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카트 감성 브랜드 첫 전기차, 작고 민첩한 움직임 특성 그대로
전륜구동과 배터리 구조는 핸들링에 영향, 짧은 주행거리도 단점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미니 일렉트릭(쿠퍼 SE)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미니 일렉트릭(쿠퍼 SE)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미니 일렉트릭(쿠퍼 SE) 모델이 드디어 국내 고객을 찾았다.

올해 초부터 한국 시장 판매를 시작한 미니 쿠퍼 SE는 더욱 친환경적이면서도 다이내믹해진 주행성능으로 마니아층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짧은 시승에서 미니 브랜드의 대표 전기차는 완성도가 2%가 부족한 상태라는 것. 특히, 짧은 주행거리가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여러 가지 요소들을 봤을 때 모델은 ‘실험적 도전’이라는 뉘앙스가 풍기지만, 개발 방향부터 지극히 노골적으로 설정한 타깃에게는 충분한 매력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 여러 핸디캡에도 높은 인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미니 브랜드의 차들은 이미 ‘작다’라는 태생적 핸디캡이 있다.

스포츠카처럼 두 명이 타야 적당한 차다. 생김새는 경차 같지만, 경차 혜택은 받지 못한다.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도록 실용성을 겸비한 차도 아니며 장거리 여행에 안락함을 선사하지도 않는다. 오프로드는 잊는 게 좋다.

한마디로 ‘폼생폼사’.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시선이 모이는 것도 사실이니 마니아층이 두터워지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50년대 중동전쟁으로 시작된 자동차의 소형화 바람에서 작은 차를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로 살아남은 건 미니밖에 없다. 고집스러운 감성적 접근법과 주행 품질을 발전시켜 왔기에 가능했던 일.

BMW의 손길을 통해 프리미엄 전략을 적용한 것도 신의 한 수였으니 결국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라는 틈새시장을 꿰찼다. 이제는 미니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여기에 미니는 ‘전동화’를 더해 두 번째 변화를 시도했다. 아직은 시장 반응이 꽤 괜찮다. 본격적인 사전예약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됐는데, 이미 올해 배정받은 물량 약 800대가량이 거의 모두 임자를 찾은 상태다.

하지만, 159km의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는 짧아도 너무 짧다. 시중에 판매되는 주요 브랜드 전기차 중에는 가장 짧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지만, 그래도 짧다.

시승 일정 동안 서울에서 경기도 수원, 수원에서 다시 서울로, 다시 인천으로 달려보니 배터리 잔량이 30%를 조금 웃돌았다. 이래서야 하루에 한 번씩 잊지 말고 충전기를 꽂아둬야 한다는 말이다.

유럽 기준에서는 200km가 넘는다고는 하는데, 주행 습관이나 날씨 등의 외부 환경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니 150km 언저리를 최저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아니면 그 이하일 수도 있고….

참고로 르노에서 내놓는 소형 전기차 조에도 주행거리가 309km에 이르며, 푸조 208e 역시 244km로 미니보다는 길다. 이들 역시 유럽 기준으로는 더 긴 주행거리다.

◇ 색다른차, 색다른 방향이 아쉬운 순간

미니 쿠퍼 SE는 새롭게 얼굴을 바꾼 미니 3도어 해치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외부와 내부 디자인에서부터 안전·편의장비까지 많은 부분을 가솔린 모델과 공유하고 있다.

미니 전기차를 외부에서 구분하는 방법은 전용으로 제작돼 나오는 17인치 알로이 휠과 그릴 앞에 붙은 노란색 ‘S’ 레터링, 운전석에서도 눈에 잘 들어오는 노란색의 측면 리어뷰 미러, 후방 도어 왼쪽에 전기차를 상징하는 노란색 콘센트 그래픽의 로고가 있는지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억척스레 전기차임을 티내고 싶지 않다면 미니가 옵션으로 제공하는 다른 휠로 변경할 수 있다.

내부에서는 스티어링 휠 하단에 박힌 콘센트 모양 로고와 노란색의 시동 버튼, 그리고 전용으로 적용된 대시보드의 트림 질감이 일반 모델과는 차이점이다.

이외 안전·편의장비 역시 가솔린 모델과 비교했을 때 별반 다른 것이 없다. 눈에 띈 것은 상위 트림에서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는 것, 고급형은 아니지만 적어도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는 점, 차간 거리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유지 경고 기능 등이 있다는 것이며 프리미엄 소형차에서 당연하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다만, 살짝 아쉬운 부분이지만 차선 유지 기능은 능동형이 아니라 스티어링 휠을 진동하는 방식으로 ‘차선 이탈’ 경고에 그친다.

최고 150km로 밖에 달리지 못하는 전기차라지만, 고속에서 이 정도 스티어링 세팅 감도라면 능동형 차선 유지 기능을 포함하는 게 어땠을까도 생각해본다.

또 한가지는 시트 조절을 모두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하지만 이조차도 뒷좌석을 쓸라면 뻑뻑한 레버를 당겨 힘겹게 작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니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번 모델의 주요 타깃이 된, 핸드백을 뒷좌석에 넣어두는 여성 운전자들라면 분명 반길 수 없는 요소다. 적어도 운전석 쪽만큼은 전동 시트를 적용하는 것이 프리미엄을 단 차의 최소한의 예의다.

트렁크 공간은 배터리가 탑재됐다고 하더라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3도어 모델과 동일하게 211~731리터를 활용할 수 있다.

미니 일렉트릭 인테리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미니 일렉트릭 인테리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배터리 품은 미니의 속사정

앞서 언급했듯 미니 쿠퍼 SE는 미니 3도어 해치백 모델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짧은 오버행과 콤팩트한 사이즈로 민첩한 움직임,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고카트 느낌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오히려 전기차 특유의 강력한 토크로 치고 나가는 느낌은 훨씬 더 우월하다.

하지만, 핸들링은 왠지 어색하다.

여느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깔린 배터리 덕분에 무게 중심이 잡혀 코너에서 보다 나은 핸들링을 제공할 것이라 짐작했지만, 시승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설계도를 살펴보면 미니 쿠퍼 SE에서 배터리는 바닥 전체가 아닌 리어 휠 앞, 뒷좌석 아래를 시점으로 ‘T’자형으로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다른 소형 전기차들과는 달리 고카트의 주행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비틀림 강성 즉, 유연함을 유지하기 위한 설계일 것이다.

가로 배치 3기통 엔진을 대신해 모터가 들어가 있고 트랜스미션이 통과하는 자리에 배터리가 일렬로 줄지어 있다.

미니 해치백 모델과 비교해 엔진은 모터로, 변속기는 배터리로 내용물만 바뀌었을 뿐 공간 설계는 달라진 것이 없다. 제원상 공차 중량은 약 100kg 정도가 더 무겁지만, 주행에서 느껴질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면, 이 차는 뒷바퀴를 굴리는 가솔린 모델과는 달리 엔진룸에 들어앉은 모터에서 앞바퀴에 구동력이 바로 전달된다.

뒤가 가볍고 앞이 무거울 수 있었지만, 배터리 용량 조절로 어느 정도 무게 균형을 맞춘 셈이다.

초반에 묵직한 스티어링 휠 감도는 속도를 내면서 가벼워지는 데 다소 흔들림을 동반하며 어쩐지 직관적이지 않다는 느낌이다. 저속 코너 공략이나 차선 변경 등에서는 민첩함을 놓치지 않지만, 고속에 접어들수록 노면을 타는 느낌이 강해 살짝 불안감이 더해진다. 핸들링은 가솔린 모델 쪽이 나은 느낌이다.

노면을 탄다는 것은 길의 높낮이에 따라 차가 기울어지는 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이 쏠리는 것을 말한다.

◇ 고카트의 민첩하고 빠른 움직임 그대로

핸들링은 기대치를 높여보아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일상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가벼운 문제다.

핸들링과 더불어 미니 쿠퍼 SE는 익숙해져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회생제동 기능이다.

본래 회생제동 기능은 원페달 방식의 운전과 연관이 된다. 미니 쿠퍼 SE에도 역시 전기차 특성에 맞춰 이 기능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전기차들과는 달리 ‘해제’ 기능이 없고 높낮이 감도의 세기만 두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모드 변경은 센터 디스플레이 밑 토글 스위치로 한다.

높음의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즉각 제동하는 느낌이다. 올린 발의 깊이와 떼는 속도 즉 원페달 방식의 운전에 익숙하지 않다면 울컥거림이 심할 수 있다.

완전히 꺼진 건 아니지만, 낮음의 모드로 변경하면 그나마 대부분의 구간에서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기능은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시동을 걸어 출발할 때면 디폴트로 되어 있는 높음 모드가 자꾸 거치적거린다는 점이다.

이런 단점을 만회하는 것이 고카트 특성의 민첩한 운동 성능이다. 주행거리를 희생하면서까지 미니가 추구했던 운전의 재미가 깃들어 있는 이유다.

더욱 강력한 토크를 발휘하는 미니 쿠퍼 SE는 184마력의 강력한 힘과 27.5kg·m의 최대토크로 제로백 7.3초를 기록한다. 타고 있다 보면 마치 골프장 카트로 롤러코스트를 타는 느낌이다.

별도로 마련된 주행모드에서 ‘스포츠’로 변경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전반적인 반응 속도가 빠르다. 오히려 스포츠 모드에서는 회생제동으로 주행이 살짝 불편할 수 있으니 노멀 모드를 놓고 달리는 편이 낫다.

가속은, 조금 과장하면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는 순간 바로 다음 진로를 생각해야 할 정도다. 물론 이보다 더한 전기차도 보았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치고 나갈 때 전기차의 느낌이 분명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제로백은 놀라울 정도가 아니더라도 작은 차체로 만끽할 수 있는 민첩함이 좋은 점수를 얻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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