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감시 기능 미작동‧CFD 위험성 경고 무시 지적…국회서 질타 쏟아져
주가조작 연루 종목 3년간 조회공시 미요구…“시스템 개선 방지책 마련”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 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 뉴시스

프랑스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로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이 드러난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시장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정상적인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의 시장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 측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전수조사하고 감시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며 진땀을 뺐다.

◇ 국회 출석 손병두 이사장 ‘진땀’

관련업계에 따르면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1일 김근익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손 이사장이 이사장 자격으로 국회에 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정무위는 지난 10일 손 이사장을 전체회의 추가 출석 기관장에 포함시키고 출석을 요구했다.

이날 열린 전체회의에서는 한국거래소의 감지 기능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거래소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주가조작 세력의 대상이 된 8개 종목은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몇 주간 주가가 지속해서 몇 배씩 오르면서 감독당국의 ‘이상 징후 감시체계’가 발동되지 않았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또 “한국거래소는 이번 사태 발생 이전부터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한 주가조작 이상 거래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며 “하지만 정작 이번 주가조작 사태가 CFD를 활용한 시세조종이 이뤄졌음에도 적기에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양 의원은 “영국의 금융감독청(FCA)은 지속적으로 CFD의 위험성 경고와 CFD 운영사의 불법, 부당행위 단속 강화 등 CFD로 인한 투자자 피해 축소를 도모하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금융감독원 런던사무소에서 보고한 사안인데도 이번 사태가 발생해 수백 명이 피해를 봤다면 이는 명백한 정책 실패”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7월 한국거래소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사전예방 활동 등을 통해 경고조치가 상반기 대비 70% 감소했다는 내용”이라며 “그럼에도 주가조작 사태 등 문제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손 이사장은 이날 정무위에서 “그동안 통상 주가조작은 단기간 치고 빠지는 기법이 중심이었다”며 “이에 특화된 감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시스템을 우회하면서 거래소에서 적발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적발 기준을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정부 당국과 협의 중”이라면서 “정보당국으로부터 CFD 계좌 전액 전수를 거래소가 제공받아 전수조사해 매매패턴을 분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출석한 김근익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거래소가 시장감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새로운 유형의 사기적 부정거래에 대해 몇 가지 보도자료를 내면서 시장에 알렸다”고 해명했다.

앞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시장감시주간브리프를 포함해 불공정거래 사전예방 활동을 전개해 왔다. 다만 해당 브리프는 2021년 4월 중단됐으며 집중대응기간 역시 7월 종료됐다.

이 때문에 거래소가 철저하게 불공정거래를 감시하지 않았다는 게 김 의원 주장이다. 이번 주가조작 사태에 연루된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는 집중대응기간 이후인 같은 해 9월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운영했다”며 “시장이 안정돼 예정대로 종료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시장 감시 기능 실적과 구체적인 불공정거래 행위 유형, 새로운 유형 등을 발표하면서 원인을 확인했다”면서 “시세조종과 부정거래를 동시에 저지른 불공정거래 행위는 ‘부정거래’로 통계를 내 수치가 낮게 집계된다”고 말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뉴시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뉴시스

◇ 3년간 1462% 폭등, 감시기능 ‘속수무책’

이번에 대규모 조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된 대성홀딩스, 선광, 삼천리, 서울가스, 다우데이타, 셋방,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은 지난 3년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대성홀딩스의 경우 지난 2020년 1월 2일 이후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달 4월 21일까지 무려 1462%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선광과 서울가스도 각각 910%, 562%에 달했다.

이처럼 주가가 폭등한 가운데서도 이들 종목은 최근 3년간 한국거래소로부터 시황 변동과 관련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거래소의 시세조종포착기간이 통상 100일 이내에 발생한 시세 조종행위를 감시하고 있어서다. 100일간 주가가 90% 이상 상승할 경우 적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주가조작 사태는 통정거래 등으로 의심되는 특이 거래를 1년 이상 해오는 등 장기간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CFD는 기초자산 보유 없이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는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계약의 일종으로, 40%의 증거금으로 최대 2.5배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하는 방식이다.

전문투자자로부터 증거금을 받은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매매해 차익은 투자자에게 주고 수수료를 가져간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증권사 중 CFD 거래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교보증권으로, 거래잔액 규모는 61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키움증권(5576억 원), 삼성증권(3503억 원), 메리츠증권(3446억 원), 하나증권(3400억 원) 순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추정한 이번 주가폭락 사태 피해금액은 총 8조977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대주주와 기관투자자를 제외한 일반 개인투자자의 경우 7만2514명이 773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게 윤 의원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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