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당그룹·386·통추세력 등 친노세력 제외한 신당창당 계획


 

▲ 한화갑 민주당 대표(좌)와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우)이 친노세력을 제외한 해체모여식의 신당 창당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주도의 정계개편 논의가 활기를 띄고 있다.

7·26 재보선 일주일 전에 있었던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정대철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의 오찬 회동.

이 때문에 정치권 특히, 여권이 한바탕 시끄러웠다. 정계개편에 대한 의견이 상충되면서 발끈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나왔다.

정 고문을 두고 한 여당 인사는 “별 영향력 없는 사람의 개인 의견일 뿐이기 때문에 큰 의미 없다”며 깎아 내렸다. 반면 이들의 회동을 반갑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당내 한 호남 인사는 “양측의 구체적인 통합 논의에 대해 아직 드러내 놓고 환영할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목소리를 죽이고 있을 뿐”이라면서 “이런 사람들은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때가 되면 한 대표와 정 고문이 거론한 식의 정계개편론에 합세할 여당 인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였다. 둘 간의 회동 이슈는 재보선 이후 한 풀 꺾인 양상이지만 한 대표와 정 고문간의 회동에서 ‘동교동계의 역할’이 진지하게 거론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와 정 고문은 회동을 통해 민주화·평화·개혁 세력의 힘을 합치자는 데 원칙적으로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 불가 ▲분당세력과 통합 참여 불가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 등 나름의 3대 원칙을 내세우며, 이른바 ‘통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정 고문도 이에 응했다.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은 정 고문이 먼저 주장했고, 이에 한 대표가 분당세력 통합 참여 불가 등의 조건을 달며 정 고문의 창당론에 동의했다. 둘 모두 3원칙에 뜻을 같이 했다는 것이다.

며칠 뒤 두 사람이 정계개편과 관련 의견일치를 보인 것처럼 전해지면서 정치권에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일부 세력의 통합 ‘밑그림’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한 대표가 밝힌 정 고문과의 회담 내용의 주 요지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되, 친노세력을 뺀다는 것.

한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 고문이 헤쳐모여식의 신당 창당을 제안했고 저도 동의했다”며 “정기국회 이전이라도 의기투합하면 신당창당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정 고문은 ‘(통합세력인) 우리가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다”면서 여당이 일찌감치 대통령과 딴 길을 갈 수 있다는 뜻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곳곳에선 정 고문에 대한 비난이 터져 나왔다.

여당 내 통합론자인 염동연 의원은 “정대철 고문의 생각은 많은 의견 중의 일부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염 의원은 특히 “민주 정통 개혁 세력의 정계개편 중심은 열린우리당이 될 것”이라며 자존심을 세웠다.

“민주당의 힘으론 주체적으로 통합을 이끌어갈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7·26 재보선에서 승리한 조순형 의원의 등장으로 민주당 주도의 정계개편론이 잔뜩 힘을 받을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탄핵 대표 주자’의 정치 전면 등극이란 상징성 때문에, 민주당의 입지가 상당히 굳건해졌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와 정 고문의 회동에서 동교동계의 역할론도 거론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여권 핵심부의 한 소식통은 “한화갑 대표와 정대철 고문이 했던 얘기 가운데는 알려진 세 가지 (통합 관련) 원칙 외에 동교동계의 역할론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들었다”면서 “특히 권노갑 고문의 명예회복과 정치원로로서의 대우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점 등을 논의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권노갑 한 개인에 대한 복권이라기 보다 억울하게 뒷전으로 물러난 과거 민주당 출신 세력들 전체에 대한 명예회복 작업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진지하게 나눈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여권의 한 호남 핵심 인사는 “두 분이 만나서 통합 이야기를 했다면 동교동계 재건 내용이 빠졌을 리 있겠느냐”면서 “이번 재보선에서 나타났듯이 새롭게 민주당을 결집시키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개혁당 출신 친노계열, 일부 386들, 그리고 과거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 세력 등을 제외한다면 억울하게 밀려난 과거 동교동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재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쪽에선, 한 대표가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과거 동교동 인사들의 입지 마련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는 80%가 넘는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대표에 등극했지만, 자리가 늘 불안했다. 집단지도체제를 바라는 세력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일인독재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은 주로 고건 전 국무총리를 지지하는 당내 인사들로부터 제기됐고, 이 때문에 한화갑 쪽과 고건 지지 쪽의 감정싸움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순형 의원의 당선으로 ‘민주당 부활’ 프로그램이 탄력을 받은 이상, 한 대표로선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마련할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대표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지지다”면서 “구체적으로 보자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동교동계 사람들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 대표와 정 고문 사이에서 권노갑의 복권이 거론됐다면,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라면서 “권노갑씨는 동교동계의 맏형일 뿐 아니라 한 대표와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새로운 역할을 기대하면서 많이 모여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가 민주당 재건을 위해 동교동계 인사들과 어떤 협력 라인을 구축할지, 또 동교동계의 결집이 향후 정계개편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화갑·권노갑 화해할까>
동교동1·2·3세대 및 범동교동계 아직 건재
‘국민의 정부’ 시절 ‘로열그룹’ 이끈 베테랑들

동교동계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로 통한다. 이들은 세대별로 분류된다.

60년대 박정희 정권 때부터 DJ과 함께 해온 1세대와 80년대 전두환 정권 초반부터 합류한 2세대, 87년 6·29 대통령직선제 이후 새롭게 영입된 3세대, 또 이들과 정치노선을 함께 한 범동교동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1세대로는 동교동계 ‘쌍두마차’라 불렸던 권노갑·한화갑을 비롯, 김옥두·이용희·남궁진·이윤수 등이 손꼽힌다.

2세대는 최재승·윤철상·설훈·배기선·정동채 등 당시로선 젊은 민주화 세력이 주축이 됐다.

3세대로는 전갑길·배기운·이협 등이 있다.

DJ와 함께 한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지만 동교동계와 정치적 삶을 공유한 한광옥·조재환·박양수·이훈평·박지원 등이 범동교동계로 불린다.

98년 이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들은 직위와 무관하게 자연스럽게 권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른바 정권의 ‘로열그룹’이 된 것이다. 동교동계가 막강한 파워그룹으로 인식되면서 동교동계는 야권의 주공격 대상이 됐고, 동교동계 인사들 가운데 몇몇이 각종 비리문제에 연루되면서 동교동계는 ‘비리 정치인 그룹’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권노갑과 한화갑 두 ‘맏형’이 갈등을 보이면서 동교동계가 신·구파로 갈렸다. 천정배·신기남·정동영으로 대표되는 소장그룹의 쇄신운동이 권노갑을 정조준 했고, 권노갑은 2002년 DJ의 두 아들이 비리혐의로 구속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정치생명을 마감하다시피 했다. 이를 계기로 동교동계도 영향력이 급속히 떨어졌다.

2002년 16대 대선과 2004년 17대 총선을 거치면서 대부분 동교동계 인사들은 정치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민주당 대표 한화갑과, 열린우리당으로 배를 갈아탄 정동채 정도가 17대 국회에서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DJ가 동교동계의 생명에 종지부를 찍은 일도 있었다. 2003년 1월 참여정부 출범 전 DJ는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동교동계라는 말이 나와서도 안되고, 모임이 있어서도 안 되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DJ가 동교동계의 해체를 지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동교동계는 DJ의 말대로, 특별한 정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DJ의 이 같은 지시는 ‘동교동계를 지키기 위한 최선책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 동교동계와 적이 된 노무현 세력이 동교동계를 가만히 놔둘 리 없기 때문에 DJ가 나서서 동교동계 해체 지시를 내림으로써 노 정권의 사정권에서 멀리 비켜 세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고, 노 정권은 집권 후반기를 맞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교동계 인사들은 주기적이진 않지만 자주 만나 끈을 계속 잇고 있다. 특히 DJ와 관련된 이슈가 있을 때엔 함께 대책을 상의하는 모습도 보인다.

북한 미사일문제 등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DJ의 6월 방북이 예정됐을 때 동교동계 인사들의 역할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당뇨합병증으로 병환 중인 권노갑을 제외한 대부분 동교동계 인사들은 언제라도 정치활동이 가능한 정치 베테랑들. 민주당 재건을 꿈꾸는 한 대표에겐 절실한 인물들이다.

특히 수도권 교두보를 마련한 민주당으로선 적극적인 수도권 진출을 위해서라도 대중적인 지명도가 높은 동교동계 인사들이 필요하다.

한화갑 대표가 권노갑 전 고문과의 화해를 통해 동교동계 인사들을 집결시킬 지 관심이 쏠린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