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4위발(發) 기술 개발 속도전… 향후 4년 간 30% 성장 시장 놓고 치열한 물밑 선점
초격차 기술 내세운 삼성 7세대 V낸드플래시 출격 준비 중… 향후 ‘1강 2중 2약’ 재편 예고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삼성전자 수원 본사,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보이시 본사 전경(왼쪽부터) ⓒ 민주신문DB·마이크론테크놀로지 뉴스룸

메모리 반도체 낸드플래시(NAND Flash) 개발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이하 마이크론)에 이어 이달 SK하이닉스가 176단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하면서 경쟁의 닻을 올렸다.

이제 업계 관심은 낸드플래시 글로벌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출격 시점이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예고한 만큼 3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이어 두 번째로 176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면서 치열한 물밑 선점이 시작됐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향후 4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이 기대된다. 관련업계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캐시카우(Cash Cow)다.

영국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Omdia)는 올해 4318억 기가바이트(GB) 낸드플래시 시장이 오는 2024년 1조3662억GB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을 내 놓은 바 있다. 이는 연평균 33.4%씩 성장하는 셈이다.

낸드플래시는 정보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로, USB-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디지털 스틸 카메라-휴대폰-노트북PC-SSD(Solid State Drive) 등에 들어가는 정보 저장 장치다.

 

◇ 치고 나온 글로벌 4위

낸드플래시 개발 전쟁의 서막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4위 기업인 마이크론이 쏘아 올렸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업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양산을 시작했다.

낸드플래시는 기본 저장 단위인 ‘셀’을 수직으로 높이 쌓아 올리는 것이 핵심으로, 지난 달만 해도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과 양산은 마이크론이 유일했다.

이 당시 후발 주자로서 낸드플래시 선두 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최고 사양이라 평가받는 128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시판하고 있다.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앞선 기술로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5위에서 몇 단계 오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은 셈이다.

특히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을 끝내고, 양산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른바 ‘선점 효과’다.

마이크론은 공식 자료를 통해 176단 낸드플래시는 경쟁사 대비 적층 단수가 40%가량 높고, 이전 세대의 대용량 3D낸드플래시와 비교해 데이터를 읽고 쓰는 성능은 35%이상 향상됐다고 밝혔다.

여기서 적층 단수가 많다는 것은 그와 비례해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4D 낸드플래시 ⓒ SK하이닉스

◇ D램 강자 SK하이닉스 ‘반격’

SK하이닉스도 최근 176단 4D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을 완료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관련업계에서는 내년에 176단 낸드플래시를 선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 놀라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 안팎으로 4~5위에 머무르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함께 ‘2강 구도’를 형성할 만큼 강자라 불리지만, 회사 실적의 8할이 D램 시장에 몰려 단점 아닌 단점으로 꼽혀왔다.

최근 인텔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쏠림을 줄이고 실적의 포트폴리오 재구성이라는 시각이 높다.

이미 D램 분야에서는 올 10월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는 등 글로벌 D램 1위인 삼성전자를 앞지른 상황이다.

SK하이닉스 DDR5는 기존 D램(DDR)4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최대 1.8배 향상된 차세대 메모리다.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30.1%로, 1위인 삼성전자에 비해 13.4%포인트 낮지만 2위 기업으로서 만회할 기회는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 남은 것은 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 1위, 글로벌 반도체 2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참전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128단을 넘는 ‘7세대 V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D램 ‘DDR5’도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민주신문>과의 통화에서 “7세대 V낸드플래시와 DDR5는 내년에 양산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20년 3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 트렌드포스(Trendforce)

◇ 낸드플래시 시장 재편될 듯

낸드플래시 시장은 이렇듯 D램과 낸드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재편될 것이 유력하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 부문을 10조3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시장 판도가 1강 1중 4약에서 1강 2중 2약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은 1위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이 4~5위권에서 경쟁중이다.

올 3분기도 마찬가지다. 

트렌드포스(Trendforce)가 올 3분기 집계한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3.1%,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21.4%, 웨스턴디지털(WD) 14.3%, SK하이닉스 11.3%, 마이크론 10.5%, 인텔 7.9%, 기타 1.5%다.

만약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완료하게 되면 약 20%에 이르는 시장 점유율을 갖게 되고, 이는 1강 1중에서 1강 2중으로 판도가 바뀌는 셈이다.

현재로선 176단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3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일본 반도체 키옥시아와 WD에서 176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는 소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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