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육가공업 넘어 가정간편식 시장도 선도 채비
MSG NO! 라면 인식을 바꾼다, 이젠 '건강라면' 시대
전북 식품클러스터와 연계, 식량주권 사수에도 나서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전라북도 익산시 망성면에 위치한 (주)하림 본사 전경. 
전라북도 익산시 망성면에 위치한 (주)하림 본사 전경. 

지난 주 방문한 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한 국내 닭고기 1위 업체 ㈜하림은 2023년을 종합식품회사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고 포부를 드러내는 듯 보였다.

하림 방문에서 느낀 건 모든 생산공정을 볼 수 있게 만들어진 공장 투어 라인이다. 새롭게 단장한 하림 본사를 비롯해 ㈜하림산업 퍼스트키친 공장에 이르기까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공정을 직접 볼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하림 관계자는 “현장을 직접 보는 것만큼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없다는 철학으로 증설단계부터 견학코스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고 말했다.   

하림은 닭고기 육가공업이 주력이다.  국내 9개 생산라인에서 하루 평균 70만 마리의 닭들을 처리한다. 성수기인 여름에는 일 평균 120만 마리까지 도계 한다고 한다. 이 같은 대규모 처리 시설임에도 생산부터 가공까지 모든 공정이 동물 복지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하림측은 “농장에서 도계장 도착까지 모든 과정들이 동물 친환경적인 시스템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닭고기가 생산되고 있는 곳으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가 ‘치느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닭고기 소비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OECD 평균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15KG 정도로 OECD 평균(32KG)에 절반도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1인당 연간 소비량이 50KG 정도 된다. 관계자는 “실제로는 우리나라가 닭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아니다”라며 “선진국으로 갈수록 백색육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하림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들이 진열관에 나열되어 있다. 관계자는 "닭고기 한 마리로 약 800여 종의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기자
(주)하림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들이 진열관에 나열되어 있다. 관계자는 "닭고기 한 마리로 약 800여 종의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기자

닭고기 회사에서 라면회사 변모

하림 본사에서 차로 10분 거리 엄청난 규모의 또 다른 하림 공장이 있다. 부지면적만 12만3429제곱미터(3만6500평) ㈜하림산업 퍼스트키친 공장이라 이름 붙인 이곳에선 즉석밥, 덮밥, 라면, 국, 탕, 찌개류 등 하림이 최근 선보인 가정간편식품들이 생산되고 있었다. 

그 시작을 알린 제품은 라면이다. 지난 2021년 10월15일 하림은 ‘The 미식 장인라면’을 시장에 내놨다. 라면천국이라는 일본 다음가라면 서러워할 대한민국에 그것도 메이저 식품회사들이 견고하게 자리 잡은 라면시장에 후발주자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우리나라는 식품업 특히 라면시장은 1~3위 업계 구도가 확실히 자리 잡은 산업으로 통한다. 그만큼 새로운 라면을 갖고 시장 개척을 한다는 것은 ‘중동에 기름을 판다’고 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통한다. 

생뚱맞은 라면 출시에 대해 하림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라면을 대표적인 인스턴트식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라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여기는 MSG 없는 자연재료만 넣는 공장으로 지었다. MSG가 나쁜 건 아니지만 사람들은 MSG가 들었다고 하면 일단 좋게 보지 않는다. 라면엔 MSG가 들어가 있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 좋은 식재료만을 이용해 라면을 먼저 내놓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런 인식 타파에서부터 식품시장 장악이 시작된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더 미식 장인라면’은 담백한 맛, 얼큰한 맛 두 가지 맛의 라면을 시장을 내놓았다. 가격은 기존 라면보다 비싸다. 자연재료와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 비용 등 품질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하림 라면에는 MSG가 없다. 국물을 가루로 내지 않고 액상으로 낸다. 건더기도 큼직하고 면발은 쫄깃하다. 일반 라면 맛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겐 다소 밋밋한 국물맛이라는 혹평도 있지만, 신선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맛이 그동안 굳혀진 라면 맛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자연재료를 그대로 살려 가정식으로 먹는 밀키트식품 개척에도 나선 하림은 유니자장면도 출시했다. 일반 자장라면 맛보단 흔히 중국집에서 먹는 자장면에 가까운 맛이 난다. 하림의 승부수는 신선한 재료를 바탕으로 원재료 맛을 살린 기술에 있었다. 

라면을 처음 출시했을 때 기존 라면업체에선 ‘한국 라면시장이 어떤 곳인데 그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았냐’고 콧방귀를 꼈다고 한다. 그러나 품질에 대해서는 기존 선도업체도 아무말 하지 못했다고 하니 이제는 라면도 건강라면 시대인 것이다. 

하림 관계자가 제품의 생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간편식품 시장이 계속  커져 즉석밥, 라면, 국, 찌개 등 새 제품들의 출시가 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철 기자
하림 관계자가 제품의 생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간편식품 시장이 계속  커져 즉석밥, 라면, 국, 찌개 등 새 제품들의 출시가 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철 기자

주방개념이 달라진 시대... 식량주권도 중요

하림이 종합식품회사로 도약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식생활 변화도 한몫했다. 

부엌이라고 하면 기존에는 밥을 지어 먹는 조리(Cooking)의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다이닝룸(Dining Room) 개념으로 먹을거리를 즐기는 공간이 됐다. 먹을거리는 꼭 요리하지 않아도 된다. 밀키트를 데우거나, 주문으로 음식을 건네받으면 된다. 하림이 밥, 국, 탕, 찌개류 등 가정식에 집중하는 이유다. 

전 세계 식품산업 규모는 대략 9000조원 정도로 추정한다. 반면 우리나라 식품산업은 선진국치고 규모가 작은 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5.8%이다.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2%에 불과하고 특히 쌀을 제외한 밀·대두·옥수수 등의 곡물 수입 의존도는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 시대 식량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선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림의 종합식품회사로의 변모는 국내 식품시장 방어 차원도 있다. 좋은 품질로 생산, 가공과 유통을 담당하고, 농가 역시 생산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복합 상생을 추구한다. 그러기 위해선 농업이 살아야 하고 지속성이 담보돼야 한다. 식품산업이 활성화되면 농업산업이 뒤따라 견인되기 때문에 농업 선진화의 문도 열리게 된다.

하림은 기업과 농촌 상생을 통한 사업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설립 37주년(창업1986년)을 맞은 하림이 동북아 식품허브로 성장하고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위치한 전북 익산에 터를 잡고 종합식품회사로 도약하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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