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두 언론인
이원두 언론인

국제통화기금(IMF)이 올 세계 경제 실질성장률 예측치를 작년 10월 시점의 전망치에서 0.2%포인트 높은 2.9%로 발표했다. 미국 서비스업의 고용률이 낮아짐에 따라 인플레이션 걱정이 줄어든 것,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벗어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IMF보고서는 경기후퇴기에 일어나는 국내 총생산(GDP) 감소 등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내년(2024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보다 0.2%포인트 높은 3.1%로 전망했으나  이는 지난 10월 예상치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올해 1.2%의 성장률을 보일 선진국의 경우 내년엔 1,4%, 신흥국은 4%에서 4.2%로 높아지겠으나 중국 성장률이 올 수준(5.2%)에 미치지 못하는 4.5%에 머물 것으로 본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한국 성장률은 작년의 예상치(2%)보다 0.3%포인트나 낮춘 1.7%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IMF가 선진국 가운데 성장률을 낮춘 곳은 영국과 한국뿐이다.
영국은 전임 트러스 수상이 대규모 감세와 재정 풀기에 실패한 뒤 사임하자 금융긴축과 에너지 가격 폭등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성장률을 0.9%포인트 낮추는 바람에 결과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트러스 전 수상은 감세와 재정으로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가 늘어나고 따라서 경제성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실험이었다.
따라서 마이너스 성장의 영국과 비교할 때 1.7%이기는 하지만 플러스 성장이 기대되는 한국경제는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러나 영국을 마이너스 성장으로 몰아넣은 요인인 금융경색과 에너지 가격 폭등은 한국경제에도 발등의 불로 작용하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예비비 1천억원을 비롯하여 난방비 보조에 1천 8백억 원을 긴급 마련하는 등 불 끄기 대책에 골몰하고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급한 불 끄기’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영국의 전임 수상 트러스는 재정방출과 감세 정책이 실패하자 44일 만에 물러나고 수낙 수상이 그 뒤처리와 수습에 나섰다. 소득 주도 성장정책,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그리고 탈원전으로 국가 경제 체력을 크게 훼손시킨 ‘그 5년’을 수습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비슷한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점은 영국의 경우 정책 실패자는 44일 만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입을 다문 반면 ‘그 5년’의 주력 그룹은 여전히 큰소리를 치면서 현재 상황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따른 것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이 다를 뿐이다. 또 정책 실패에 따른 짐을 영국은 시민이 나누어지는 데 한국은 정부가 책임지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차이라면 차이다.

이러한 차이는 앞으로 경제운용에 상당한 짐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IMF는 세계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잠복한 리스크의 파괴력에 대한 경고도 아끼지 않았다. 코로나 대응으로 쌓인 과잉 가계저축 규모가 예상한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점,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소비 진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에도 탄력을 줄 것이기 때문에 금융긴축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민대책과는 상충하는 면이 없지 않다. IMF가 유독 한국 성장률을 낮추어 잡은 이유의 하나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로서도 고민이 없을 수 없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입법부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거대 야당이 집권 당시에는 ‘소주성, 탈원전’ 등 ‘경제적 포퓰리즘’으로, 야당이 된 지금은 ‘입법 횡포와 방탄’ 등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윤 정부 흔드는 데 정신을 못 차리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 여당만의 힘으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을 뚫고 정상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것은 누가 모더라도 무리한 일일 것이다. 따라서 이쯤 해서 입법부를 장악한 거대 야당은 이성과 상식을 회복, 국가경영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경제를 살려 국리민복에 이바지하는 길인 동시에 내년 총선에 대비하는 합리적인 전략일 것이다.

<WHO IS>
이원두
칼럼니스트. 언론인. 번역가
한국일보 부장, 경향신문 문화부장 부국장
내외(현 헤랄드)경제 수석논설위원, 파이낸셜 뉴스 주필
한국추리작가협회 상임 부회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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