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0일 LG-한화 전서 올 시즌 2번째 KBO 공식 오심 인정
4월 첫 오심 경기 따른 징계 후 복귀 심판의 ‘판정 시비’도 계속
KBO 심판위원회 “오심 반복 없도록 더욱 노력할 것”

지난해 5월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초 2사 1루에서 SSG 오태곤이 삼진 아웃 당한 후 심판과 대화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해 5월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초 2사 1루에서 SSG 오태곤이 삼진 아웃 당한 후 심판과 대화를 하고 있다. © 뉴시스

민주신문=김다빈 기자|만원 관중 앞 4명의 심판이 상황을 재차 판단하려 머리를 맞댔지만 결국 오심이 나왔다. 또 다른 날 다른 경기장에선 심판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선수의 반응이 나오자 즉시 퇴장 처리가 됐다.

2023 KBO리그 프로야구가 개막이 불과 2달이 채 되지도 않은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공식 인정 오심만 2차례 나왔다. 선수와 심판의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올 시즌 여전히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대한 시비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가장 최근 문제가 된 오심 장면은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 KBO리그 LG 트윈스-한화 이글스전에서 발생했다.

1-1로 맞선 9회 말 LG 타자 정주현이 무사 1루 대타로 나섰다. 1볼 상황에서 한화 투수 박상원이 2구째를 던지려 할 때 1루 주자 신민재는 2루를 향해 뛰었다.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던 정주현은 정상 타격 자세로 바꿨다. 이를 의식한 듯 한화 배터리는 외곽으로 투구했다. 한화 포수 최재훈도 완전히 빠진 공을 잡으려 일어섰다.

이 상황에서 정주현은 빠지는 공을 맞히기 위해 배트를 손에서 놨다. 그러자 날아간 배트는 최재훈을 가격했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 채 통증을 호소했다.

이 장면을 두고 파울 여부를 가리기 위한 4심 합의가 이뤄졌다. ▲권영철 주심 ▲전일수 1루심 ▲김병주 2루심 ▲유덕형 3루심이 모여 판정을 논의했다.

이야기를 나눈 심판진의 결론은 '타격 방해'였다. 타자가 목적성을 갖고 배트를 놓은 것이 아니라 포수의 방해가 있어 일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주현이 출루하며 1루 주자 신민재도 2루로 진루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참지 않았다. 곧장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항의했지만, 심판진의 판정은 같았다.

하지만 이는 오심으로 판명됐다. 약 한 시간 뒤 KBO가 이 장면의 오심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 KBO는 "해당 판정은 4심 합의를 통해 한화 최재훈의 타격방해로 판정됐다"며 "KBO 심판위원회 추가 확인한 결과 타격 방해가 아닌 수비 방해로 판정됐어야 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KBO 심판위원회는 징계 등 후속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2만3750명의 관중이 들어와 매진을 기록했다. 만원 관중 속 뜨겁게 달아오른 경기가 오심으로 얼룩진 것.

올 시즌 공식 오심 인정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심판진이 규칙을 잘못 적용해 오심이 나왔다.

경기 4회 초 2사 1·3루에서 KT 김상수가 날린 타구가 2루심 이영재 심판을 맞고 굴절됐다.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야구 규칙에 따르면 김상수가 1루를 밟고, 1루 주자는 2루로 진루한다. 대신 3루 주자는 그대로 3루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규칙을 따지지 않고 잘못 적용해 3루를 벗어난 주자의 득점을 인정했다.

KBO는 이튿날 2루심을 맡은 팀장 이영재 심판위원에 퓨처스리그 강등 및 벌금 100만원 징계 조치를 했다. ▲장준영 주심 ▲김익수 1루심 ▲김정국 3루심 ▲윤상원 대기심에게도 각각 100만원의 벌금 및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지난 2021년 5월 30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대 KT 위즈의 경기, 7회초 2사에서 심판이 KT 9번타자 심우준의 타격에 대해 공을 보며 파울과 스윙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2021년 5월 30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대 KT 위즈의 경기, 7회초 2사에서 심판이 KT 9번타자 심우준의 타격에 대해 공을 보며 파울과 스윙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 뉴시스

당시 징계를 받은 이영재 심판은 이달 1군에 복귀했다. 이 가운데 이영재 심판은 또 다른 판정 시비의 장본인이 됐다.

지난 23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기아 경기의 주심은 이영재 심판이었다. 이 경기 4회 기아의 공격 차례에서 황대인이 경기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이 타석에서 루킹 삼진을 당했다.

당시 한화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는 4구째 타자 몸쪽 직구 깊숙이 투구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듯한 황대인은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아쉬운 탄성을 질렀다. 이와 함께 배트를 땅에 내려놓고 이영재 심판을 잠시 바라보는 모습을 취했다.

앞서 2회 본인의 첫 타석에서도 비슷한 코스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며 루킹 삼진을 당했기 때문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영재 심판도 황대인에게 손짓으로 항의를 말리려는 제스처를 했다. 황대인도 특별한 몸동작 없이 타석을 벗어났다. 이 가운데 이영재 심판은 타석에 내려놓은 배트를 가리킴과 동시에 황대인의 이름을 불렀다. 황대인은 배트를 줍지 않고 그대로 3루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이후 심판이 황대인에게 내린 명령은 퇴장이었다. 본인이 배트를 가리킨 것이 '판정을 받아들이고 예의를 갖추라'는 것이었지만, 선수가 이를 행하지 않았다는 의중으로 보였다.

결국 김종국 기아 감독과 진갑용 수석코치가 그라운드로 나와 심판에 항의했다. 그런데도 퇴장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영재 심판은 앞서 이달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간 경기에서도 선수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지속된 판정 시비라는 논란이 그와 함께했던 것.

당시 경기 8회 롯데 공격 차례에서 타자 전준우가 몸쪽 깊은 공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전준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잠시 서 있던 전준우는 판정을 받아들이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문제는 공수교대 때였다. 전준우는 판단을 다시 확인하고 재차 그 이유를 물었는데, 이영재 심판이 화난 모습으로 롯데 더그아웃에 돌진하기 시작했다.

롯데 코칭스태프들이 그를 말려 충돌로 번지진 않았지만, 관중들의 눈살은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주심의 심기가 불편한 듯 인상 쓰는 모습 또한 TV 중계카메라에 담겼다.

스포츠 경기는 선수뿐 아니라 심판도 함께한다.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진행되는 게 스포츠이기 때문에 매 순간 정확한 판정을 기계처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판정 시비 및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선수와 심판이 서로를 배려해야 하지만, 공식 오심 인정 사례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선수와 심판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KBO 심판위원회도 올 시즌 2번째로 발생한 오심 사례 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허운 KBO 심판위원장은 "심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이고, 이는 심판들도 잘 알고 있다"며 "심판도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팬 눈높이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것에 대해 노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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