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최고배우들 등장, 앤더슨 작품 중 역대 초호화 캐스팅 자랑
미적 감각, 영화 역사적 배경으로 전설적인 시트로엥 모델 대거 등장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포스터 ⓒ 디즈니플러스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포스터 ⓒ 디즈니플러스

오랜만에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가 개봉했다. 2018년 <개들의 섬>의 메가폰을 잡은 이후 3년 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찾아온 것.

영화계에서 3년이라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그의 공백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이 2014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후 없었기 때문이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은 그만의 세계가 짙게 나타나 있다고 한다. 난해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 일상과 동떨어져 있다고 해야 할까.

날이 갈수록 더 이해하기 힘든 그의 작품 세계는 철학적으로 더 깊은 내면의 갈등을 겪고 있어서일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요즘 영화들은 난이도가 높아진다. 흥미를 위주로 하는 히어로물에서까지, 마치 한 편의 어려운 시를 읽는 것처럼 말이다.

앤더슨 감독 작품은 앞서 본지에서도 한두 번 다룬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감독일 뿐만 아니라 내용을 보나 비주얼을 보나 다른 영화와 견주어볼 수 있는 신선함이 있어서다. 자동차와 엮기 힘들 것이라는 편견은 없었다. 왜냐면 그의 작품 세계는 예술과 철학의 백과사전과도 같기 때문. 

◇ 영화 이해 위한 앤더슨 감독 백그라운드

앤더슨 감독의 첫 번째 흥행작은 1998년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Rushmore)>이다. 미국 명문고를 다니는 괴짜 학생 맥스군(세이슨 슈왈츠먼 분)이 아름다운 여선생 로스(올리비아 윌리암스 분)를 짝사랑하게 되는 과정에서 솔직한 인간 내면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평가받았다.

교과 점수는 낙제 수준이지만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열정적인, 그 때문인지 자만심에 가득 차 있던 맥스는 어른과 아이들의 세계에서의 현실적 간극을 경험하게 되고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찾아간다. 어쨌든 해피엔딩이다.

물론 이 영화에 대한 평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시작으로 앤더슨 감독의필모그래피가 완성돼 가고 있으며, 이 영화를 이해해야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 이후 자동차 이야기에서도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부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모든 것에 다 의미가 있다는 그의 철학 말이다. 

이번에 개봉한 <프렌치 디스패치>와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를 비교해 봤을 때 2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철학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앤더슨 감독의 작품 세계를 세 가지 핵심 주제로 나눠볼 수 있을 거 같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했듯이 일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일상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사회적 계급의 차이를 달리 본다는 평가도 있다. 그의 2001년 작품 <로열 테넌바움>을 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평범한 이야기를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돕는 볼드한 색감의 비주얼이다.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스토리 구성은 한 편의 연극을 보듯이 ‘장’과 ‘막’으로 나눴고 영화 속 배경은 극장 안에서 보는 것처럼 축소한 공간감을 의도했다.

마치 도화지에 그려진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이런 공간감이 잘 표현된 작품은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이다.

세 번째는 거의 완벽한 매칭을 자랑하는 사운드트랙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대체로 60~70년대 록 음악이나 포크송에 가까운 음악들을 선곡했다.

이 역시 그만의 작품 세계를 극적으로 표현해주도록 돕는 요소다. 이번 작품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음악 감독으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맡았다. 앤더슨 감독과는 <셰이프 오브 뮤직>에서 인연을 맺었다.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틸 컷 ⓒ 디즈니플러스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틸 컷 ⓒ 디즈니플러스

◇ 앤더슨 감독 역대 초호화 캐스팅 

이번 <프렌치 디스패치>에서도 위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갔다. 기존 정보가 없어도 앤더슨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영화는 20세기 초 프랑스, 오래된 가상의 도시 ‘블라제’에서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는 ‘프렌치 디스패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앤더슨 감독의 페르소나는 이번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편집장은 빌머레이(하위처 주니어 역)가 맡았다. 그의 작품 이미지와 가장 잘 부합하는 인물로 꼽힌다.

기대했던 오웬 윌슨(허브세인트 새저랙 역), 애드리언 브로디(줄리언 카다지오 역)도 함께했다.

앞선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Darzling Limited)>나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로얄 테넌바움>에서 그들의 존재감은 언제나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외에도 <프렌치 디스패치>의 출연진들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가장 눈에 띄는 베니시오 델 토로(모지스 로즌세일러 역)를 비롯해 레아 세두(시몬 역), 제프리 라이트(로벅 라이트 역), 티모시 살라메(제피렐리 역) 등이 캐스팅됐다.

베니시오 델 토르는 <시카리오> 시리즈 등 액션영화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프랑스 출신 배우 레아 세두 역시 <007 스펙터>나 <007 고스트 프로토콜> 등에서 본드걸을 맡으며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이다. 특히 그녀는 이번 <007 노 타임 투 타이>에서도 핵심 인물로 등장했다.

그뿐만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감초역을 대표하는 제프리 라이트는 <바스키아>(주연 장미쉘 바스키아 역)부터 시작해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흥행작에 다수 출연했다. 조금 있으면 <더 배트맨>에 제임스 고든 역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또 한 명 핵심 캐스팅인 티모시 살라메는 최근 개봉작 <듄>의 주인공으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이 시대 극장가를 주름잡는 역대 주·조연급 배우들이 대거 총출동하고 나선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앤더슨의 영향력이 증명되는 대목이다.

◇ 알고 봐야 이해되는 난해한 스토리

솔직히 말하면 앤더슨의 이번 영화는 흥행을 보장할 수 없다. 평론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그 이유는 영화의 주제가 우리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중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프렌치 디스패치’라는 매거진에 대한 배경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이해가 쉽다. 기자 역시 관람 후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본 후에야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소문에 의하면 ‘프렌치 디스패치’는 미국을 대표하던 문예지 <더 뉴요커>지에서 활동하던 기자들의 실제 기사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정치나 사회, 경제적 문제를 반영한 것이다. 결국, 일상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을 기자라는 평범한 직업인의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배경은 왜 미국이 아닌 프랑스일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어차피 가상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인데 말이다.

추측에는 프렌치라는 단어가 삼류 영화도 일류 영화로 바라볼 수 있는 넓은 포용력과 다양한 인종과 계급이 같은 공간에서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대부분 믿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틸 이미지, 시트로엥 트락숑 아방 ⓒ 디즈니플러스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틸 이미지, 시트로엥 트락숑 아방 ⓒ 디즈니플러스

영화는 총 네 가지 특종을 옴니버스식으로 짜 맞췄다.

첫 번째 특종은 ‘자전거를 타는 기자’로 가장 지저분한 동네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기행기다. 새저렉(오웬 월슨 분)이 이 특종을 쓴 기자이며 그의 글에서 표현법은 아름다움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매우 거칠고도 암울하며 지저분하다.

편집장 하위처(빌 머레이 분)는 그나마 단어 하나라도 아름다운 단어를 넣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보지만 새저렉의 결심은 단호하다. 그만큼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도 분명했다는 뜻이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300자 이내의 글자에서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콘크리트 걸작’이라는 주제다. 감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천재 화가와 그의 교도관 뮤즈의 사랑을 다뤘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사랑(벽화)를 표현했지만, 결국에 인간의 욕심이 이를 떼어가 버린다는 멜랑콜리한 이야기다.

세 번째 이야기는 더욱 난해하다. 학생 혁명을 이끄는 리더 제피렐리와 줄리엣의 이야기인데, 기숙사 통금 시간이나 남학생들의 여자 기숙사 방문 금지 등의 불만으로 촉발한 프랑스 68혁명이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네 번째 이야기는 유명 셰프 네스카피에를 취재하다 벌어진 예측 불가 범죄 사건이다. 애니메이션이 가미된 네 번째 스토리에서는 한국계 2세 배우인 스티브 박이 네스카피에를 연기해 눈길을 끌었다.

◇ 앤더슨 세계에 뛰어든 프렌치 자동차 시트로엥

자동차 이야기를 따로 떼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각각의 스토리에서 자동차가 조금씩이나마 등장하지만, 감독의 의도대로 미장센을 잘 만들어낸 것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해석하기 힘들다. 영화 감상이 끝난 후에야 하나씩 수확하는 나름의 쿠키와도 같은 요소다.

가상의 도시이긴 하지만 영화 속 배경이 프랑스인 만큼 그들의 차가 주로 등장한다. 감독 입장에서는 역사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자동차의 역사적 배경도 실감 나게 표현해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자동차는 큰 역할을 한다. 특징을 잘 살리며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에 등장했던 메하리(Méhari)처럼 영화의 배경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자동차 브랜드로 시트로엥이 선택됐다.

시트로엥은 르노와 푸조를 비롯해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다. 이중에서도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고도 평가받는다. 지금은 스텔란티스 산하의 한 개 브랜드일 뿐이지만 역사적으로 헤아려 본다면 벤츠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전통 깊은 자동차 회사다. 올해로 102년 째다.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홍보 포스터 이미지, 웨스 앤더슨 감독이 시트로엥 타입 H 차량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디즈니플러스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홍보 포스터 이미지, 웨스 앤더슨 감독이 시트로엥 타입 H 차량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디즈니플러스

등장 차 설명을 잠시 하자면,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차는 ‘트락숑 아방(Traction Avant)’과 타입 H(Type H)’이다.

트락숑 아방은 영화 중반부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 등장한다. 1934년부터 1957년까지 생산된 모델로 세계 최초로 모노코크 구조의 섀시를 적용했으며, 당대 주류였던 후륜 구동 방식 대신 전륜구동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피아트와 함께 전륜구동 자동차의 시대를 열었던 모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속 100km를 달릴 수 있음에도 리터당 연비는 10km에 달했다. 생산연도 동안 판매한 차는 76만여 대에 이른다.

타입 H는 요즘으로 따지면 미니밴이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취재 차량으로도, 블라제의 경찰차로도 등장한다. 앤더슨 감독과 함께 서 있는 영화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는데, 해당 모델은 1949년부터 1981년까지 생산된 모델이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민들의 상업 활동을 고려해 제작됐으며 슬라이딩 도어와 낮은 지상고, 높게 뽑은 실내 공간은 1200kg의 짐을 실을 수 있는 실용성까지 갖춰 큰 인기를 구가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영화 속 곳곳에서 프랑스 차들을 살펴볼 수 있다. 태생부터 전설이 되기 시작한 시트로엥 2CV부터 아미6, DS, GS 등이 그것이다.

프랑스 브랜드로는 르노와 푸조도 있건만 유독 시트로엥의 차들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아마도 앤더슨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을 것이다.

브랜드 역사를 살펴보면 시트로엥 브랜드의 설립자 앙드레 시트로엥은 프랑스 자동차 업계의 애국자로 불린다고 한다.

세계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군납 압박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으며 마지막까지 기술 유출에도 유독 심하게 저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앤더슨 감독이 추구하는 철학인 소수자를 위한 목소리가 어느 정도 부합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시트로엥은 아쉽게도 업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예전에 비해 인기를 많이 잃은 상태다. 이대로는 조상의 유산을 먹고 사는 유럽 도시들처럼 퇴색하게 될지도 모른다.

글로벌 시장에서 쟁쟁한 경쟁 상대가 더욱 많아진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당시와는 다른 시대상이 그 원인이 아닌가 싶다.

분명한 것은 일류와 삼류 영화를 구분하기 힘들 듯 자동차에서도 ‘최첨단’과 ‘클래식’은 좋고 나쁨을 가르는 잣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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