중국 본토에서 개봉된 뒤 OTT로 홍상수 감독의 2018년 작 '강변호텔'과 몇몇 한국 드라마들이 공개되고, 게임 서비스 허가들도 나오면서다. 또 지난해 11월 한중정상회담 이후 한국 연예인 출연 제한 조치가 풀린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대만 문제 등을 놓고 한중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중국이 다시 한한령을 적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한국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접속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현재 네이버 접속 장애가 일시적 현상인지, 중국 당국의 차단 조치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가수 현아는 내달 중국 우한음악제 참가를 앞두고 있는데, 이 또한 취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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