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초코’ 같은 어른동화, ‘킬링로맨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

말 그대로 ‘대환장 파티’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이선균과 ‘발연기’ 캐릭터의 이하늬, 인간미 넘치는 공명과 뜬금없는 낙타까지. 틀과 상식을 벗어난 코미디 영화가 탄생했다.

‘킬링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혼돈이 있지만 초반 구간을 지나면 남편을 살해하기 위한 기발한 작전을 통해 코미디 진수를 맛 볼 수 있다.

‘킬링로맨스(감독 이원석)’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원석 감독과 주연 배우 이선균, 이하늬가 참석해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원석 감독은 “대본을 받았는데 남편을 죽이는 이야기로 코미디를 한다고 해서 맞지 않는 엇박자가 마음에 들었다. 재밌겠다 싶어서 시작했다”며 “불편할 수 있는 장면을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여러 장치를 넣다 보니 여러 장르가 들어가게 됐다“고 작품을 맡게 된 계기를 밝혔다.

킬링로맨스 주인공들 이야기는 용기로 시작해서 용기로 끝난다. 이 감독도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용기를 전하고 싶었다며 말을 이었다.

이 감독은 “살면서 어느 순간 정체돼 있는데 그때 누군가 나에게 용기를 주면 변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런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작 ‘남자사용설명서’보다 조금 더 제너럴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남자사용설명서가 성공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킬링로맨스는 동화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가고 싶었다. 현실인지 판타지인지 구분이 안 가도록 헷갈리게 하고 싶었다. 이런 부분에서 전작과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악의 없는 악역 이선균 

화제를 모았던 이선균의 파격 변신도 베일을 벗는다. 제작보고회 당시부터 이원석 감독이 킬링로맨스를 본 후엔 이선균 대표작인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몰입하기 어려워질 정도라고 했을 만큼 제대로 망가진 이선균의 180도 변신과 살신성인 코미디 연기는 연신 큰 웃음을 안겼다.

조나단 역을 맡은 이선균은 “대본을 처음 볼 때 요상했다. ‘이건 뭘까’ 싶었다.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캐릭터에 적응하고 나니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특히 팀워크가 너무 좋았다. 조나단 의상도 너무 잘 입혀주셨다. 상황에 몰입하고 상대방 연기를 잘 보면 자연스럽게 그에 맞는 좋은 리액션이 나오는데 이번엔 그게 잘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역할은 악역이다. ‘사연 없는 악역은 없다’는 클리셰가 기본 전제로 깔린 요즘 ‘사연 없는 악역’ 조나단은 반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선균은 자신의 캐릭터를 악역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이선균은 “완전한 악역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행복과 사랑에 있어서 조나단만의 기준이 있었을 거다. 나름 여래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강박이 오히려 여래를 힘들게 한 것 같다. 악의가 없었기에 귀여움을 받을 수 있는 악역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조나단의 ‘인생곡’은 H.O.T의 ‘행복’이었다. 이 노래는 시도 때도 없이 배경 음악으로 깔려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이선균은 “왜 조나단이 ‘행복’을 부르는지 저도 궁금했다”며 “느닷없이 ‘행복’이 나와서 이에 몰입하기 위한 서사를 만들어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자신을 위로해준 곡이지 않았나 했다. 위안곡, 힐링곡이자 일종의 주문이라고 생각했다. 조나단의 정체성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킬링로맨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팁으로는 ‘오픈마인드’를 꼽았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독특한 스토리와 통통 튀는 ‘B급력’으로 관객들 정신을 혼미하게 할 것이라는 이유다.

이선균은 “초반 20분까지는 ‘이 영화 뭐지?’ 싶으실 거다. 뜬금없는 노래들에 당황하기도 하실 것 같다. 저도 그랬다”면서도 “그 뒤로는 재밌게 봤다. 초반 부분만 오픈 마인드로 버텨주신다면 이후에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진정성 있는 코미디 

이하늬는 톱스타로 승승장구하던 도중 발연기로 인해 국민 조롱거리로 전락하면서 은퇴를 결심한 여래 역을 맡았다.

출연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이하늬는 “킬링로맨스를 책으로 볼 때 ‘현웃’이 많이 터졌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면 관객들 반응은 어떨까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말 민트초코같은 영화다. 처음에는 이게 치약인지 초코인지 모르겠다가도 먹다보면 빠져들고 중독되는 그런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하늬가 바라본 여래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었다. 조나단에게 자존감을 갉아 먹히고 무참히 짓밟히지만 절대로 완전히 무너지진 않는 그런 여리지만 단단한 캐릭터였다.

이하늬는 “여래는 ‘난 부족한 사람이야’라고 자기 자신을 못 박았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팠다. ‘그래, 넌 그런 사람이고 발연기야’라며 비난하는 조나단 말을 인정하면서도 실낱같은 희망과 분노를 조금은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코미디 영화지만 코미디라고 가벼운 마음, 장난끼 넘치는 자세로 연기에 임하지 않았고 오히려 진정성 있는 연기를 했다.

이하늬는 “코미디 연기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게 잡는 감정은 없다. ‘누군가 코미디 찍으셨네요?’라고 하시면 그때서야 ‘아 내가 코미디를 찍었구나’ 깨닫는다”며 “코미디일수록 오히려 진정성 있게 연기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미디는 타이밍, 센스, 엇박의 묘미 등 여러 가지 합이 들어맞아야 해서 어렵지만 배우인 제 입장에선 가짜가 아닌 아주 진짜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힘을 줬다.

여래 응원가로 가수 비의 ‘레이니즘’을 편곡한 ‘여래이즘’이 탄생한 비화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이하늬는 “‘여래이즘’과 관련해서 비와 통화했다. 원곡인 ‘레이니즘’ 가사에 ‘Bad boy’가 있어서 이걸 ‘Bad Girl’로 바꿔야 하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녹음을 다시 해줬다. 무보수로. 월드스타 비님께 감사 말씀 전한다”고 말했다.

영화 킬링로맨스는 이달 1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