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호기 운전, 정비 비정규직 240명 정규직 전환 추진 중...꼼수 계약도 사라질 듯
노사 합의로 각 사업소별 선발 후 확정 예정...민영화 뒤 사장 낙하산 논란은 ‘여전’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발전소 시운전 모습 ⓒ 한국발전기술 2020 국문 브러셔 캡처
발전소 시운전 모습 ⓒ 한국발전기술 2020 국문 브러셔 캡처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인 고(故) 김용균씨 사고 3주기를 맞는 가운데 한국발전기술(주)이 프로젝트 계약직을 없애고 정규직 전환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진다.

17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국플랜트서비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국발전기술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은 계약직 240명으로, 한국발전기술 전체 비정규직 인원이다. 올해는 노동조합과 상생 차원에서 예년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정규직 선발은 공공운수노동조합 산하 한국발전기술 노조에서 1차로 선발하고, 2차는 각 사업소별로 뽑은 뒤 본사는 그 결과를 취합한 후 기준에 부합한 인원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을 확정 짓는 순이다.

한국발전기술은 그간 입사 1년 미만이나 대상자가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왔다. 이 때문에 입사 후 1년 지나야 정규직 전환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꼼수 계약’이라 불리던 프로젝트 계약도 없애고 있다. 한국발전기술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를 운영, 정비하는 협력사다.

발전소 호기별로 계약이 다르고, 3개월에서 6개월 단위로 한국서부발전과 계약을 맺고 있다.

한국발전기술은 금명간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발전기술 인사팀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라며 “가능하면 연내 마무리하고, 늦어도 내년 초에는 이뤄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국발전기술 영문 로고 ⓒ 한국발전기술 2020 국문 브러셔
한국발전기술 영문 로고 ⓒ 한국발전기술 2020 국문 브러셔

◇ CEO 낙하산 논란

한국발전기술은 남동발전 자회사에서 벗어나 민영화된 뒤에도 CEO 낙하산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 발전 정비업 기업은 지난 2014년 6월 민영화됐다. 주주는 한국플랜트서비스(주)로 100%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발전설비 개보수 공사를 하는 등 플랜트설비정비업체다.

낙하산 논란은 민영화 뒤 역대 사장 중 8할이 남동발전 출신이라는 점에서 불거진다. 현재까지 5명의 사장 중 4명이 남동발전 쪽 인사다.

물론 이 가운데 일부 인사는 남동발전 퇴직 후 다른 곳을 거쳐 온 인물도 있다. 현 한국발전기술 박영진 대표이사도 마찬가지다.

이 기업 연 매출 규모는 750억원으로 남동발전, 서부발전, 대원에너지, 에스파워 등을 거래처로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발전기술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것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발전기술은 2018년 12월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당시 25세)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근무를 하다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던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다.

이 사고 이후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는 수면위로 올라왔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시작으로 공기업 중심의 민간위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가 시작된 바 있다.

고 김용균 3주기 추모 사진전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 뉴시스
고 김용균 3주기 추모 사진전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 뉴시스

◇ 끝나지 않은 참사

김용균씨 사고 3주기를 맞았지만,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 소재 공방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쟁점은 한국서부발전이 업무를 구체적, 개별적으로 관리 감독하면서 (하청)근로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원청으로서 제공 했는지 여부와 당시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오는 21일 검찰이 지난해 8월 사고 당시 원청인 서부발전 대표이사 김병숙씨와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대표이사 등 총 14명을 기소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1심 결심 공판을 연다.

한편 김씨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 중이고,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달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산재사고 책임을 사용자에게 지우자는 취지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기업’이라는 단어가 빠지면서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된 상태다.

이 때문에 해당 법률 시행으로 신업현장 외주화된 원•하청 구조가 개선될지 미지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6일 국내 산안법 처벌 수위가 높은 편이라며 미국 등 12개국을 선정해 처벌 규정을 비교한 ‘산업안전 관련 사업주 처벌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미국 등 12개국 각 산업 현장에 처한 현실이 다르고, 처벌 규정에만 초점을 맞춰 분석한 보고서가 보편성을 띄고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여기에 양주 회천지구 일부 아파트 공사장에선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일부 근로자가 활보하는 등 여전히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사업주 처벌 형량을 낮출 필요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에 따른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이중 처벌 논란의 여지는 해소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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