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언론인
이상우 언론인

국회 표결을 앞두고 있는 구속영장 피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0년대의 정치인 조봉암, 군사정부 시절의 야당 투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한 박해를 들고 나왔다. 이 정치인들은 결국 무죄로 밝혀졌지만 사형이나 옥살이를 면치 못했다는 예를 들면서 자신의 처지와 비교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와 위의 세 정치인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조봉암 씨는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이승만 정부 밑에서 국회부의장, 농림부 장관을 지냈지만 독재 정권에 저항하다가 이념적인 프레임이 씌워져 사형을 당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사정권 연장을 반대하다가 서대문 교도소에 갇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군사정권과 맞서서 민주화 투쟁을 하다가 사형을 선고 받았다. 이렇게 명분이 뚜렷하고 누가 보아도 죄가 될 수 없는 정치인이 진짜 독재정권에 의해 고초를 겪은 소신 정치인들이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자신을 정의를 위해 정치 투쟁한 정치인의 반열에 끌어올리려는 것이 아닌가 해서 의아스럽기 그지없다.

이재명 대표의 범죄 혐의가 민주화 투쟁이나, 독재정치의 연장에 대한 투쟁과 비교 할 수가 있단 말인가. 2023년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가 이승만의 자유당 독재정부인가, 아니면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군사독재 정부인가. 국민의 결정에 의해 탄생한지 1년도 안된 신생 정권이다. 더구나 이재명 의원의 범죄 혐의 수사의 시작은 문재인 민주당 정권 때였고, 지금은 그 연장 선상에서 마무리 사법처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총장은 의례적인 성명을 내고 이재명 대표의 혐의는 ‘중대한 토착비리’라고 했다. 검찰의 구속 영장은 대체로 3가지 중요범죄혐의를 150쪽에 이르는 방대한 논지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과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 은닉규제법 위반 혐의와 증거인멸 우려로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1년 징역형에 해당하는 중대한 토착비리 범죄혐의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줄거리만 보아도 3가지이다.

첫째는 ‘제3자에 의한 뇌물 수수’ 혐의이다. 성남 시장 당시 성남 FC 운영자금을 모금하면서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으로부터 불법 후원금 133억 5천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대장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측근들과 밀실 행정을 통해 공범들의 사익을 추구하여 이익금의 70%에 해당하는 4895억의 수익을 회수하지 않아 중대한 ‘배임’죄의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자체의 영향력과 금품로비 등으로 지방권력 분립을 무력화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번째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조직적 저지를 했으며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해 불리한 진술을 번복하도록 종용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위례도시 개발 비리 혐의도 있다. 수사 중인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도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언제 악재로 더 보태질지 예측할 수 없는 복병으로 남아 있다. 현재 재판이 진 행중인 선거법 위반 사건도 있다.

이 혐의들은 모두 이재명의 의원의 현재 위치인 민주당 대표나 국회의원 재직 때와는 상관이 없는 성남 시장 때 일어난 일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그렇게 많은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제1야당 대표로 뽑은 게 초유"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야당 대표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를 비꼰 셈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 측의 반응은 “윤석열 검찰독재가 없는 죄를 만들어 내는 서투른 소설을 써서 정치 보복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의원들과 보좌진 등을 총동원하여 구속영장 신청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있다. 의원들의 이탈 방지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사건은 단군 이래 가장 큰 치적을”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그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 반열에 오를 위대한 업적이다. 사법절차가 끝나면 밝혀질 일인데 구속영장 같은 절차에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서 졌기 때문에 당하는 정치보복”이라는 것을 앞세워 한국 정치사에서 대다수 국민들의 호응을 얻은 민주화 투쟁, 군정 반대 투쟁을 하다가 수난을 당한 선배 정치인들의 반열에 자신을 올려놓으려고 한다면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who is>
이상우 언론인, 소설가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
국민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goodday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 역임. <세종대왕 이도> <신의불꽃>등 역사 및 추리소설 400여 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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