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학습 관련 이벤트 공지글에 욱일기 형상화한 이미지 게시
서경덕 “지속적 캠페인으로 욱일기 잘못된 역사 전 세계에 알려야”

© 패러매타시 홈페이지 캡처
© 패러매타시 홈페이지 캡처

민주신문=승동엽 기자 |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시드니 대도시권에 위치한 패러매타(Parramatta)시가 공식 홈페이지에 일본어 학습 관련 이벤트를 공지하며 욱일기 형상화 이미지를 함께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패러매타시 홈페이지 Living-Library 섹션에 접속하면 욱일기를 형상화한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해당 섹션 What’s on-Library events 6월 일정에서 ‘Japanese for Travellers-Parramatta Library at PHIVE’라는 제목의 게시글에 욱일기를 형상화한 이미지가 노출돼 있다.

이 게시글은 패러매타시 산하 도서관이 진행하는 각종 이벤트 공지 중 하나다. 공지에는 일본어 학습을 원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강의가 진행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일본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을 위해 생존 일본어와 일본 문화 체험 등의 강의가 진행된다는 공지다.

문제는 패러매타시가 해당 공지를 올리면서 욱일기를 형상화한 이미지를 함께 게시했다는 것이다. ‘LET’S LEARN JAPANESE’라는 문구와 함께 싸인펜으로 그린 듯한 이미지의 욱일기가 형상화돼 있다. 욱일기 이미지는 패러매타시 도서관 이벤트 목록에서도 썸네일로 노출돼 있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패러매타시는 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주 동부 패러매타 강 연안에 위치한 도시다. 시드니 대도시권에 속해있으며, 호주에서 시드니 다음으로 역사가 깊은 유럽인 정착촌으로도 유명하다. 패러매타시에서는 주요 산업으로 자동차 차체 조립, 제분, 직물, 페인트, 타일, 타이어, 석면 제조업 등이 행해지고 있다.

특히 패러매타시는 호주 전체 한인 인구의 50% 이상이 밀집해 있는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속해있어 해당 소식을 접한 한인 사회에서 큰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욱일기 이미지를 확인한 호주 한인들과 유학생들은 패러매타시에 공식 항의 이메일을 보내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해외에서 욱일기가 사용되는 사례 대부분은 그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라며 “몰랐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욱일기가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라는 것을 세계인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욱일기가 잘못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캠페인 활동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욱일기는 일본제국의 군국주의가 강화되던 시기 일본제국 육군과 해군의 군기로 사용됐다. 1940년대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대동아기'로 불려지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는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로 인식된다.

이로 인해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욱일기와 관련된 논란은 과거부터 끊이지 않았다. 올해의 경우 지난 2월 세계 3대 카니발이자 프랑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니스 카니발에서 욱일기가 연상되는 조형물이 등장했다가 주최 측이 이를 뒤늦게 시정한 일이 있었다.

또한 최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는 욱일기가 붙은 관광 인력거가 활보해 해당 내용이 국내 매스컴을 도배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3·1절에는 세종시의 한 아파트 주민이 일장기를 게양해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3·1절을 포함한 국경일에 일장기·욱일기 등을 게양할 경우 지자체장이 제거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명령에 불응하면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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