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서 일상이 된 초대형 SUV 대표 주자 ... 가족형 레저차량으로 적합
충분한 편의·안전장비 넓은 포용력 갖춘 에코부스터 엔진 퍼포먼스 돋보여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포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포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카니발을 대체할 수 있는 가족차가 등장했다. 덩치는 물론 퍼포먼스 조건까지 만족스럽다. 

농후하게 익은 에코부스터 엔진을 심장에 얹고 찰진 달리기를 시전하며 국산 미니밴에서 만족할 수 없었던 멋과 퍼포먼스까지 진득이 채워주는 포드의 익스페디션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전에 없었던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 모델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큰 덩치라고 느낀 것인지 포드 익스페디션의 첫인상에 압도됐다.

아니 사실 큼직하고 뚜렷한 이목구비에 주눅이 들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헤드라이트 하나가 웬만한 성인의 머리 하나보다 크고 이를 꽉 채운 상태로 이어주는 대형 그릴에서 대륙의 웅장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묵직한 도어를 열면 발아래에서 자동으로 튀어나와 펼쳐지는 사이드 스텝이 눈으로 잔뜩 더럽혀진 신발을 털 수 있도록, 높디높은 차체에 아이들도 쉽게 올라탈 수 있도록, 반면 ‘헐값에 살 수는 없겠구나’라는 것까지 짐작케 해준다.

각 필러 안쪽에 큼직하게 붙어 있는 손잡이들은 오프로용이라기보다 거마에 엮인 고삐와도 같다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무게를 실어 승마할 때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다. 제대로 잡지 않으면 올라간 만큼 야무지게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 초대형 SUV 시장 프런티어

알다시피 익스페디션은 올해 국내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초대형 SUV이다. 신선함과 기대가 충만하겠지만, 원한다면 사이즈에 대한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5.3m 이상의 길이에 너비도 높이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 보였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현대 펠리세이드가, 기아 모하비가, 쉐보레 트래버스가 귀여워 보일 정도다.

초대형 SUV라는 세그먼트는 우리에겐 익숙지 않다. 협소한 주차 공간에 대한, 퍼먹는 기름값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차를 할 때면 빈틈을 찾는다기보다 기둥 옆이나 짐차 전용칸 등 알맞은 주차 공간을 찾는 데 적잖이 시간을 써야 한다.

운전자가 뒷문을 열고 내려야 하는 일로 인상을 찌푸릴 필요는 없다. 

그래도 그나마 이런 걱정에 개의치 않고 먼저 시장을 개척했던 차도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다.

기존 ‘연예인 차’로 불리던 쉐보레의 스타크래프트 밴과는 다른 타깃을 노리고 대형차 마니아들을 끌어모았다.

둘 다 희소하고 의전의 개념이 많이 녹아 있는 모델이지만, 품격의 차이는 달랐다.

익스페디션은 이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비즈니스보다는 레저나 일상에 더 어울리는 분위기다. 거기에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가격도 한몫을 했다.

초대형 SUV가 시장에서 특수성을 띤다면 한 가지 모델 정도는 모든 면에서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포드가 최근 들어 이 시장 공략에 진심이다.

라인업 물갈이에 나섰고, 미국형 인기 차종들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일부 모델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장세우기도 한다.

어찌 보면 그동안 포드코리아를 먹여살렸던 효자 모델 익스플로러의 볼륨까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과감한 선택이다. 실제로 그래프가 그렇게 그려지고 있기도 하다.

포드 익스페디션은 플래티넘 트림 7인승과 8인승 두 가지로 나온다. 가격은 8210만 원으로 똑같다. 에스컬레이드와는 6000만 원 이상의 차이가 난다.

품격으로 에스컬레이드와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은 따로 있다. 같은 계열에 있는 1억1840만 원짜리 링컨 네비게이터다.

여전히 가격 경쟁력은 포드·링컨 쪽이 우세하다. 스타크래프트 밴은 공식 수입차가 아니니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익스페디션이 걱정해야 하는 라이벌은 에스컬레이드가 아니다. 바로 내년 1분기 국내 도입이 거의 확실시 된 쉐보레 초대형 SUV ‘타호’다.

타호는 현재 쉐보레 라인업에서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트래버스의 상위 레벨로 자리 잡는다.

미국에서는 서버밴이라는 더 큰 모델이 있지만, 어쨌든 익스페디션과는 직접적인 라이벌 구도를 이룬다.

국내에서는 우선, 다른 걸 떠나 타호의 가격 경쟁력이 우려된다.

앞서 쉐보레와 포드의 픽업 라인업 경쟁을 본다면 비슷한 상황이 그려진다.

하지만 둘의 매력이 다른 만큼 가격만 가지고 판단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포드 익스페디션 ⓒ 포드코리아
포드 익스페디션 ⓒ 포드코리아

◇ 국내 라인업 경쟁 모델

브랜드 동급 모델을 비교해볼 수 있는 건 파워트레인이다.

에스컬레이드는 전통적인 고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을 고집했다. V8 6.2리터 가솔린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426마력.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에 빠진 이들은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쉐보레 타호는 아직 파워트레인이 확실시되지 않았다.

미국에서의 라인업은 최고출력 420마력을 내는 V8 6.3리터와 355마력 5.3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277마력 V6 3.0리터 디젤 터보 엔진에 10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익스페디션과 네비게이터는 형제 차이니만큼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V6 3.5리터 에코부스트라는 동일한 가솔린 엔진에 10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다. 익스페디션에서는 최고출력 375마력을 내며 네비게이터는 457마력을 낸다.

에코부스트는 터보차저 기술이 핵심이다.

터보이니만큼 렉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주 최소한으로 제어가 되어 있으며 일상 주행에서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할 정도로 만들고 최고의 퍼포먼스와 효율성을 갖추도록 하는 게 그들의 기술력이다.

연료 효율을 높여주는 직접 분사, 토크를 향상한다는 가변 캠샤프트 타이밍이 이를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지난 2012년 포드는 이 엔진을 처음 시장에 내놓고 최고의 엔진상을 받기도 했다.

저배기량 엔진에서 특히 주목받았는데, 한때는 특별히 튜닝된 1리터 에코부스터 엔진을 레이스카에 얹어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는 포드의 대표 간판 모델 머스탱에도 2.3리터 에코부스트 유닛이 들어가는데,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레인저 픽업에서도 느꼈지만, 최신 에코부스트는 가속을 시작할 때 부드러움이 도드라진다는 생각이다.

하드한 하체 세팅과도 잘 어울리지만, 조금 느슨해져도 개의치 않을 넓은 포용력을 가졌다. 저속에서도 고속에서도 빈틈없이 찰지게 달린다는 뜻이다.

다만, 운전자로 하여금 (살짝이라도) 고객을 뒤로 젖히게 하거나 (가속으로 인해) 마음이 설레는 일은 드물다.

차체의 크기도 있는데다가 그런 성향이 아니기도 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운전 재미보다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좋다.

여기에 더할 수 있는 게 10단 자동변속기다. 연비에 효율성은 높였을지 모르나 가속 반응에서는 흥미를 잃게 만드는 부분이다.

대신 다재다능 SUV로서 여러 가지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우선 오프로드의 성향이 타 브랜드의 도심형 SUV들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

포드 익스페디션 실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포드 익스페디션 실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눈길 사륜구동 '진가' 

주행모드는 에코에서부터 눈길, 빗길, 모래밭 등 다양한 지형을 넘나들 수 있도록 마련이 되어 있다.

정확히는 일반 SUV와 지프나 랜드로버의 사이쯤이다.

때마침 시승 기간에 폭설이 내렸다. 첫날 꽁꽁 언 빙판길을 달릴 엄두는 안 났지만, 다음날 해가 뜨고 그나마 눈이 조금 녹았을 때 눈길을 찾아 주행해보니 오프로드 성향을 띤 사륜구동은 그 진가를 발휘했다.

일반 주행 모드에서 눈길 주행 모드로 바꾸면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달라지는데, 동시에 이와 함께 토크가 조절되고 있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일반도로에서는 차체의 크기가 운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널게 트인 시야가 확보되고 주변을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대형 차량이 옆에 지나가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대시보드 중앙 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 상단에 비상등 버튼과 자주 쓸법한 버튼들을 모아놨다. 여기서 차선유지보조 기능을 켤 수 있는데, 차체 너비를 생각하면 나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승차감은 차체의 높이에도 불구하고 나름 노면 충격도 커브길 쏠림도 잘 잡아준다는 느낌이다.

모니터 아래쪽은 공조기 기능과 미디어 설정 버튼들이 모여 있는데, 나름 사용하기 편리하게 갖춰져 있다.

사실 현재 국내 판매되고 있는 익스페디션은 2021년형 모델로 조만간 2022년형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기다리고 있다.

해당 모델은 최신 트랜드에 따라 기본 12인치, 센터페시아를 가득 채우는 최대 15.5인치 세로형 대형 모니터가 적용된다.

사실 차 내의 모든 것이 다 큼직큼직하지만, 모니터만큼은 작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대형 모니터를 적용한 것이겠지만, 크면 클수록 복잡한 디지털 사용법에 익숙해야 할 것이며, 전방을 바라봐야 하는 시선을 빼앗기게 될 수 있다.

게다가 주차시 유용하게 쓰이는 360도 카메라 역시 대형 화면으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화질은 그대로일 가능성이 크다.

운전석에서 느낄 때 차내로 들어오는 풍절음은 크지 않다. 엔진음도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들리는 편이다.

대체로 소음은 많이 잡혀있는 듯하지만, 노면에서 전달되는 진동은 꽤 있는 편이다.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두 시간 이상을 운전하면 약간의 진동 감을 남기는 정도다.

하지만 두 시간 이상의 거리는 어느 차든지 마찬가지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옳다.

포드 익스페디션 ⓒ 포드코리아
포드 익스페디션 ⓒ 포드코리아

◇ 패밀리 '최고의 차'

익스페디션은 구성원이 많은 가족에게 있어 장점이 많은 차다.

물론 대형 이상의 SUV가 모두 그렇겠지만, 일곱 명 이상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은 자동차가 가진 많은 매력을 포기하게 만든다.

적재 공간도 마찬가지다. 장거리 여행을 가는 데 실어야 할 짐들은 다다익선이다. 연비를 따진다면 백팩 하나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맞다.

도어에 있는 사이드 포켓, 동반석 앞 대시에 있는 콘솔 박스, 와이프와 거리를 두게 도와주는 센터 콘솔 박스 등 수납공간이 차고 넘친다.

특히, 가운데 콘솔박스는 백팩 한 개와 작은 핸드백이 하나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크기를 자랑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이얼 방식 변속기 레버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익스페디션의 내부에서는 공간활용에 걸맞게 사용됐다.

시승차는 7인승 모델이다. 2열 시트가 독립식으로 배치돼 있고 3열에는 세 명이 앉을 수 있는 구조다.

5인 가족이 탑승을 한다면 핸드폰 게임을 즐기는 큰 애는 맨 뒤에 앉아 동생들로부터 해방, 간만에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셈이다.

8인승 모델의 경우는 2열과 3열 시트는 평평하게 뉘어진다. 차박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남다른 개방감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믹 선루프 위에 루프탑 텐트를 설치한다면 어디든 가서 1박 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차하면 캠핑 트레일러를 차의 후미에 연결할 수 있다.

대형급 이상의 SUV들은 견인 능력이 필수다. tvN에서 절찬리 방영 중인 <바퀴달린집>에 나온 것이 대형 SUV인 쉐보레 트래버스인 것을 생각해보면, 익스페디션에게 견인 능력이란 문제 될 게 없다.

시승에서는 트레일러를 직접 설치하는 경험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차내에서는 견인 시 트레일러 모니터링 등 안전 관련 장비들이 갖춰진 것을 곳곳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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