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걷는 왜건부터 정체성 잃은 해치백까지
연비 LPG, 실용성 경차, 퍼포먼스 SUV도 '생존'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 현대자동차

전기차 열풍이 대단하다. 너도나도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있었던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약 90% 이상의 고객이 다음 차로 전기차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제조사들은 내놓는 신차들에서 전기차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다. 앞으로 20년, 아니 빠르면 10년 안에 내연기관을 얹은 신차들은 구경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분명 제조사들도 전동화 전쟁에 출정하려면 총알을 충분히 비축해둬야 한다.

지금이 막바지다. 디젤차는 정말 끝물을 탔다. 하이브리드로 매력적인 응용 모델이 나오지 않는 이상 생명 연장은 없다.

가솔린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제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멸종의 위기를 모면할 수 없다.

전동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디젤과 가솔린 등 내연기관 차들은 클래식카 반열에 오르며 웃돈을 얹고 사야 하는 프리미엄을 달 가능성도 다분하다.

하지만 클래식카 중에서도 유독 인기가 있는 차들이 있다. 오랜 시간의 지극히 객관적 평가와 희소성의 원칙이 적용돼서다.

이번에는 10년 뒤 귀하디귀한 몸이 될 지금의 핫한 신차들을 살펴봤다. 물론, 전기차는 제외다.

◇ 마지막 도전 -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라는 것이 나오기도 전에 왜건이 유행했고 내연기관 차들도 왜건으로 나오며 인기가 꽤 있었다.

지금은 전기차, SUV에 밀린 모양새지만 언젠가 다시 유행은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제네시스는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G70 슈팅브레이크를 내놓고 반응을 살폈다. 근데 오히려 왜건의 불모지라는 국내 시장에서 요구가 빗발쳤다.

지난달 말 드디어 제네시스가 G70 슈팅브레이크의 국내 출시를 알리며 판매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유일한 경쟁 모델은 볼보 V60 정도다.

시승 행사에 참석한 기자들은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다. 라인업 세단 모델과 마찬가지로 럭셔리한 감성과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에 더해 뛰어난 실용성까지 겸비했다는 게 포인트다.

세단 대비 40% 넓어진 적재 공간으로 기본 456리터, 뒷좌석을 눕혔을 때는 1535리터로 확대된다.

주행 감성은 세단 모델과 큰 차이가 없겠지만, 라인업 확대로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선택지는 언제든 환영이다.

뉴 푸조 308 ⓒ 스텔란티스코리아
뉴 푸조 308 ⓒ 스텔란티스코리아

◇ 정체성 잃어가는 해치백 - 푸조 308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텔란티스그룹 소속 푸조가 전륜구동 해치백의 정수 폭스바겐 골프를 곧바로 겨냥한 308을 내놨다.

맥빠진 브랜드에 첫 구원 투수의 등판이다. 특이점은 이 차가 디젤 해치백을 대표하게 될 수 있다는 것.

해치백은 현재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유럽에서는 아직 디젤 해치백 모델의 선택지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디젤 해치백을 내놓지 않는 이상 경쟁 상대가 없다. 벤츠와 BMW, 아우디에서도 해치백은 나오지만, 디젤 버전 모델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일각에서 이미 가격 평가가 나왔는데, 골프보다는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성능이 부족함에도 가격이 높다는 게 지적됐다.

실제 제원을 살펴보면 엔진 크기에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골프보다는 낮으며, 엇비슷하지만 연비도 살짝 못 미친다.

다만, 푸조 308은 골프보다 실용성이 높은 편이다. 차체 크기가 골프보다 95mm 길고, 40mm 넓으며, 44mm 휠베이스가 더 길다. 골프에 골프백을 가로로 뉠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했다면 이 정도 실용성에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큰 차이 없는 가격에는 개성을 앞세운 감수성이 결정권을 갖게 될 듯하다. 두 모델 모두 리터당 17km를 달릴 수 있는 훌륭한 연비를 자랑한다.

SM6 ⓒ 르노코리아
SM6 ⓒ 르노코리아

◇ LPG도 아직 살아있다 - 르노코리아 SM6

연비 경쟁에 빠지지 않는 것이 LPG다. 지금은 전기차가 그 자리를 꿰찼지만, 기름값이 폭등하면 항상 수면에 올라 경유과 휘발유를 대신했다.

LPG 역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대중교통과 얽힌 여러 가지 이해관계도 있고 LPG만의 특징에 라이프스타일을 맞추는 일반 운전자들도 있어서다.

그중에서도 르노의 도넛 탱크는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LPG하면 르노에 가라”는 말도 있으니 국내에서는 르노가 LPG 맛집인 것은 분명하다.

르노코리아에서는 현재 QM6 LPe와 SM6 LPe 모델을 국내 시장 주력으로 하고 있다. 기대가 컸던 XM6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 전력 질주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해 말 연식변경으로 출시한 SM6 LPe 모델은 개성 있는 독특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넉넉한 공간,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표를 매력 포인트로 삼았다.

특히 연비 부분은 전기차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솔린을 가뿐히 넘어 디젤과 우위를 겨룰 정도다. SM6 LPe의 공인연비는 복합 9.4km를 기록한다. 요즘처럼 경윳값이 치솟는 때는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 모델 '현대 바이 미' 캐스퍼 ⓒ 현대자동차
커스터마이징 모델 '현대 바이 미' 캐스퍼 ⓒ 현대자동차

◇ 고유가 시대 현실적 대안 - 경차 캐스퍼

지난해만 하더라도 경차의 몰락이 예고됐었다. 캐스퍼가 등장하고 시장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성능 면에서 기아 모닝과는 큰 차이가 없겠지만, 깜찍한 디자인과 조금 더 확대된 실용성이 먹혀들었다.

게다가 고유가 시대 대안이 되며 혜택은 비슷하지만, 전기차보다는 확실히 저렴하다는 이점도 있다.

캐스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시절 퇴임 후 탈 차로 계약하기도 했다. 아마 지금쯤 만족하며 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캐스퍼의 등장으로 기아의 레이 인기도 재조명됐다. 경제가 어려우니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고객들이 몰린 셈이다.

특히, 레이는 높은 차체에 측면 슬라이딩 도어, 넓은 실내 공간을 강점으로 캠핑이나 차박 등에 높은 활용성을 띠었다.

캐스퍼 역시 차체가 레이보다 조금 작다뿐이지 캠핑과 차박 등의 활용성은 살렸다. 모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면모인데, 결국 두 가지 성향을 모두 갖춰 인기를 끌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커스터마이징 모델들을 선보이며 고객 니즈를 채워가고 있다.

경차 시장의 또 다른 경쟁자 쉐보레 스파크가 있다. 예상대로라면 스파크를 통해 경차 시장에 가격 경쟁이 이뤄질 수도 있을 테지만, 아쉽지만 스파크는 단종을 예고하고 있다.

포드 브롱코 ⓒ 포드코리아
포드 브롱코 ⓒ 포드코리아

◇ 마니아들의 성지 오프로드 – 포드 브롱코

오프로드 차는 일반 도심형 SUV와는 달리 전천후 지형을 커버하며 조금 더 레저활동에 어울리는 차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기차로는 아직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런 오프로드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바로 포드 브롱코다. 긴 역사를 간직한 브롱코는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오프로드 대표 지프 랭글러에 도전장을 던졌다.

시장에는 이들 말고는 경쟁 상대를 찾기 힘들다. 말그대로 틈새시장인 셈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속한 랜드로버의 디펜더는 전반적으로 살펴봐 다른 영역으로 나누는 것이 맞다.

브롱코는 이미 독특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실구매자로 이어질 일부 오프로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출시 전부터 기대가 컸다.

이들에게는 어떤 버전이 선택돼 들어와 국내 가격이 어떻게 책정될 것이냐가 유일한 관건이었다.

국내 판매에는 6900만 원 가격에 2.7 V6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 모델이 선택됐다. 지프 랭글러 기본형 모델과는 약 1000만 원이 비싸지만, 조금 더 강력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토레스 ⓒ 쌍용자동차
토레스 ⓒ 쌍용자동차

◇ 정통 SUV 시장 노리는 복병 - 토레스

요즘 토레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티볼리 이후 쌍용차가 내놓는 완벽한 신차이기도 하고 브랜드를 되살릴 구세주이기도 해서다.

하지만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고객은 단지 연민만으로 제품을 충동구매할 수는 없다. 출시 고작 며칠밖에 안 됐지만, 지금까지의 평가는 꽤 긍정적이다.

10년 뒤 클래식카가 될 수 있을지언정 가솔린차 토레스가 남기는 유산은 남다를 수 있다.

지금 그 미래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쌍용차는 토레스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시 써 내려갈 거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 이면에는 코란도 후속인 KR10(개발명)이 대기하고 있다. 물론 토레스의 전기차 버전(U100, 개발명)도 있지만 이들은 같은 디자인 한솥밥을 먹는 형제로 지금의 토레스 성패가 더욱 중요하다.

토레스 사전에 엔진 라인업 확대, 하이브리드 버전은 계획에 없다. 여의치 않은 사정도 있겠지만 선택과 집중이 지금 쌍용차에게는 가장 중요한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고작 할 수 있는 건 트렌드를 거스를 수 없다는 이유에 끼워 맞춘 전기차 버전이 전부다.

하지만 노림수는 어느 정도 잘 먹혀들었다. 쌍용차는 밀린 주문으로 2교대 생산에 돌입했다. 쉴 새 없이 뽑아내도 모자랄 판이다. 하이브리드도 전기차도 아닌 부족한 1.5 가솔린인데도 말이다.

뉴 아우디 A3 40 TFSI ⓒ 아우디코리아
뉴 아우디 A3 40 TFSI ⓒ 아우디코리아

◇ 이외 프리미엄 수입 브랜드

벤츠, BMW, 아우디의 판매량을 합하면 대략 10%의 국내 시장 점유율에 이른다. 10대 중 1대꼴이라는 뜻이다.

프리미엄 독일 3사의 인기 비결은 다양한 라인업이다. 전기차 모델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내연기관 차를 소홀하게 대하지 않는다.

그만큼 내연기관 차들이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고 여러 가지 다양한 매력을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들 전기차는 판매량이 테슬라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하이브리드 버전의 전동화 모델들은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벤츠는 최근 PHEV와 MHEV 라인업을 갖춘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C 모델을 세계 최초 공개했으며, BMW는 오는 부산모터쇼에서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를 소개하며 시장 공략을 예고했다.

아우디는 오는 14일부터 업그레이드된 가솔린 콤팩트 세단 모델 뉴 아우디 A3 40 TFSI·프리미엄을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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