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지적에도 ‘고등학생과 성인 혼전 임신’ 2주 만에 또 다뤄
“그루밍·범죄 미화” 비판 쇄도…“청소년 성 숨기면 안돼” 의견도

[민주신문=전소정 기자]

이달 6일 방영된 MBN 예능 프로그램 '고딩엄빠2' 27회 방송 갈무리. ⓒ MBN '고딩엄빠2' 공식 홈페이지
이달 6일 방영된 MBN 예능 프로그램 '고딩엄빠2' 27회 방송 갈무리. ⓒ MBN '고딩엄빠2' 공식 홈페이지

MBN 예능 프로그램 ‘고딩엄빠2’가 미성년자와 성인의 교제와 임신을 잇따라 다루며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시청자들의 폐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또한 자극적인 소재와 미성년자와 성인 간 임신에 대한 얕은 접근성 등 기존 프로그램의 취지마저 무색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달 6일 방송된 ‘고딩엄빠2’ 27회 방송에서는 고등학생 때 엄마가 돼 16개월 아들을 키우는 21세 ‘고딩엄마’와 11세 연상 남편이 출연해 이들의 일상이 공개됐다.

해당 방송은 재연 방식으로 당시 고등학생 3학년이던 부인에게 30세 성인인 남편이 구애하는 장면과 예기치 못하게 임신을 해 부부가 되는 과정을 다루며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만 19세의 사람이 만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하는 것은 형법상 처벌 대상에 해당된다.

해당 방송에서 다룬 일반인 출연자의 사연은 부인이 당시 19세로 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법적 보호 대상인 미성년자와 성인 간 관계는 사회 통념상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발생하는 ‘그루밍 성범죄’가 만연한 만큼 이에 대한 접근에 신중함이 필요하지만, 해당 방송을 바라보는 제작진들의 시선은 그저 ‘시트콤’ 수준에 그쳤다.

앞서 제작진들은 해당 방송을 ‘시트콤 못지않은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홍보하며, 미성년자와 성인 간 교제와 출산을 ‘미화’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고딩엄빠2’에서 미성년자와 성인 간 교제와 임신을 다룬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달 22일 방송된 ‘고딩엄빠2’ 25회에서는 10살 연상 교회 선생님과 만나 18세 나이에 인신을 한 부부 출연자의 일상을 다뤘다.

또한 25회 방송에서는 성인인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홀로 미혼모센터를 찾아 출산한 고딩엄마의 사연이 재연됐고, 이에 출연자들은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딩엄빠2’에서 미성년자와 성인 간 임신은 25회, 27회를 비롯해 지난 8월 방송된 13회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이달 22일 방영된 MBN 예능 프로그램 '고딩엄빠2' 25회 방송 갈무리. ⓒ MBN '고딩엄빠2' 공식 홈페이지
이달 22일 방영된 MBN 예능 프로그램 '고딩엄빠2' 25회 방송 갈무리. ⓒ MBN '고딩엄빠2'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고딩엄빠2’에서 미성년자와 성인 간 임신을 잇따라 다루면서 시청자들의 폐지 요청 움직임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고딩엄빠2’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분들 미성년자 범죄를 사랑으로 미화하나요”, “프로그램 기획의도가 도대체 뭐냐”, “미성년자를 임신시킨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자인 여성과 30살 남성 간의 이야기는 좀 아니지 않나”, “바쁜시간에 회원가입하게 만드는 프로그램” 등 폐지 요청하는 시청자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반면 “청소년 성에 대해서 숨기려고만 하니 아이들이 엇나가는 것이다”, “전혀 범죄미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 안든다”, “잘보고 있다” 등 폐지를 반대하는 의견도 간혹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달 6일에는 ‘고딩엄빠2’에 출연 중인 이인철 변호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시청자 게시판에 ‘안녕하세요! 이인철 변호사입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은 “남편이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했는데 제가 ‘서른 살이면 알 것 다 아는 나이인데, 당시 여자친구가 아직 고등학생을 만나고 임신을 시킨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며 “남편도 본인의 행동에 대해서 반성하는 모습이었고, 남편은 더욱 아내와 아내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해 잘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이들의 경솔한 선택과 행동에 대해서는 따끔한 충고와 조언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들에게 법률적인 지원과 후원을 하고 있다”며 “어려운 선택을 해 소중한 생명을 낳고 키우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고딩엄빠들에게는 격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청자들은 “속으로 격려하는 것과 방송 노출은 다른 문제다”, “제 2. 3의 범죄를 조장하는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딩엄빠2’는 전 시즌인 ‘고딩엄빠’ 방영 전부터 폐지 청원 등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이에 ‘고딩엄빠2’ 제작진은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된 이들이 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한다는 취지를 밝히며, 미성년 부부의 출산과 임신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성년자와 성인 간 임신을 비롯해 중학생의 임신, 언어폭력, 부부싸움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출연진들의 사연에 대해 전문적인 접근과 해결책이 아닌 출연진들의 공감과 피상적인 조언에 그치면서 본래 프로그램의 제작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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