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진칼에 보통주 5000억 원에 교환사채 3000억 원 등 총 8000억 원 투자
교환사채 발행 통해 한진칼 경영 리스크 줄이고,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대비도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이 한진칼에 보통주 5000억 원 규모와 교환사채 3000억 원 등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 KDB산업은행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 원대 투자를 단행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보통주 5000억 원과 교환사채 3000억 원 등을 한진칼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2일에 먼저 유상증자 분인 5000억 원을 투자한데 이어 3일에는 교환사채 3000억 원을 인수했다.

투자금을 받은 한진칼은 이 자금을 모두 대한항공에 대여했으며, 대한항공은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금 3000억 원을 납입했다. 

한진칼 지분을 살펴보면 조원태 회장이 41.4%를 보유 중이며,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등 3자연합이 45.2%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산은이 이번 투자를 통해 한진칼 지분 10.7%를 보유한 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보유 지분이 36.7%를 축소됐으며, 3자연합은 40.4%, 산은이 10.7%를 보유하게 됐다. 

 

◇ 산은의 숨겨진 한수, 교환사채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이번 한진칼 투자 과정에서 ‘교환사채’라는 절묘한 전략을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교환사채를 통해 산은의 투자손실에 대한 부담도 줄이면서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비도 챙겼기 때문이다. 

한진칼이 3일 산은을 대상으로 발행한 교환사채(EB)는 3000억 원 규모다. 

대한항공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해당 교환사채는 5년물로 표면이율은 연 2.25%, 만기보장수익률은 연 4.0%다. 교환사채의 권리행사가격은 2만4317원이며, 권리행사기간은 내년 1월 3일부터 2025년 11월 3일까지다. 

독특한 점은 바로 콜옵션이다. 대한항공 보통주의 주가가 교환사채 채권 이자지급기일에 교환가격 대비 150%를 초과하는 경우, 한진칼은 강제로 산은에 해당 교환사채를 대한항공 주식으로 전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사실상 한진칼의 채권이지만, 콜옵션이 충족되면 대한항공 지분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교환사채 3000억 원은 한진칼의 주가흐름에서 자유로운 상태다. 대한항공 주가가 50% 이상 오를 경우 한진칼의 교환사채에 대한 콜옵션을 사용하면 산은 입장에서는 투자금의 상당액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이 같은 콜옵션을 넣은 것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시너지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될 경우 세계 7위 규모의 거대 항공사가 탄생하게 되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산업은행은 3일 한진칼에 대한 8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이중 3000억 원을 대한항공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교환사채로 발행했다. ⓒ 뉴시스

◇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대비한 ‘한 수’

게다가 산은은 한진그룹 투자 과정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와 함께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배권 상실에 대한 대비책도 교환사채를 통해 일정 부분 대비했다는 분석이다. 

일단 산은은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385만6002주 전량에 대한 처분권과 동반매각권리를 확보한 상태다. 한진칼의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항공사 통합이 무산될 경우 직접 산은이 한진칼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은 셈이다. 

그러나 조 회장이 3자연합 등에 경영권을 내놓게 될 경우 이 같은 견제장치는 쓸모없게 된다. 특히,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이 26.51%로 낮다는 점도 근심거리다. 

이 경우 이번에 발행한 교환사채는 훌룡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교환사채를 대한항공 보통주로 전환하고, 올해 초 수출입은행과 함께 지원했던 3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도 보통주로 전환하게 되면 대한항공에 대한 산은의 지분이 15.27%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투자금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주력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권 분쟁의 대비책도 같이 마련하게 됐다”면서 “산업은행이 투자 단계에서부터 한진칼에 대한 부담이 많았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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