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결정전서 현대캐피탈에 3-2 승리, 시리즈 전적 ‘3전 전승’
정규리그‧컵대회·챔피언결정전 정상…역대 두 번째 남자부 트레블

[민주신문=최경서 기자]

지난 3일 충남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우승한 대한항공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충남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우승한 대한항공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을 꺾고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며 창단 첫 트레블(정규리그 1위, 컵대회·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남자배구 역사상으로는 지난 2009-2010시즌 삼성화재 이후 두 번째 트레블이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 이후 약 13년 동안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트레블을 이루는 역사를 쓰게 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3차전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2(23-25, 13-25, 25-22, 25-17, 15-11)로 물리치고 시리즈 전적 3전 전승으로 통산 4번째 정상에 올랐다.

반면 4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현대캐피탈은 아쉽게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시즌 정규리그까지 1위로 마친 대한항공은 3시즌 연속 통합 우승에 성공하면서 삼성화재(2011-2012∼2013-2014시즌)가 보유한 최다 우승 기록과도 타이를 이뤘다.

‘2대 왕조’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프로 스포츠에선 챔피언 결정전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면 3년간 독보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독점했다는 의미로 ‘왕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어권 국가에서도 특정 구단이 3연패를 차지할 경우 왕조, 다스리는 시대 등 의미인 ‘Dynasty’라고 표현한다.

‘1대 왕조’ 삼성화재는 3시즌 연속 통합 우승 이후 2014~2015시즌에도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치며 4시즌 연속 통합 우승 금자탑에 도전했으나 챔피언 결정전서 당시 창단 2년차 신생팀이던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에 충격의 3전 전패로 자존심을 구기고 물러난 바 있다.

이후 삼성화재는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충남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우승한 대한항공 선수들이 조원태 한국배구연맹 총재를 헹가래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충남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우승한 대한항공 선수들이 조원태 한국배구연맹 총재를 헹가래 하고 있다. ⓒ뉴시스

◇ 1~2세트 내주고 대역전 드라마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 벼랑 끝에 몰린 대한항공은 전열을 정비한 뒤 3세트와 4세트를 내리 따내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당초 대한항공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초반은 안방으로 돌아온 현대캐피탈이 분위기를 잡았다. 두 팀은 1세트 내내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을 펼쳤지만 22-22에서 승부가 갈렸다.

현대캐피탈의 오레올 까메호(등록명 오레올)가 엄청난 점프력으로 득점하며 경기 균형을 깼고 연속 득점으로 세트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이후 허수봉의 터치아웃을 유도하며 25-22로 1세트를 따냈다.

현대캐피탈 기세는 2세트에도 이어졌다. 현대캐피탈은 5-5에서 상대 서브 범실을 시작으로 허수봉의 후위공격, 김선호의 서브에이스, 오레올의 블로킹 등 6득점을 연속으로 올리며 11-5를 만들었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한 번도 리드를 놓치지 않고 25-13으로 2세트도 무난히 가져갔다.

대한항공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3세트 초반 정지석의 강서브로 반격의 시작을 알렸다. 상대 범실과 링컨의 활약으로 19-17로 리드를 지키던 대한항공은 세트 후반 박상하의 속공 2개와 허수봉의 백어택을 앞세운 현대캐피탈에 잠시 역전을 허용하긴 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허수봉의 서브 범실, 정지석의 블로킹으로 한숨을 돌렸고 이후 링컨의 공격 득점과 김규민의 블로킹으로 3세트를 25-22로 따냈다.

대한항공은 4세트서 분위기를 완전히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세트 시작과 동시에 7연속 득점으로 7-0을 만들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세트 초반 만든 간격을 그대로 유지한 대한항공은 4세트를 25-17로 가져가며 승부는 마지막 5세트로 이어졌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던 현대캐피탈은 선발로 출전했던 선수를 모두 빼고 5세트를 대비하는 승부를 뒀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의 숨 고르기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승부처에서 터진 곽승석의 2연속 득점으로 3점 차 리드를 가져간 대한항공은 링컨과 정지석이 연달아 점수를 냈다.

챔피언 등극까지 1점만을 남겨둔 14-11 매치 포인트에서 링컨이 날린 강타가 현대캐피탈 블로커의 손끝에 맞고 관중석으로 향하며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대한항공의 링컨은 이날 34득점(공격성공률 65.3%)으로 맹활약했고 정지석이 서브 에이스 5개를 곁들인 17득점으로 우승을 견인했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20득점)과 오레올(16득점), 김선호(11득점) 삼각편대가 분전했지만 팀의 대역전패로 우승을 코앞에서 놓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 3일 충남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우승한 대한항공 선수들이 메달과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충남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우승한 대한항공 선수들이 메달과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뉴시스

◇ ‘2대 왕조’에 오르기까지

프로배구 출범 이후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 밀려 줄곧 ‘만년 2위’ 혹은 ‘만년 3위’ 취급을 받았던 대한항공이 도약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10-2011시즌부터다.

남자배구 최강팀으로 군림하던 삼성화재가 2010년대 중반 이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고 그 자리를 대한항공이 차지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6-2017시즌 정규리그 1위를 시작으로 7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에 6번 진출해 그중 네 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이와 같은 대한항공의 도약은 구단의 꾸준한 투자와 올바른 방향성, 선수단 노력 등이 만들어낸 결과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6-2017시즌을 앞두고 해외 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박기원 감독을 선임해 세계 배구에서 대세인 ‘스피드 배구’를 팀에 접목했고 그 결과 다음 시즌인 2018-2019시즌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뤄냈다.

2020-2021시즌에는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을 선임해 창단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산틸리 감독이 리그를 떠난 뒤에는 1987년생 핀란드 출신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을 선임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부임 첫해인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대한항공에 통합 우승을 선물했다.

리그 최고의 세터 중 한 명인 한선수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1985년생인 한선수는 '코트 위의 기장' 노릇을 톡톡히 하며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팀의 중심에 섰다.

구단은 전성기를 맞이한 팀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정지석과 역대 FA 최고액인 9억2000만원에 계약했고 곽승석과 7억1000만원에 사인하는 등 FA시장에서 총 24억47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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