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LG에너지솔루션, 정세균 총리 두 번째 합의 촉구에도 ‘협상’ 진전 없어
ITC 의견서 공개발(發) 양사 감정 골 깊어져… ITC 판결 거부기간 종료 후 이뤄질 듯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왼쪽부터) ⓒ 민주신문 DB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왼쪽부터) ⓒ 민주신문 DB

정세균 국무총리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간 배터리 소송 분쟁에 또 다시 쓴 소리를 냈지만, 양사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에 대한 의견서를 공개하고, LG에너지솔루션이 컨퍼런스콜을 통해 대화의 메시지를 날리면서 SK이노베이션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SK이노베이션은 ITC 의견서 공개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제대로 된 검증을 받아보자는 뜻을 굳히지 않는 분위기다.

여기에 미국 백악관 상대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치열한 물밑 경쟁도 벌어져 현재로선 양사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간 배터리 소송 분쟁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ITC 최종 판결은 났지만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말 미 백악관에 배터리 분쟁 개입 요청을 하면서 또 다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에 맞서 LG에너지솔루션도 미 행정부 무역 관련 인사들을 만나 ITC 결정이 번복되면 안된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ITC 판결 거부권 행사 기간은 다음달 11일까지로, 아직까지  최종 결정 향방은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지어지는 미국 조지아주(州) 주지사와 상원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지만, 미 현지 언론은 뒤집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 연단)가 지난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모든 부처 기자를 대상으로 개방형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국무총리 비서실
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 연단)가 지난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모든 부처 기자를 대상으로 개방형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국무총리 비서실

◇ 또 다시 합의 목소리 낸 정 총리

정 총리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한 듯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양측에 합의하라는 목소리를 또 냈다.

정 총리는 지난 4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진행된 브리핑을 통해 양사가 백악관 상대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정 총리는 신속하게 결론 내는 게 양사 이익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소송 분쟁에 대한 정 총리의 쓴 소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1월 더 큰 공익을 위해 양사에 빠른 해결을 당부한 바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로고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로고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 ‘희비’ 엇갈린 ITC 의견서 공개

이런 가운데 이날 ITC가 공개한 의견서는 양사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합의 ‘압박’ 카드로 각각 작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날 공개된 의견서는 이번 배터리 소송 판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희망’도 꺾이게 만드는 모양새다.

미 ITC는 의견서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과 관련해 SK가 LG의 영업비밀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ITC 해설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에 앞서 고위층 지시로 전사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예비 결정 때부터 지적된 자료 삭제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ITC는 이런 배경 등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11개 카테고리·22개 영업 비밀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물론 여기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구체적이고 개연성 있는 입증을 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에 ITC는 미국 수입 금지 기간을 LG 주장으로 받아들여 10년으로 정했다는 설명도 내놨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SK 서린동 사옥 전경(왼쪽부터) ⓒ 민주신문 DB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SK 서린동 사옥 전경(왼쪽부터) ⓒ 민주신문 DB

◇ SK ‘발끈’ vs. LG ‘압박’ 양상

SK이노베이션은 ITC 의견서 공개에 발끈했다.

수십 년간 공들인 배터리 개발 노력이 물거품 된 것에 불만의 목소리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1982년부터 준비해 온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개발 노력과 그 실체를 제대로 심리조차 받지 못한 ITC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조방식이 달라 LG의 영업비밀 자체가 필요없고, 40여년 독자개발을 바탕으로 이미 2011년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공급 계약을 맺은 바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에 대한 실체적인 검증이 없이 소송 절차적인 흠결을 근거로 결정했는데, 그 결정은 여러 문제들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영업비밀 침해를 명분으로 소송을 제기한 LG에너지솔루션은 침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ITC 의견서 어디에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는 실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진정성을 내세우며 SK이노베이션을 압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날 컨퍼런스콜을 열고 “(합의금액이) 조 단위 차이가 난다”며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취했다.

컨퍼런스에 나선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너무 갭이 난다”며 “양사 합의는 총액에 근접해야 각론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ITC 최종 판결 후 협상 재개를 SK이노베이션에 제안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 분쟁 종착지 ‘합의’ 아니면 ‘반전’

정 총리의 합의 촉구에도 아직까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배터리 소송 분쟁의 종착지는 양사가 합의하거나 바이든 대통령의 ITC 판결 거부권 행사로 인한 상황 반전 두 가지다.

현재로선 ITC 최종 판결로 승기 잡은 LG에너지솔루션은 협상을, SK이노베이션은 마지막 카드인 ITC 판결 거부권 행사를 기다려보는 것이 최상의 대책이다.

때문에 양사 합의는 ITC 판결 거부권 행사 기간 종료일인 내달 11일 이후 합의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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