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은 브랜드 이미지 강화, 판매량은 중요하지 않아
부드럽고 강력한 심장, 가속과 제동력에 부족함 없어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봄 내음 맡고 기지개 켜듯 쉐보레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앞으로의 이 브랜드 전략은 ‘SUV’가 핵심이다. 그 선봉에 선 것이 쉐보레 국RV 라인업을 완성하는 풀사이즈 SUV 쉐보레 ‘타호’다.

그동안 소형부터 대형까지 빈틈없이 대열을 갖췄지만, 아쉬웠던 부분은 트래버스의 윗급 즉, 무게감 있는 초대형 사이즈의 기함이었다.

그동안은 포드와 링컨에 그리고 캐딜락에게 빈틈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물론 캐딜락을 같은 무리에 집어넣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쉐보레 브랜드만으로는 고급화 이미지, 차별성을 내세우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해외 브랜드지만, 국산차 테두리 안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은 쉐보레였다. 대중적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이 브랜드는 미국 국적을 분명히 하고 헤비급 챔피언 쟁달전에 나선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30일 쉐보레 브랜드의 풀사이즈 SUV 타호의 시승 행사를 열었다. 시승 코스는 서울 더K호텔에서 양지리조트까지 가서 트레일러 견인 및 짧은 오프로드 체험까지 해보고 돌아오는 것으로 짜였다.

◇ 아쉬운 가격, 쉐보레 진심은?

갈증 속에 기대충만, ‘타호’를 기다렸던 이들이 많다. 풀사이즈 SUV 영역에서 빈틈을 제대로 공략할 것만 같아서였다.

아쉽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타호의 출시 가격은 9253만 원. 북미에서도 가장 최상위 모델이 들어왔다.

지금 국내 풀사이즈 SUV는 강력한 경쟁차 포드 익스페디션과 럭셔리 제품군 두 종을 포함해 모두 4종. 가격대는 모두 9000만 원 이상 2억 원 이하로 포진했다.

바라던 것은 사실 8000만 원 이하 가격에 엔트리급이었다. 대부분이 동의하리라 믿는다.

물론 쉐보레 브랜드를 얕잡아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입차라는 개념보다 국산차라는 이미지가 더 오래 박혀있었던 터라 조금 더 친근한 가격이었으면 했던 것뿐이다.

게다가 풀사이즈 SUV를 진정 어떤 사람들이 탈 것인지를 가만 생각해보면, 타깃 분석이 빗나간 것이 아닌가 싶다. 카니발이 잘 팔리는 그 이유를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한국지엠이 무리수를 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지향점을 단단히 굳히려고 말이다.

잘 팔리든 안 팔리든 상관없다. 타호의 국내 진출이 갖는 목적은 현지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차피 북미 문화에 향수를 느끼는 이들(생각보다 꽤 많다)이라면 가격에 상관없이 용도에 상관없이 이 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소량의 판매로도 큰 역할을 해낸다. 한국지엠도 이런 차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tvN <바퀴 달린 집> 프로그램에 등장한 트래버스를 타호가 대신한다고 상상해보면 이해가 쉽다.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그동안 바닥을 치던 쉐보레의 브랜드 이미지도 금방 회복된다.

가능성 충만한 타호가 만든 프리미엄을 토대로 트래버스가, 이쿼녹스가, 트랙스가 혜택을 볼 수 있다. 나아가 앞으로 나올 전기차, 픽업 모델들도 말이다.

어차피 큰 볼륨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고급화 전략이 백번 옳다. 다만, 프리미엄에도 격이 있다는 사실은 함정.

9000만 원대 살 수 있는 차들이 꽤 많은데도 풀사이즈 SUV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포드 익스페디션이 나오며 겨우 시장이 개방됐다.

이 가격대 독일 프리미엄 차들은 괜찮은 조건을 제시한다.

퍼포먼스를 강조하며 레저 활동에도 최적의 컨디션을 제공하는 BMW X5, 고급진 이미지에 전반적으로 모나지 않은 분위기의 메르세데스-벤츠 GLE, 세련된 디자인에 감성 품질을 내세우며 온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아우디 Q7 등이 있다.

“가족을 생각하는 아빠차”라는 광고 카피가 절로 떠오르는 차들이다.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 오프로드 주행 장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 오프로드 주행 장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육중한 바디에도 민첩한 움직임

타호는 서버밴의 숏바디 버전이라고 부른다. 타호보다 서버밴의 역사가 더 길기에 붙일 수 있는 명칭이다. 에스컬레이드의 경우 롱바디 버전을 두고 ESV라고 부른다. 서버밴과는 또 다른 형제 차다.

쉐보레 타호는 6.2리터 V8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같다. 북미에서는 5.3리터 가솔린, 3.0리터 디젤 엔진 모델이 있다.

디젤 엔진 모델은 브랜드 전략상 전혀 생각지도 않는 부분이라고 했지만, 5.3리터 가솔린 엔진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선택은 가장 강력한 모델로 향했다. 시승차는 여러 가지 편의·안전사양들이 추가된 하이컨트리 트림이다.

인테리어 품질은 쉐보레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트래버스에 새로 추가된 하이컨트리 모델에도 적용되지 않았던 대시보드 가죽에 잠시 놀랬을 뿐이다.

기능 구성 등 시스템 사용은 편리할 듯하지만, 첨단적이라거나 세련됐다는 느낌은 적다. 눈높이만 조금 높아졌을 뿐 앉은 자세도 트래버스를 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운전자가 갖는 면적이 넓지 않은데, 안팎으로 인상적이고 이색적이었던 익스페디션과는 확실히 다르다. 외관상 크기도 살짝 작아 보이고 말이다.

이번 타호는 반도체 이슈로 후방 주차 경고음이 마이너스 옵션으로 빠져 있다고 한다. 선택 사항이 아니라 불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구매 시 찻값에서 6만 원을 깎아주며 운행 중 반도체 수급이 이뤄지는 대로 무상으로 설치를 해주니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특히, 엉덩이 쪽에서 진동 알림음이 있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정도 되면 옵션 사항이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이 차가 운전자와 궁합이 잘 맞는지다.

고유가 시대에 접어든 지금 자연흡기 6.2리터 V8 엔진은 부담이다. 연비는 물론 서울 도심부 통행 제한, 배기량 기준에 따른 자동차세 등도 참작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자연흡기 고배기량 엔진의 매력은 꽤 치명적이다. 6.2 배기량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대 누려볼 수 있는 마지막 내연기관의 최고봉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우렁찬 엔진음이 실내로 들어온다.

물론 전혀 불쾌한 느낌은 아니다. 원한다면 정속 주행으로 실내 소음은 충분히 잡아둘 수 있다. rpm 게이지는 디젤과 비슷하게 레드존이 7~8000에 걸쳐 있다. 그만큼 고른 영역에서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는 뜻이다.

자연흡기의 가장 큰 장점은 가속이 부드럽다는 점이다. 반대로는 중·고속까지 오르는 데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토크감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큰 덩치, 육중한 몸을 이끌고 있음에도 밀어내는 힘은 차고 넘친다. 추월 시 보여주는 민첩함도 꽤 인상적이다.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 인테리어 ⓒ 한국지엠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 인테리어 ⓒ 한국지엠

◇ 최고의 장점, 가성비 따지는 승차감

승차감은 포드 익스페디션과 경쟁에서 밀릴 때 꺼내놓는 히든카드다. 익스페디션도 승차감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타호는 좀 더 순항하는 느낌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프로포션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이번에 새롭게 적용됐다는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과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의 역할은 제법 컸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차의 높이를 조금 30mm 정도를 낮춰 조금 더 안정적인 자세로 만들어준다.

반대로 오프로드에 접어들면 차고를 높이는 것은 물론 전·후, 좌·우 360도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실제 시승 행사에서 마련한 장소는 오프로드를 본격 체험해볼 수 있는 양지리조트였다.

짧긴 했지만, 보통 오프로드를 시승 코스로 잡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양지리조트 상급자 코스를 따라 올라가는 비포장 도로는 일반 차량으로는 엄두도 못 낼 정도의 험로에 속한다.

오프로드 차량으로 등반한다고 하더라도 손잡이가 떨어질 정도로 움켜쥐어야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쉐보레 타호는 덩치도 있지만, 꽤 점잖게 오프로드 고개를 넘어간다는 느낌이다.

4WD 로우 기어에서는 진흙탕 미끄러짐도 잘 잡아준다. 22인치 일반 광폭 타이어를 신었는데,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 전혀 부럽지 않다.

행사에서는 트레일러를 끄는 체험도 진행했다. 3톤짜리 트레일러 하우스를 후미에 달고 짧은 코스를 달려 보는 이벤트다.

후방 카메라로 조인트를 더욱 쉽게 확인해 체결할 수 있으며, 달리기에서는 있는 둥 없는 둥 부드럽게 달린다.

3톤짜리 차량이 후미에 붙어 있다면 아무래도 차의 기울기가 달라질 터인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브레이킹에서 조금의 밀림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소와 똑같다. 견인 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요트 하나 달고 다닐 것 아니면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런 기능이 있으므로 해서 북미 문화를 등에 업고 가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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