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뇌전증’으로 병역 면탈 시도…검찰 징역 2년 구형
모든 혐의 인정, 11년 몸 담은 그룹 ‘빅스’도 탈퇴하기로

[민주신문=최경서 기자]

래퍼 라비. ⓒ뉴시스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가 병역을 면탈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발표하고 공식 사과했다.

라비는 지난 11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잘못으로 인해 피해와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잘못된 선택을 한 저로 인해 상처 입으셨을 뇌전증 환자분들과 가족분들, 지금 이 순간에도 성실히 복무를 이행 중이신 모든 병역의무자분들에게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맞지만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고 호소했다.

병역 기피 시도 전 이미 4급 판정으로 대체복무가 결정됐으나 활동을 위해 복무시기를 연기해왔고 더 이상 연기가 불가능한 시점이 오자 자신이 사내 유일한 수익 창출원이라는 압박감에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설명이다.

라비는 “저는 당시 사내 유일한 수익 창출 아티스트였으며 코로나 이전 체결한 계약서 이행 시기가 기약 없이 늦어져 계약 위반으로 거액의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던 상황”이라며 “복무 연기가 간절한 시점이었고 그 간절한 마음에 해서는 안 될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가수 그 이상의 존재로 오랜 시간 믿고 열렬히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사과했다.

라비는 “팬 여러분들에게 함께한 시간들이 모두 부정당하고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겪게 해 진심으로 죄송하다.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 이렇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라비는 이번 일로 멤버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빅스 탈퇴를 결정했다. 앞서 라비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빅스 멤버 레오, 켄이 팬 사인회를 준비하다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라비는 “빅스 멤버들에게 더 이상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저는 팀에서 탈퇴하기로 했다. 11년이란 긴 시간 동안 부족한 저와 함께해 준 멤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미안한 마음”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많이 꾸짖어주시면 더 깊이 뉘우치고 배우겠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 순간을 잊지 않고 되뇌며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배우고 노력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김정기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라비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라비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병역브로커 구모 씨, 자신이 운영하는 기획사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모 씨와 공모하고 ‘가짜 뇌전증’을 연기해 병역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라비는 만 28세가 된 2021년 이후 병역 연기가 불가능해지자 서울지방병무청에 ‘추후 입영을 일자가 통보될 경우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라비는 병역브로커 구씨에 연락해 병역 면탈을 의논하고 모의했고 허위 뇌전증으로 면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정보를 듣고 구씨에 총 5000만원을 2회에 걸쳐 지급했다. 이후 구씨의 도움을 받아 병역 면탈 계획을 세웠다.

당시 라비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의사 의견에 약을 처방해달라며 말 그대로 ‘생떼’를 부렸다고 한다. 갑자기 실신한 것처럼 연기하고 119에 신고한 뒤 응급실에 도착해선 입원 치료 대신 신경과 외래진료를 잡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래진료에서 라비는 의사에게 1년에 2~3번 정도 자신도 모르게 기절할 때가 있다는 거짓말을 해 뇌파 및 MRI 검사 일정을 잡았고 이 검사에서조차 증상이 발견되지 않아 약을 처방할 수 없다는 의사에게 라비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결국 약물치료 의견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병역 브로커와 조직적으로 뇌전증을 가장해 소집해제를 신청했고 최초 병역 판정 검사 이후 장기간에 걸쳐 병역 이행을 연기하다가 범행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며 “법정에 이르러 자백하고 있지만 수사 당시 증거가 제시되기 전까지는 변명 및 부인을 했던 점을 종합해 구형했다”라고 설명했다.

라비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모두 동의하고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라비가 병역 면탈 시도 전에도 현역이 아닌 4급으로 사회복무대상자였고 현재 병역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소속사 대표로서 직원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선처를 요구했다.

변호인은 “라비는 회사 임직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잘못된 판단을 했다. 반성하고 깊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누군가에겐 20대 젊은 시절이 인생의 정점이고 그 시기가 지나면 직업 생명이 마감된다. 그 점을 변호인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이런 점을 다소나마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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