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집전, “지혜, 헌신에 감사”
5만여명 운집‧20만 조문…성 베드로 지하 묘역서 영면

[민주신문=전소정 기자]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간) 향년 95세로 선종한 고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이 2일 바티칸 경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안치돼 있다. ⓒ 뉴시스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간) 향년 95세로 선종한 고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이 2일 바티칸 경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안치돼 있다. ⓒ 뉴시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 묘역에서 영면에 들었다.

지난해 마지막 날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장례식이 지난 5일 오전 9시 30분(현지시간)께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장례 미사는 추기경 120명과 주교 400명, 사제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으며, 바티칸 영공은 장례 미사를 위해 폐쇄됐고,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조기가 게양됐다.

가톨릭 2000년 역사상 후임 교황이 전임 교황 장례 미사를 집전한 것은 지난 1802년 비오 7세 교황(후임)과 비오 6세 교황의 사례 이후 두 번째다.

장례 미사 당일 5만 명 이상 조문객이 새벽부터 몰렸고, 일반인 조문 기간이었던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조문객은 20만명을 넘어섰다.

베네딕토 16세는 생전 간소한 장례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교황청은 현직 교황 장례 미사와 거의 동일한 절차로 진행하며 전임 교황을 예우했다.

이날 장례 미사에는 우리나라 오현주 신임 주교황청 한국대사가 정부 대표로 참석했고, 염수정, 유흥식 추기경,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 등 조문단도 함께했다.

장례 미사 시작 40분 전인 오전 8시 50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시신이 누인 소박한 목관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바깥으로 운구돼 광장 야외 제단 앞에 놓여졌다.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 권한을 뜻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 베네딕토 16세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업적을 적은 두루마리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돼 간직됐다.

이후 합창단 성가를 시작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베네딕토 16세가 우리에게 준 것과 같은 지혜, 부드러움, 헌신에 감사한다”는 마지막 축복 등 미사를 마무리하고 베네딕토 16세는 역대 교황 91명이 잠든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교황청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재위한 8년간 사제들의 성범죄와 결연히 맞서 싸운 점 등이 업적으로 기록됐고, 문서에서도 베네딕토 16세는 ‘명예 교황’으로 지칭돼 있다.

이에 베네딕토 16세가 현직 교황이 아닌 명예 교황인 점에 따라 교황청은 바티칸이 속한 이탈리아와 그의 모국 독일 대표단만 장례 미사에 공식 초청했지만, 필리프 벨기에 국왕 등 유럽 왕족과 각국 원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했다.

2005년 제265대 교황에 취임한 베네딕토 16세는 즉위 8년 만인 2013년 건강 상 이유로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598년 만에 생전 퇴위한 교황으로 가톨릭 역사에 기록됐다.

이렇듯 베네딕토 16세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후임 교황과 전임 교황이 공존하는 ‘두 교황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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