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박스, 구본준 고문 관련 LG그룹 계열분리에 반대 주주서한 보내
상법개정안 통해 의결권 3% 제한됐지만, 표 대결 시 LG 총수일가에 유리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15일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美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가 LG그룹이 최근 추진 중인 인적분할에 반대하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보냈다. ⓒ (주)LG

"LG가 소액주주들보다 가족을 택했다."

LG그룹에 외풍이 불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이하 화이트박스)가 LG그룹이 추진 중인 계열분리에 반대하는 주주서한을 보낸 것이 외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이트박스는 엘리엇매니지먼트 출신의 사이먼 왝슬리가 이끄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주)LG의 지분 0.6~1% 정도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일단 평온한 분위기지만, 재계는 발칵 뒤집인 상황이다. 

특히, 국회가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라 더욱 충격이 거센 모습이다. 

 

◇ 화이트박스 "배당 늘리고 주가 부양해라"

15일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주주서한을 보낸 화이특박스의 요구사항은 단순명료하다. 

지주사인 (주)LG에 "배당을 늘리고 주가를 부양하라"고 한 것이다. 

특히 화이트박스는 LG그룹이 진행 중인 계열분리에도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최근 LG상사·LG하우시스 등 5개 계열사를 구본준 고문에게 넘기는 계열분리를 추진 중이다. 

화이트박스는 바로 이 부분을 강하게 지적했다. 

서한을 통해 "LG가 주주들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계획을 제안했다"면서 "이런 부분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일단 화이트박스가 '주가부양'을 목표로 삼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이 진행 중인 계열분리를 직접 반대하기에는 화이트박스가 보유한 지분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화이트박스가 (주)LG의 지분 06~1% 정도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상 자본금 1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사는 0.5%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하게 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화이트박스가 주주서한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시기도 공교롭다. 4세대인 구광모 LG그룹 회장 시대를 앞두고 3세대인 구본준 고문이 LG그룹에서 분가하는 시기를 노렸기 때문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헤지펀드는 지배구조와 관련된 논란을 제기하면서 주가를 띄운 뒤 차익실현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화이트박스도 지금까지 상황만 보면 과거 엘리엇이나 소버린과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 반박 어려운 LG그룹의 속앓이

난데없는 공격을 받게 된 LG그룹은 대외 반응을 자제하는 동시에, 화이트박스의 주주서한을 반박할 논리찾기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별다른 대응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화이트박스가 주주서한을 통해 밝힌 '가족 우선'을 반박할 마땅한 대응논리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지난 11월 26일 (주)LG의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공개된 LG그룹 보도자료에 따르면 "분할 이후 존속회사인 (주)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신설 지주사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회사을 주력으로 육성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력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회사를 따로 분리하겠다는 의미다. 

LG그룹 인적분할 계획에 대해 반대 주주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하이트박스어드바이저’ 홈페이지 ⓒ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 홈페이지 캡쳐

그러나 주주 입장에서 보면 주력회사에 집중하겠다는 (주)LG의 의도는 이해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을 따로 묶어 신설지주사로 계열분리하는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라면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성장시키면 주주에게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LG그룹은 지주사와 자회사의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인적분할을 한다고 밝혔지만, 계열분리 이후에는 계열사간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또한, 구본준 고문이 신설 지주사를 인수하게 되면 사실상 LG그룹이 아닌 새로운 그룹이 되는 만큼 기존 주주들에게는 득이 될 게 없는 상황인 셈이다. 

소액주주들이 화이트박스의 주주서한 공개를 지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상법개정안 후폭풍? 재계 우려일 뿐

금융권에선 일단 화이트박스의 주주서한이 주가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계열 분리를 막는 데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주)LG 지분 15.9%를 가진 구광모 회장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고 해도, 다른 친족들이 보유 지분이 있기 때문이다. 

즉 화이트박스가 표 대결에 나선다고 해도 선단체제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LG그룹 특성 상 의결권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게 펀드 관계자들 분석이다. 

다만 화이트박스가 우호지분을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상황이 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화이트박스 외에 특별한 세력이 등장하지 않고 있어 큰 변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재계는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자마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며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오너 일가가 많고, 보유지분도 높기 때문에 표 대결에 돌입해도 큰 변수가 없지만, 지배구조가 취약한 다른 대기업집단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서는 재계의 우려가 너무 심하다는 반발도 있다. 

이미 국내 기업 중 글로벌 기업이라 할 만한 곳은 대부분 외국계 지분이 절반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는 만큼 재계 우려감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상법개정안이 외국계펀드를 도와준 셈이라는 재계의 불만은 과거처럼 적은 자금으로 대기업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지금이라도 제대로된 지배구조 개선 및 사업역량 집중에 나서야 하는데, 여전히 정부 정책만 탓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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