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에 총 1014건 접수돼 최근 7년 중 최다…이달 29일 정답 공개
가채점 결과 1등급 컷 떨어져…출제원장, “쉬운 문제 어려워 해 당황”

[민주신문=전소정 기자]

이의 신청이 가장 많은 영어영역 34번 문항과 제시문 오류 주장이 제기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좌측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의 신청이 가장 많은 영어영역 34번 문항과 제시문 오류 주장이 제기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좌측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된 문제‧정답 관련 이의 제기가 1천 건이 넘게 접수돼 최근 7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수능 출제위원장은 난이도 실패로 인한 불수능 논란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2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능일부터 지난 22일 오후 6시까지 평가원 홈페이지 이의 신청 전용 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이의 신청은 총 1014건(중복포함)으로, 이는 2015년도 수능 1338건 이후 가장 많다.

또 지난해 2021학년도 수능 이의 신청 접수 417건 보다 약 2.4배 높은 수치다.

이의 신청은 영역별로 영어영역 496건, 과학탐구 233건, 사회탐구 146건, 국어영역 108건, 수학영역 19건, 제2외국어‧한문 10건, 직업탐구영역 2건 순이다.

특히 단일 문항 중 영어영역 34번이 458건,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160건으로 이의 신청 접수가 가장 많았다.

영어영역 34번은 과학과 대조한 역사적 통찰의 발전에 대한 지문으로, 빈칸에 구문을 채워넣는 문항이다.

하지만 해당 문항은 빈칸 앞 ‘questioning’의 의미를 ‘의문’이 아닌 ‘연구’, ‘탐구’로 해석한다면 평가원 정답 2번 외에 3번도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의 신청이 많았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제시문 조건에 오류가 있다는 항의가 제기됐다.

해당 문항은 동물 종 P의 두 집단에 대한 제시문을 보고 하디-바인베르크 법칙과 관련 옳은 설명을 고르는 문제이다.

학원가는 해당 문항에 대해 “제시문 조건대로 풀이하면 개체수가 음수가 된다”라며 “문제 조건 설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볼 수 있다”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외에도 국어영역 화법과 작문 40번에 대해 평가원 정답 3번 외 4번 복수정답 처리 요청, 사회탐구영역 생활과 윤리 4번의 보기 문항에 ‘ㄴ’도 정답 처리 해달라는 주장이 나왔다.

평가원은 문제‧정답 이의 신청에 대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이의심사실무위원회 심사와 이의심사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이달 29일 오후 5시 최종 정답을 공개한다.

수험생들이 지난 18일 서울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수험생들이 지난 18일 서울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가채점 1등급 컷 하락… 입시 업계, 난이도 실패 지적

첫 문이과 통합형으로 진행된 이번 수능은 역대급 불수능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국어영역 ‘헤겔의 변증법’, ‘기축통화와 환율’ 비문학 지문은 수험생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올해 수능은 불수능 논란이 불거졌던 2019학년도 수능 이의 신청 건수 991건을 넘었고, 입시업계는 가채점 분석 결과 1등급 컷 원점수가 지난해보다 낮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 1등급 컷 원점수가 낮을수록 시험은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입시 업계는 수능 1등급 컷을 국어 화법과작문 82~85점, 언어와 매체 82~84점, 수학 확률과통계 85~89점, 미적분 81~85점, 기하 83~86점으로 예측했다.

전년도와 대비 1등급 컷은 평균 국어 3~5점, 수학 3~11점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입시 업계는 절대평가인 영어영역도 1등급 비율이 전년도 12.7%에서 올해 5~6%로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평가원 난이도 조절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평가원 모의평가와 교육청 학력 평가로만 수험생 수준을 측정해 문제를 출제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야한다”라고 비판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도 “결과적으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봐야한다”라며 “코로나19가 2년째 지속되는 상황에서 학력 저하는 예상해야 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위수민 수능 출제위원장이 수능날인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프리핑에서 수능 출제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위수민 수능 출제위원장이 수능날인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프리핑에서 수능 출제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출제위원장 “코로나로 학력 저하”…평가원 “개인 견해”

입시 업계와 현장 교사들은 가채점 결과로만 보면 불수능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수능 출제 책임자는 불수능 반응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위수민 수능 출제위원장(한국교원대 지구과학교육과)은 지난 22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수준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다”라며 “학생들 수준이 생각보다 더 낮았던 것 같다”라며 당황스러움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학력 저하는 부인하지 않았다.

앞서 위 출제위원장은 수능날인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두 차례 모의평가 분석결과 학력 양극화 현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위 출제위원장은 “2년째 정상적인 학교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 학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고난도는 없었고, 중간 난이도 문제가 많았는데 그런 문제들을 어렵게 생각하면 중간이나 중하위권이 많이 무너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홍보실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평가원은 현재 채점 진행 중”이라며 “난이도 조절 문제 및 불수능 논란에 대해서는 이의신청과 채점 등 결과가 나온후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수민 출제위원장 인터뷰에 대해서는 “수능 출제위원들은 수능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위수민 출제위원장 발언은 입시업계 가채점 1등급 컷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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