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공원>부터 <쥬라기 월드>까지 공룡 세계관 완성
과거 작품 오마주 향연, 다양한 공룡과 탈것들로 볼거리 풍성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영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포스터 ⓒ 유니버셜 픽쳐스
영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포스터 ⓒ 유니버셜 픽쳐스

1933년 뉴욕을, 아니 미국 전역을 갈아엎었던 영화 <킹콩>을 1980년대 후반 즈음 작은 동네 VHC 대여점에서 테이프로 빌려 본 기억이 난다. 이미 50년이 지난 한 편의 흑백영화일 뿐인데 몰입감은 상당했다.

이 시기에 이런 특수 효과가 있었나 하는 놀라움.

1933년 대한민국은 양복보다 한복을 더 많이 입고 다니던 때였고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수상에 취임, 세계 정복 계획을 본격적으로 착수하던 때다.

역시 상상력은 시대를 초월하는가 보다.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듯 필름을 겹겹이 쌓아 올려 만들었던 이 당시 실사 영화들은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봉준호와 같은 위대한 SF 감독들을 키워냈다.

봉준호 감독? 앞 두 감독만큼 SF 장르에서 탄탄한 필모그래프가 있는 건 아니지만, 2006년 <괴물>, 2017년 <옥자>를 두고 짐작해 본다면 어쨌든 괴수들을 좋아하는 감독이라는 공통점에 속할 거 같다.

1993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로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많이 돌아왔다. 하지만 상상력에도 바탕이 필요한 법이다. 영화 <킹콩>이 없었더라면 최근 개봉한 <쥬라기 월드:도미니언>도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룡들의 현실적 변천사도 하나의 흥밋거리며, <쥬라기 공원>가 제대로 나오도록 본보기가 됐던 영화가 있었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겠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자동차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 상상력의 원천 되는 공룡 영화

최근 TV에서 특강도 했던 박진영 고생물학 박사는 공룡의 뼈가 처음 발견됐을 당시 실제로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리저리 뼈를 맞추다 보니 잘 안됐고 누군가는 꼬리뼈를 똑 부러뜨려 사람처럼 직립보행하는 공룡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억지스럽지만, 이게 1954년 일본에서 처음 제작된 영화 <고질라>의 탄생 기원일 수도 있다. 고질라에 영감을 얻은 1999년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를 생각해본다면 그냥 괴수로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결국, 공룡이 지금의 제 모습을 갖춘 시기는 80년대 들어서다.

정확하게는 1979년 미국 예일대학 존 오스트롬 박사가 “서 있는 공룡을 업드린 자세다”라고 정정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의 가장 강력한 근거는 공룡의 발자국 화석에서 꼬리를 끌고 간 흔적이 없다는 것.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들이 고질라나 용가리처럼 서 있는 모습을 갖추지 않은 이유다.

이론이 어쨌든, <쥬라기 공원> 역시 공룡에 대한 상상력으로 시작하는 일이니 시기적으로 먼저인 <고질라>가 분명 원작 소설을 써낸 마이클 크라이튼에게 영감을 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쥬라기 공원>의 원작자이자 과학 스릴러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하는 인물이다. 한때 하버드대학원 의학 박사를 한 적도 있는데, 아마도 이러한 배경지식이 고생물학을 파헤쳐 상상의 세계로 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을지도 모른다.

쥬라기 공원 사파리, 포드 익스플로러 투어 카, 영화 갈무리 ⓒ 유니버셜 픽쳐스
쥬라기 공원 사파리, 포드 익스플로러 투어 카, 영화 갈무리 ⓒ 유니버셜 픽쳐스

◇ 공룡 영화와 자동차의 시작점

쥬라기는 이렇게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됐고 무시무시한 티라노사우루스가 등장했던 <쥬라기 공원>의 1편은 큰 성공을 거뒀다. <킹콩>과 <고질라>를 잇는 역대 최고의 괴수 시리즈가 탄생한 것.

영화 속에서 우리는 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신비로움과 공포를 동시에 만끽하게 된다. 호박 화석 속 모기로부터 공룡 DNA를 추출해 복원한다는 설정은 누가 봐도 참신했다. 당시 DNA를 이용한 생명복제 의학이 수면에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 영화에서 신비로운 공룡들과 함께 꼭 필요했던 건 사파리 관람에 사용해야 했던 투어 자동차다. 현대에 고생대 배경을 가져오니 자동차가 등장할 수도 있고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니 PPL의 스폰서도 필요한 것.

영화에서 핵심이 된 차는 바로 브롱코 후속으로 1990년에 출시한 포드 익스플로러 1세대 모델과 지프 랭글러다. 지프 랭글러는 이후 총 여섯 편의 공룡 시리즈에 모두 빠짐없이 등장한다.

사실 영화 속 공룡 사파리를 위한 차량으로 소설 원작 내용에서는 토요타의 랜드크루저가 등장했지만, 포드사의 요청으로 익스플로러 모델이 선택됐다는 후문이 있다.

영화 속 포드 익스플로러는 운전자가 따로 없이 레일을 따라 주행한다는 설정이었다. 범퍼 앞쪽에 커다란 센서가 부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최첨단 기술인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을 시연한 셈. 지금은 레일이 없더라도 일반도로에서 차선 유지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대부분 신차에는 다 들어간다.

이렇게 쥬라기의 전설이 시작되었고 속편들이 제작됐다. 4년 뒤인 1997년 속편 <쥬라기 공원:더 로스트 월드>가 개봉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이후로 속편 제작을 맡지 않는 스티븐 스필버그였지만, 이 작품은 예외로 메가폰을 직접 들었다.

첫 작품의 대흥행으로 PPL도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두 번째 작품에서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더불어 메르세데스-벤츠 M-클래스, 국내에서는 GLE 모델로 알려진 차량도 등장하며 폰티악 커스텀 S, 험머 HMC4 등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비평가들 사이에서 “역시 속편은 안돼”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흥행성적과 더불어 마케팅은 성공한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4년 뒤 2001년 다시 개봉한 3편에서는 내용도 볼거리도 크게 많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렇다 할 PPL도 없었다.

메르세데스-벤츠 G63 AMG 6X6 쥬라기 월드 스페셜 에디션 ⓒ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 G63 AMG 6X6 쥬라기 월드 스페셜 에디션 ⓒ 메르세데스-벤츠

◇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간 공룡들

이렇게 쥬라기가 저무는 듯했지만, 레트로 감성이 충만해지기 시작하던 2015년 전작들을 오마주하는 <쥬라기 월드>가 개봉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영화 안팎으로 최첨단 기술들이 적용됐는데, 영화에서는 좀 더 정밀하고 세련된 CG를 공룡들에게 입혔으며 사파리 차량은 두 명이 탈 수 있는 원형의 캡슐로, 이노베이션 센터에는 자기부상열차가 등장하는 걸 볼 수 있다.

브랜드 차량은 기본적으로 오프로드를 상징하는 지프 랭글러와 영화의 여주인공 클레어 디어링(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 분)이 랩터를 피해 도망갈 때 탄 벤츠 G63 AMG 6X6 모델이 특징적으로 내비친다.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영화 감독이자 배우인 존 하워드의 딸로 본인 역시 배우와 감독, 심지어 작가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최근에는 디즈니에서 <스타워즈>의 시퀄 스핀오프 작품 <만달로리안> 시즌1 작품 중에서 한 편을 맡아 연출하기도 했다.

벤츠 G63 AMG 6X6 모델은 2014년 처음 공개됐는데, 영화 이후 ‘TRX6’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외에도 최신 영화답게 모터사이클 체이싱 액션이 나오는데, 여기서 남주인공 오웬(크리스 프랫 분, <갤럭시 오브 가디언즈>에서 주인공 피터퀼로 더 잘 알려져 있다)이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를 탔다.

두 마리의 랩터 사이를 크리스 프랫을 태운 스크램블러가 달리는 장면은 워낙에 걸작이라 공식 영화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다.

지프 랭글러는 아쉽게도 비중이 크지 않았다. 대신 과거 폐기된 쥬라기 공원에서 찾은 먼지가 수북이 쌓인 랭글러 차량이 오마주 됐다.

1편 당시 지프 랭글러는 헤드램프가 네모 각진 1세대 YJ 모델이었다. 7080세대들에게는 익숙한 90년대 미드 <맥가이버>에서 주인공이 타고 나오는 모델이기도 하다.

랭글러는 YJ 모델 이전에 또 긴 역사가 있고 네모난 헤드램프에 대한 논란도 꽤 있었다.

YJ 모델은 지프가 크라이슬러 산하로 넘어와 ‘랭글러’라는 이름을 붙인 첫 번째 모델이다. 어떻게 보면 지프의 인생 전환점인 셈이다.

하지만, 지프 마니아들에게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었다. YJ 바로 이전 모델이 CJ-7였고 윌리스 때부터 모두 둥근 헤드램프를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CJ-7이 출연한 대표적인 영화 작품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로 여자 주인공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분)가 타고 나온다.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지프  글레디에이터  ⓒ  쥬라기 월드 커뮤니티 JurassicVault.com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지프  글레디에이터  ⓒ  쥬라기 월드 커뮤니티 JurassicVault.com
​영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속 크리스 프랫이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를 타고 도심에서 공룡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 ⓒ  유니버셜 픽쳐스<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지프  글레디에이터  영화 속 장면 ⓒ  유니버셜 픽쳐스
​영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속 크리스 프랫이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를 타고 도심에서 공룡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 ⓒ  유니버셜 픽쳐스<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지프  글레디에이터  영화 속 장면 ⓒ  유니버셜 픽쳐스

◇ 쥬라기의 마지막 편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새로운 3부작을 예고하며 <쥬라기 월드>는 속편 제작에 곧바로 들어갔다. 2018년 월드 시리즈 2편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이 개봉했다.

공원 시리즈에서 한 단계 발전해 월드 시리즈는 1편에서 테마파크의 공간을 배경에 담았다면 2편부터는 전 세계를 무대로 삼았고, ‘모든 생명이 공생하는 방법’이라는 하나의 핵심 메시지를 마지막 속편까지 이어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최종 작품에서는 1993년부터 이어져 온 대서사시가 막을 내리는 만큼 공룡의 멸종 원인과 연관해 인류의 종말을 암시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영화에서는 가장 큰 육식공룡 기가노토사우르스를 비롯해 전작에서도 나왔던 녀석들은 물론 새로운 종들까지 무려 50여 종의 공룡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공룡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도 등장한다. 이 부분은 영화의 스포일러에 해당함으로 넘어가야 할 듯하다.

탈것들의 등장은 다소 부족한 듯했다. 하지만, 시도한 적 없는 육식 공룡(아트로시랩터)과의 추격전이라는 부분이 있어 아쉬움을 달랬다. 여기서 주인공 오웬은 또 한 번 바이크를 타고 질주한다.

이외 지프의 글래디에이터와 랭글러 모델이 잠시 등장하기도 하는데, 꽤 눈에 들어오는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월드 시리즈 두 번째 작품부터 지프 브랜드와 영화사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

지프 브랜드는 지난 2편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호흡을 맞추기로 하고 1편의 주인공인 이안 말콤 역의 제프 골드블룸과 티라노사우르스를 티브이 광고에 등장시킨 적이 있다.

이 광고는 2018년 미국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경기에서 선보였다. 추억팔이로 생각한다면 꽤 성공적이었다. 참고로 이때 출연한 모델은 다운사이징 2.0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JL 모델이었다.

이번 <쥬라기 월드:도미니언>에서도 지프는 티브이 광고를 제작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광고는 지프 랭글러 루비콘을 타는 한 청년이 우연히 자신의 집 앞마당 알에서 깨어난 기가노토사우르스 새끼를 보고 애완동물처럼 키운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이 광고에서는 2018년 때와는 달리 JL 모델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이 출연했는데, 영상에서 그 부분을 짐작할 수 있는 힌트를 던져주기도 한다.

영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속 크리스 프랫이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를 타고 도심에서 공룡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 ⓒ  유니버셜 픽쳐스
영화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속 크리스 프랫이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를 타고 도심에서 공룡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 ⓒ  유니버셜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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