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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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친환경 전기차의 대중화가 앞당겨지고 있는 분위기다.

제조사들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배터리 전쟁을 예고하기도 했지만, 정작 미래 차로 가는 핵심 기술은 배터리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안 전기차 경쟁력은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속을 차리며 좀 더 영리한 방법으로 나아간다.

즉,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용도와 입맛에 맞추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경량화다.

그동안 우리는 단박에 주유구에 기름 쏟아붓던 습관이 몸을 베인 터라 콘센트를 꽂고 기다리는 시간은 참을 수가 없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의 평균 주행 가능 거리는 약 400km 남짓 된다.

아직 전기차는 인프라에 목매달고 있다. 이제 ‘쓸만하다’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는 있지만, 한계는 분명하고 불편함은 여전하다.

지금은 단종된 아이오닉과 레이 EV 등이 특히 그렇다. 일찌감치 전기차의 맛보기와도 같았던 BMW i3도 기껏 해봐야 160km에서 250km의 주행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고전(?) 전기차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베타 버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럼 기본적으로 400km 이상을 주행하며 10분 이내에 충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이상적이지만 꼭 비현실적이지만은 아니다. 기술적으로는 신기술의 배터리 개발이 먼저가 아니라 기존 것을 응용하는 ‘경량화’ 기술이 먼저다. 배터리는 맨 마지막이다.

수백kg 무게를 줄여 얼마나 더 가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그 차이는 크다.

전기차에서 무게 10%를 줄이면 주행 가능 거리도 10%가 늘어난다고도 한다. 이 수치는 경량화에 일가견이 있다는 포르쉐에서 도출해낸 결과다.

현대 아이오닉 5는 72.6kWh와 58.0kWh 두 가지 배터리 용량이 있는데, 같은 기준으로 둘의 공차중량은 80kg, 주행거리는 약 90km가 차이 난다.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EQXX 컨셉트카 ⓒ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EQXX 컨셉트카 ⓒ 메르세데스-벤츠

벤츠는 1회 충전으로 1000km 이상을 달린다는 차를 개발 중이다. 곧 현실화된다. 지난 4월 비전 EQXX 컨셉트카의 시험 주행을 통해 증명했다.

역시 핵심은 무게 감량과 공기저항이었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배터리 부피는 50%, 무게는 30%가량을 줄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꼭 멀리 가는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닐 수 있다. EQXX는 경량화·공기저항을 잡았을지 모르겠지만, 100kWh급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했기에 찻값을 잡지는 못할 게 분명하다. 결국 배터리가 '찻값'의 핵심인 것은 어쩔 수 없다.

반대로 최근 출시한 미니 일렉트릭을 보면, 32.6kWh 용량의 작은 배터리로 복합 기준 최장 159km를 달릴 수 있다. 시중에서는 가장 짧은 주행가능 거리다.

사실 미니의 작은 차체(무게 1390kg)는 주행거리를 늘이기에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그들은 미니만의 고카트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효율성을 포기했다고 한다.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고 미니는 이미 행복한 ‘품절’ 행진곡을 불렀다. 앞으로는 이런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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