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언론인
이상우 언론인

여러 가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일 중요 뉴스로 터져나오는 검찰발 범죄 혐의에 대해 “소설을 쓰고 있다”고 대응하고 있다.
검사가 소설을 쓰고 있다는 단순한 비유에서 시작하여 “연기력이 형편없고, 연출도 못한다.” “검찰의 이번 신작은 종전의 검찰 실력으로 보아 잘 안 팔릴 것”이라는 문학 평론까지 곁들였다.
검사가 소설을 쓴다는 말은 이 대표가 처음 한 말은 아니다. 마약 복용 혐의로 재판을 받던 톱스타 황수정씨가 재판정에서 검사의 논고를 들은 뒤 “검사님, 소설 쓰시네"라는 말을 해서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2001년 12월 11일 톱클래스 연예인 황수정 씨가 마약 흡입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검사에게 항변한 내용이 ‘goodday' 신문 60판 제1면에 톱 제목으로 보도되었다.

정치인이 “소설 쓴다”고 해서 화제가 된 것은 추미애 법무장관 시절이다. 2020년에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 회의 도중 추미애 법무 장관은 아들의 군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소설 쓰시네”라고 말을 했다가 야당의 공격을 받았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국회의원들이 소설가입니까?” 하고 반박했다. 장제원 의원은 "피감기관장이 차관과 헌법기관인 의원이 질문답변하고 있는데 '소설 쓰시네'라고 조롱하듯 말하는 것은 '국회 모독'"이라고 말했다.

정치인들뿐 아니고 진짜 소설가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소설가협회는 김호운 이사장과 회원들 명의로 성명을 내고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한 것은 어려운 창작 여건에서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라며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소설은 독자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끔 창작해 낸 예술 작품”이라며 “이런 소설의 기능과 역할을 안다면, 어떻게 ‘소설 쓰시네’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 소설이 무엇인지 알면서 그런 말을 했다면 더 나쁘다”고 항의를 했다..

이재명 대표의 ‘소설 쓰는 검사’ 주장에 대한 반격도 만만치 않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쌍방울이 자신의 방북용 자금으로 북한에 300만달러를 보냈다는 의혹을 ‘검찰의 신작 소설’이라고 일축한 것에 대해 “신작 소설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한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시리즈”라고 반격했다.
그러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당 대표의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공소장을 놓고 “정치인 이재명의 일대기에 꿰맞춘 대하소설”이라며 “배임 (혐의) 논리가 성립될 수 없다”고 ‘소설가 검사’ 논리를 뒷받침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검사가 소설 쓴다는 프레임만 만들었을 뿐이지 혐의를 뒤집을 확실한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 문학 수업을 하지 않은 검사들이 과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썼다고 해도 독자들이 인정할 만한 작품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다. 하기는 현직 검사이면서 추리소설을 발표해서 인기를 얻은 서아람씨 같은 작가도 있기는 하다.
소설은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을 소재로 쓴다.
독자가 명작 소설을 읽으며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것은 ‘인간관계의 진실성’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터무니없는 일’, ‘있을 수 없는 일’을 소설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야말로 소설 모독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존스타인백의 <분노의 포도>나, 펄벅의 <대지>같은 민중의 절실함을 표현한 소설을 쓸 수 있는가. 김성종의 <최후의 증인>처럼 진실을 추적하고 밝혀내는 소설을 쓸 수 있는가.
여야를 막론하고 낯 뜨거운 정치 싸움에서 ‘소설’을 더 이상 모독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WHO IS>
이상우-언론인, 소설가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
국민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goodday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 역임.
<세종대왕 이도> <신의불꽃>등 역사 및 추리소설 400여 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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