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챔피언결정전서 도로공사에 ‘리버스 스윕’ 패 준우승
시즌 후 계약 만기…은퇴 걱정에 “현역 연장 가능성 열려 있다”

[민주신문=최경서 기자] 

지난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서 김연경(35‧흥국생명)이 경기 도중 숨을 고르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지난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서 김연경(35‧흥국생명)이 경기 도중 숨을 고르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유니폼을 입고 코트 위에 선 ‘배구 여제’ 김연경을 조금 더 볼 수 있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고려했던 김연경이 선수 생활 연장 가능성을 내비친 것.

김연경이 속한 흥국생명은 지난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총 2시간 38분 역대 챔프전 최장시간으로 치러진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5차전서 풀세트 접전 끝 한국도로공사에 세트스코어 2-3(25-23, 23-25, 23-25, 25-23, 13-15)으로 졌다.

흥국생명은 1~2차전을 연속으로 따내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으나 도로공사에 ‘리버스 스윕’(승리 없이 1번만 더 패하면 탈락하는 상황에서 남은 경기를 전부 승리하는 것)을 허용하고 시리즈 전적 2-3으로 준우승에 그쳤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에서 득점 30점(공격성공률 45.45%)을 퍼부으며 국내 선수 중 최다득점을 내는 등 고군분투했으나 끝내 팀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김연경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너무 아쉽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다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많은 기회가 왔는데 그 기회를 놓친 게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오늘도 기회가 왔고 먼저 리드하고 있다가 역전을 허용했다”고 아쉬워했다.

시즌 도중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기에 우승을 차지한 도로공사 선수들 이상으로 김연경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구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오늘 경기에도 정말 많은 팬들이 오셔서 응원해주셨고 그분들이 제가 더 뛰길 원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을 못해 고민이 더 깊어진 것도 분명히 있지만 많은 팬들이 원하시기에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기가 어렵다. 종합적으로 잘 고려해서 결정하겠다”며 “(현역 연장)가능성은 열려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2-23 도드람 V리그' 도로공사와 흥국생명 경기서 김연경(35‧흥국생명)이 득점에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2022-23 도드람 V리그' 도로공사와 흥국생명 경기서 김연경(35‧흥국생명)이 득점에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 ‘배구 여제’ 김연경

김연경은 2005-2006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부터 3시즌 연속 정규 리그 MVP를 수상하며 V리그 최고 선수로 도약한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보낸 4시즌 중 부상에 시달렸던 한 시즌을 제외하면 모두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이후 김연경은 터키, 중국 등 해외 무대에서도 우승을 이끌며 ‘배구 여제’라는 칭호를 얻고 3년 전 다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첫 FA를 취득한다.

떠난 지 2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 김연경 복귀로 흥국생명은 올 시즌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나머지 6개 구단 감독 모두 흥국생명을 경계 대상 1순위로 꼽을 정도로 김연경의 존재는 상대에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구단 내 잡음이 일었다. 흥국생명을 이끌고 2위로 순항하던 권순찬 감독이 부임 8개월 만에 돌연 경질되면서 팀은 김대경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러야 했다.

이에 김연경은 팀 내 베테랑으로서 동료들을 다독이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섰다. 여기에 김연경과 터키 리그에서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흥국생명은 내홍을 딛고 결국 정규 리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을 잡고도 남은 경기를 내리 내주며 ‘0% 기적’의 희생양이 됐다. V리그 여자부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이었다. 그토록 바라던 왕좌를 눈앞에서 놓쳤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 공격성공률 1위(45.76%), 득점 전체 5위(669점, 국내 선수 1위)에 올랐고 1~6라운드 MVP를 4차례나 받았다. 이날 우승했다면 남, 여자부 통산 최다인 5회 MVP 수상이 확실시됐던 상황이었다.

'2022-2023 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경기서 김연경(35‧흥국생명)이 공격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2022-2023 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경기서 김연경(35‧흥국생명)이 공격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 은퇴 고민 이유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한 김연경은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은퇴로 선수 커리어를 마치거나 흥국생명과 재계약으로 동행을 이어가거나 V리그 내 타 팀으로 이적하는 등 선택지는 3가지다.

당초 김연경은 은퇴에 무게를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상 눈앞에 뒀던 우승에 놓치며 얘기가 달라졌다. 은퇴 의사를 나타냈던 건 분명하지만 그 전제는 “정상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자신을 향해 엄청난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도 눈에 밟힌다. 올 시즌 여자부 정규리그에서 총 21차례 매진 기록이 나왔는데 이 중 흥국생명 경기가 무려 90.4%(19회)에 달했다.

선수 생활을 연장한다면 어느 팀에서 뛸 지도 고민이다. 그는 흥국생명의 상징적인 선수지만 흥국생명에서 뛰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흥국생명에서 더 뛰면서 자존심을 회복할 수도 있고 아예 다른 팀에서 새 도전에 나서며 유종의 미를 거둘 가능성도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