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부터 현재에 이르는 브랜드 '헤리티지'
아이오닉부터 비전 N 74까지 복고풍 최신 트랜드

N-비전 74 컨셉트 모델, 아이오닉 6 N 버전 모델, 현대자동차 N데이 2022 영상 자료 캡쳐 ⓒ 현대자동차
N-비전 74 컨셉트 모델, 아이오닉 6 N 버전 모델, 현대자동차 N데이 2022 영상 자료 캡쳐 ⓒ 현대자동차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클래식카 시장에는 이미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초고가 몸값을 자랑하는 차들이 있는가 하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맞이하며 클래식카가 되길 기다리는 차들도 있다. 지금은 ‘클래식카’라고 하기엔 모호한 현대식 차들이다.

클래식카를 갖는다는 건 심미적인 만족감도 있겠지만, 재테크의 한 가지 방법이기 되기도 한다.

특히 곧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는 이들 클래식카들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기획 주인공은 근·현대의 기록에 남은 차들. 전기차에 집중된 시장 트랜드에서 사라져가는 내연기관차의 매력을 되새겨보자는 의미도 있다. 

클래식카 재테크에도 관심을 가져보기를 바라며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별로 이 시대 역사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 대표선수로 전 세계를 강타한 허리케인 같은 브랜드가 바로 ‘현대’다. 글로벌 지구인들이 바라보는 이 브랜드는 밀레니엄 자동차 시장을 평정한 정복자다.

물론 이전에는 토요타라는 브랜드가 있었고 라이벌로 테슬라라는 영리한 도전자도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가파른 성장세 때문이다.

1,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국산차는 싼 맛에 탄다’는 인식이 만연했다. 최고급 사양에 최고급 차를 타더라도 품격은 다른 데서 찾았다.

대부분 독일 프리미엄 차에 버금가는 상품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꾸준한 노력의 승리다.

그 짧은 성장의 역사 속에는 미래의 현대차를 떠받치는 영광이 존재한다. 이번 편에서는 현대차를 있게 한 대표적인 모델들을 선택해 소개한다. 

◇ 포니에서 스텔라, 각 그랜저까지

이제는 확실히 ‘K-클래식카’로 자리 잡은 포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차다. 만약 한 대 정도 갖고 있다면 제대로 된 재테크가 될 수 있다.

포니는 현대차의 첫 시작이었던 코티나(1968-1983, 포드사에서 들여왔다)를 이어 1975년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 모델로 자리 잡은 승용차였다. 이제는 우리 근대사를 대표하는 차가 됐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는 이때의 영광을 되새기기 위해 새롭고도 익숙한 디자인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포니를 오마주한 아이오닉 5 전기차를 출시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유행의 회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얼마 전 부산모터쇼에서는 옛 디자인을 응용한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고성능 모델 N 비전 74를 선보였다. 이 모델 역시 포니의 컨셉트 디자인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차명 ‘74’는 포니 컨셉트가 탄생한 연도를 가리킨다.

포니는 세단형 현대차의 조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포니의 첫 성공은 1983년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모델 스텔라로 이어졌다. 차체를 키우고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고급 세단의 필요성을 느꼈던 현대차가 포드에서 가져온 그라나다(1978-1985)를 흉내 내 스텔라를 탄생시켰다.

스텔라는 이후 국민 승용차 쏘나타로 국내 최초 전륜구동 대형 승용차로 분류되는 그랜저로 DNA를 넘겨줬다.

물론 그사이 많은 소형 차급 모델들도 파생돼 나온다. 포니 엑셀의 세단 버전 프레스토, 국내 소형차 베스트셀러 엑셀, 그리고 현대의 독자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차 엑센트가 바로 포니의 자랑스러운 자손들이다.

현대 스텔라 ⓒ 현대자동차
현대 스텔라 ⓒ 현대자동차

◇ 갤로퍼, 현대차 SUV 태동

현대차가 SUV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SUV의 시작은 쌍용차가 먼저다. 코란도가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자 이에 뒤질세라 내놓은 것이 바로 갤로퍼다.

사실, 현대차에게 있어 갤로퍼는 자랑거리가 별로 없다. 개발은 하고 싶었지만, 갑작스럽게 선진 기술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갤로퍼는 정통 SUV로 잘 나가던 쌍용차를 견제하기 위해 미쓰비시에서 ‘파제로’를 라이선스로 들여와 재조립한 모델에 불과했다.

다만, 라이선스 전략은 크게 성공적이었다. 판매량에서 4WD 시장에서 독주하던 쌍용차를 단박에 붙잡았다. 출시 3개월 만에 3000대 판매, 이듬해에는 2만4000여 대를 팔아치웠다.

이 당시 국내 4WD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궁극적으로는 지금 현대차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근간이 된 셈이다.

갤로퍼는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91년 첫 출시를 알렸다. 현대차의 첫 4WD 모델 출시였다.

31년이 지난 지금도 갤로퍼를 ‘캠퍼감성’ 1순위로 생각하는 마니아들이 꽤 있다. 애정을 갖고 관리를 잘 해서인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고차 시장에서 괜찮은 매물이 나왔을 정도다. 클래식카 반열에 올랐지만, 아직은 거래가 일상적이라는 뜻이다.

이들 감성은 세대를 거치며 싼타페, 투싼, 코나, 펠리세이드, 베뉴 등으로 이어져 현대차의 효자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갤로퍼의 인기를 이은 싼타페(2000~)는 현대차의 첫 독자개발 모노코크 섀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1세대 모델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기술력에 높은 가성비가 매력 포인트였다. 2004년 출시한 투싼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 도전정신으로 세운 제네시스 계보

자동차 업계에 있어 도전정신은 어느 분야보다 맹렬하게 요구된다.

제품 수명이 수십 년에 달하기 때문에, 고객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페이스리프트나 적어도 연식변경을 통해 무언가를 바꿔줘야 한다.

반면 이런 이유 없는 빠른 변화가 또한 오래된 제품의 가치를 끌어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차 브랜드들은 각각 고유의 역사를 기록하는데 럭셔리 제품군 또한 그 속에 포함된다. 토요타의 렉서스 개발 뒷이야기를 자주 회자하는 이유다.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럭셔리 제품군이다. 제네시스의 탄생 배경 역시 도전정신으로 시작됐다. 바로 1990년 탄생한 2도어 쿠페 모델인 스쿠프였다. 현대차 데이터 베이스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2도어 쿠페로 기록돼 있다.

디자인보다는 실용성이 중요시되던 당시에 2도어 쿠페는 확실히 실험적이었다. 도전정신으로만 본다면 스쿠프는 확실히 제네시스의 탄생 배경과도 대조해볼 수 있다. 사전적 의미도 일맥상통하고 말이다.

초기 스쿠프는 97마력 미쓰비시 엔진을 가져다 썼다. 이후 성능 업그레이드를 위해 현대 알파 엔진을 얹었다. 제로백 10초 이하, 최고시속 200km에 도달하는 차는 스쿠프가 유일했다.

쿠페 타입의 형태로 젊은 층 고객들이 많이 몰렸다. 기계적으로는 완성도가 떨어졌지만, 디자인과 성향만큼은 성공을 기대할 만했다.

이후 두 차례의 페이스리프트가 있었는데, 현대차는 스쿠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지금 ‘N’을 대표하는 모터스포츠의 기원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스쿠프의 바통을 이어받은 티뷰론이다.

1996년부터 시중에 나온 티뷰론은 실험정신에서 벗어나 브랜드에서 하나의 라인업으로 거듭나는 과정이었다. 한층 더 성숙해진, 스포츠카라는 명칭에 부합하는 스펙을 자랑했다.

아반떼 플랫폼을 가져다 썼으며 1.8, 2.0 베타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133~1999년 페이스리프트를 이룬 티뷰론 터뷸런스는 눈알 네 개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희소성에서도 그 가치를 충분히 한다.

터뷸런스는 이후 투스카니로, 투스카니는 제네시스로 그 계보를 잇는다. 짧은 주기였지만, 이들 스포츠카(?) 부문은 시대를 풍미하는 역사적 가치를 둔다.

티뷰론 ⓒ 현대자동차
티뷰론 ⓒ 현대자동차

◇ 이외 인기 많았던 현대차

현대차에서 고급 승용차 부문과 경차 부문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의 플래그십 세단으로는 일명 각그랜저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1986년 처음 탄생한 그랜저 역시 미쓰비시의 기술력이 들어가 있다.

그동안은 최고급 승용차라고 하면 수입차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모델이 현대가 1978년부터 1985년까지 판매한 ‘그라나다’다. 그나나다는 포드 그라나다를 이름까지 그대로 들여와 현대에서 판매한 차다.

그라나다를 잇는 1세대 그랜저는 비록 미쓰비시 데보네어, 갤랑과 플랫폼을 파워트레인 등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디자인이나 설계 부분에서는 독자적인 개발이 이뤄졌다.

정확한 타깃을 두고 개발된 차이기에 성공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적 상황으로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시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소위 ‘깍두기’ 형님들이 출정할 때면 항상 등장하는 차가 바로 1세대 모델인 각그랜저다.

경차 부문에서는 현대차 최초의 아토스가 있다. 에너지 절약 시대를 맞이하며 대우에서 티코로 재미를 봤기에 따라나선 것이 기아의 모닝이었고 현대차의 아토스였다.

비록 모닝 그늘에서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토스는 실용성을 꾹꾹 눌러 담은 차로 인정받았다. 경차치고는 높은 차체가 넓은 공간감을 선사했고 경제성도 확보했다.

첫 시도여서 그런지 여러 가지 결함으로 빠른 단종이 이어졌지만, 해외에서는 지속적인 판매가 이뤄졌다. 이들 외수용 경차는 i10 모델로 거듭나고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국내 시장에서도 캐스퍼가 탄생했는데, 디자인과 성능 모두 달라졌지만 당시의 아토스를 연상케 하는 데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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