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배정 앞두고 민감한 前학년 성적 유출...대놓고 문제제기 못하고 학생들 상처 남아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서울시교육청 청사 전경. ⓒ뉴시스
서울시교육청 청사 전경. ⓒ뉴시스

서울 한 국립 중학교에서 3월 새 학기 반 배정을 앞두고 학생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개인정보 유출로 학생들의 전(前) 학년 성적이 모두 공개되는 등 민감한 정보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는 것. 

배경은 이렇다. 지난 2월 25일 중2학년(예비 3학년) 한 학생이 반 배정·이름·생년월일·전 학년 성적이 기록된 서류를 찍어 SNS에 올렸다. 또 다른 학생도 다른 반의 배정·이름·전 학년 성적이 나온 서류를 SNS에 올리면서 이 학교 3학년 진학 예정인 학생들이 이 정보를 전부 알게 됐다. 

문제는 사고 뒤 학교의 대응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한 학교 측은 이틀 뒤인 27일 관리 소홀로 인한 정보유출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해 학부모에게 개인정보유출 관련 안내 문자를 보내 개인정보를 유통·재가공해 활용할 시 민형사상 처벌을 받는다는 통보를 했다.  

특히 학교 측은 정보관리 허술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기 보단 유포한 학생에게 초점을 맞춰 정보 유통 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식의 문제 확산 차단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친한 사이에도 서로 성적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민감하게 생각하는 성적이 낱낱이 공개돼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번 일과 관련 "학교엔 별다른 불만표시는 한 적이 없다"며 "혹시 모를 보복이 두려운 점이 있었다"는 반응과 더불어 한 학부모는 "혹시나 아이에게 학교측에서 어떤 보복이 있을까 두려워 쉬쉬하는 분위기다. 아이에게 어떤 피해가 갈까 싶어 대부분 문제를 들춰내기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고 발생 이후 몇몇의 학생들은 감추고 싶은 예민한 성적 공개에 당황스럽고 반 배정에서 성적으로 서열이 나뉜다는 느낌에 당혹스럽지만 피해를 호소하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교 공사로 인해 해당 문서가 노출되는 사고가 있었다"며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고 이후 유출관련자를 확인하고 게시글 삭제를 요청해 완료했다"고 말했다. 

또 "개인정보 노출로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는 심리상담 치료를 지원하고, 학생과 교직원 모두에게 개인정보와 관련한 지도를 했다"고 밝혔다.

정보관리 소홀 책임에 대해선 "서울시교육청에도 통보돼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고, 감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