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최경서 기자]

김단비(33‧우리은행)가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서 MVP를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단비(33‧우리은행)가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서 MVP를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자프로농구(WKBL) 아산 우리은행의 김단비(33)가 선수경력 16년 만에 처음으로 MVP 왕관을 썼다.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서 MVP로 김단비가 선정됐다.

김단비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모든 경기(30경기)에 출전해 득점 17.17점, 8.77리바운드, 6.1어시스트, 블록슛 1.3개 등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기자단 투표 110표 중 무려 107표를 받아냈다.

또한 김단비는 베스트5, 우수수비선수상, 윤덕주상, 블록상까지 수상하며 무려 5관왕을 수상했다. 이는 WKBL 역대 7번째 5관왕이다.

김단비의 활약에 힘입은 우리은행은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많은 악재 속에서도 정규리그 25승 5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고 2위 BNK 썸(17승 13패)을 크게 따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한 자릿수 패배를 기록한 팀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 “내 것이 아닌가 싶었죠”…길었던 마음고생

오래 걸렸다.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로서 매번 강력한 MVP후보로 언급됐던 김단비지만 실제로 MVP 자리에 앉기까지는 1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김단비는 2007~2008시즌 신한은행 소속으로 프로에 데뷔해 퓨처스리그서 블록슛 부분 3연패(2008~2010)와 득점상, 스틸상(2009)을 수상하면서 일찌감치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1~2012시즌 베스트5에 선정됐고 2014~2015시즌에는 국내 공헌도 1위, 득점 2위, 리바운드 1위, 블록슛 1위, 스틸 5위 등의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독 정규리그 MVP와는 인연이 없었다. 김단비도 “처음 신한은행에서 우승했을 때도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며 “다음에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기간이 길어지니 내 것이 아니구나 싶어 내려놨었다”고 했다.

◇ 15년 뛴 팀 떠나 MVP…“위성우 감독님께 감사, 신한은행 잊지 않겠다”

신한은행은 2011-2012시즌 우승 이후 당시 코치였던 위성우 현 우리은행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팀을 떠나면서 우승과 거리가 멀어졌다.

결국 김단비는 2021-2022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로 15년 몸 담은 신한은행을 떠나 우리은행으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적 후에도 상황은 쉽지 않았다. 날선 비판도 받았다. 그러나 김단비는 최이샘, 박혜진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워 팀이 어려운 순간에도 전경기에 출전해 팀의 주 득점원으로 활약하는 등 팀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이런 활약을 인정받아 기자단 투표서 97%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고 마침내 MVP 단상에 오르며 16년 묵은 한을 풀었다.

김단비는 “우리은행으로 이적해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며 “내 이력에 MVP가 들어가 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친정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신한은행을 ‘친정같은 곳’이라고 표현한 김단비는 “신한은행은 항상 내 마음 한 쪽에 있다”며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16년 전 제대로 된 슛조차 하지 못하던 선수를 잘 키워주신 위성우 감독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며 은사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꿈에 그리던 MVP를 손에 넣었지만 김단비는 아직 자신이 전성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김단비는 “손흥민(토트넘핫스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며 “전성기는 앞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뜻이라고 하셨다. 후배들에게 따라잡히지 않도록 노력해서 최대한 늦게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챔피언에 도전한다. 우리은행은 오는 11일 정규리그 1위부터 4위가 치르는 WKBL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에 우승팀 신분으로 참가한다. 공교롭게도 첫 상대는 친정팀 신한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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