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본질 ‘결’을 독창적 추상예술로… 국내외 전시 잇따라
결을 빛으로 승화한 ‘결의 빛’ 창조… 세계 예술사의 신기원

[민주신문=최병진 미술평론가] 

도판1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무제>(92×116cm mixed media(석채 등) 2018), <무제> (130×162cm mixed media(석채 등) 2018), <무제>(162×130cm mixed media(석채 등) 2019), <무제>(130×162cm mixed media(석채 등) 2018) ⓒ 박종용 화백

코로나19 팬데믹 공황이 미국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인 올 2월, 현대미술의 메카인 뉴욕에서 박종용 화백은 많은 예술인과 교류했다. 

세계적 작가들이 거쳐간 뉴욕 유명 갤러리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박 화백을 접한 예술인과 화랑 관계자들은 그의 독창적 예술인 ‘결’에 깊은 관심과 기대를 나타냈다. 

60년 화업(畵業)의 박 화백은 지난해 1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최초로 <결> 작품을 선보이며 단번에 국내외 주목을 받았다. 

당시 개막일과 전시기간에 방문한 예술계 인사들과 관람객 수는 예술의전당 개관 30년 이래 최대 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박 화백의 전시작은 국내외에 없던 독창적 작품이어서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고, 일본 화랑들은 직접 전시 요청을 해왔다. 

이후 박 화백의 몇 차례 전시는 KBS 등에서 집중 조명하며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프랑스 등 해외 미술계의 전시 요청으로 이어졌다.

 

◇ 독창적 ‘결의 예술’, 국내외 미술계서 큰 주목

국내 미술계와 세계 화랑들이 주목한 것은 결로 대표되는 박 화백의 창조적 예술이었다.

박 화백은 8살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2000년 초반에 이르는 40여년 화업 기간동안 거의 모든 매체를 다뤄왔다. 그는 평면과 입체작품, 만화(民畵)와 도자기, 간판, 동양화와 서양화, 불화(佛畫) 등 모든 장르의 예술을 망라하며 장인의 면모를 보여왔다. 

그러던 중 박 화백은 2005년 무렵부터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예술을 갈구하면서 추상작업을 통해 예술의 본질에 다가갔다. 

박 화백이 자연과 우주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하는 열정은 미술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그가 찾아낸 자연의 본질(진실)적 표현은 세상 만물이 지닌 결의 표현이었다.

결이란 사전적 의미로 나무나 돌, 살갗 등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를 말한다. 

결은 세상 만물이 태어나 오랜 시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만들어진 결과로 그 물체의 역사 자체이며, 세상 만물은 각기 자신만의 고유한 결을 지니고 있다. 

박 화백은 결이라는 조형적 언어로 자연과 우주의 본질(진실)을 표현한다. 그의 ‘결의 예술’은 차별화되고 뚜렷한 주제의식과 함께 재료의 조합과 작품 형상화에서 현대미술의 수많은 작가들과 선명하게 구별된다.

박 화백은 자연의 결에 대한 물성을 재료에도 담고자 한다. 마대에 흙을 곱게 걸러 아교와 섞어 캔버스나 마대 위에 점을 찍어 화면을 채워나간다. 

박 화백이 한 점, 한 점 열정을 다해 색점을 찍어나가며 만들어가는 결에는 삼라만상의 원리가 숨겨져 있고, 젊은 시절 단청과 불화를 그리며 익힌 경험을 녹여낸 재료의 사용은 그의 역사와 철학 모두를 담고 있다.

도판2. (왼쪽부터)<무제(결)>(259.1×193.9cm mixed media(석채 등) 2020), <무제(결의 빛)>(259.1×193.9cm mixed media(석채 등) 2020) ⓒ 박종용 화백

박 화백의 결의 예술은 10여 년을 거쳐오며 다양한 양식의 작품으로 구현됐다. 

‘도판1’에서 보듯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단색화’를 떠올릴 수 있고, 흰색과 검은색으로 상징되는 음양(陰陽) 원리를 담거나 전통적인 오방색을 중심으로 원이 겹치고 선으로 나뉘는 새로운 분할과 통합의 회화 기법을 보여준다.

그중 단색화 작품들은 한국 추상미술 초기 신사실파에서부터 197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이르는 흐름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지만 결이라는 주제와 재료에 담긴 물성 등에서 독창적이다.

박 화백의 단색화 계열 작품들은 1910년대 초 짧게 등장했지만 현대 추상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회화나 그의 영향을 받아 미국 추상회화의 신기원을 이룬 라인하르트 작품 세계와도 맞닿아 있다. 

말레비치가 ‘절대’라고 선언한 ‘자연을 초월한 순수한 감각’을 표현한 단순한 형태와 무채색의 화면은 박 화백이 말하고자 하는 자연의 본질에 대한 순수한 감각의 표현인 결과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라인하르트는 1950-1970년대 미국 문화문명의 파국적 양태에 절망해 동양의 사상, 정신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이를 남다른 방식으로 구현한 블랙페인팅은 박 화백의 추상회화에 담긴 동양적 정신성(情神性)과 시각적 측면에서 많이 닮아있다.

박 화백이 창작한 결의 예술은 10여 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도판2’는 최근 신작들로 우주의 본원(本源)을 풀어내려는 조형 의지의 발현 등으로 시시각각 유동하면서 실로 놀라울 정도로 신비와 충만감을 더해준다. 마치 무한(우주)을 향해 응집과 확산을 되풀이하는 세포분열을 연상케 하면서 생명 박동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자연의 본질과 생명의 근원을 빛의 명암과 조화시킨 작품은 결에 담긴 의미성과 상징을 심화시킨다. 

 

◇ 신작 <결의 빛>, 세계예술사에 전위적 창작 

박 화백은 최근 결을 빛의 예술로 승화시킨 <결의 빛> 창작으로 또다시 국내외 예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박 화백은 “2015년 겨울부터 결들이 조금씩 모양을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결의 향연’을 빛(생명)의 예술로 승화시켜 예술 역사에 남기고자 하는 의지가 나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다”며 <결의 빛>창조 연원을 밝힌 바 있다.

박 화백은 <결의 빛>창작을 캔버스(합판) 바탕을 아교를 혼합한 백색의 흙(고령토)으로 덧칠해 말린 다음, 종이(아트지)를 말아 붙이거나 오려붙여 여러 (상상)형상들을 만든 후, 햇빛과 불빛 속에서 시간차별로 음영을 면밀하게 관찰해 무려 여덟 가지 정도의 강약 차이를 나타내는 현상을 수없이 확인했다. 

빛의 강약 및 굴절 등에 따른 ‘결의 빛’을 찾아낸 것이다.

도판3. (왼쪽부터) 자료1. ‘결의 빛’을 창작하기 위해 아트지에 형상을 말아 오려붙인 초기상태, 자료2. 자료1의 ‘결의 빛’을 창작하기 위해 빛의 굴절 등을 표현한 도면(중간과정), 자료3. <무제(결의 빛)>(259.1×193.9cm mixed media(석채 등) 2020. (자료1의 미완성작)) ⓒ 박종용 화백

‘도판3’의 자료(1·2)에서처럼 박 화백은 빛의 강도와 굴절 등에 따른 음영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이를 스케치와 동시에 도면작성에 돌입한다.

<결의 빛> 창작을 위해 작품 당 10점 이상의 도면을 정교하게 그려(작성)내는데, 이는 결을 빛의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자료1을 작품화한 것(자료3)은 빛의 강도와 명암의 굴절 등에 따라 여덟 번 채색해야 하는 과정에서 다섯 번 덧칠해진 완성 직전(미완성)의 작품으로, 햇살이 비춰지는 부분과 그림자가 드리워진 부분 등이 정교하게 표현되는 완성작은 환상적인 결의 빛 예술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도판4. <무제(결의 빛)>(259.1×193.9cm Mixed media(석채 등) 2020) ⓒ 박종용 화백

‘도판4’의 작품은 비상을 꿈꾸는 듯한 <결의 빛> (완성)작품으로서 햇빛이 비춰지는 부분과 드리워진 그림자 부분 등을 극명하면서도 환상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색상들은 흰색에서 검은색까지 여덟 번에 걸쳐 강도와 명암을 높이고 더해가며 질감 있게 표현됨으로써 빛으로 승화된 ‘결의 향연’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이처럼 결은 우주(삼라)의 본원이자 만물의 생성 이치로서, 수많은 점들의 집합체로 이뤄진 결을 비춰내는 빛을 투영(표현)해 결의 빛이 탄생되는 것이다.

박 화백은 향후 다양한 각종 결 및 <결의 빛> 창작 등과 더불어 ‘입체(조각)결’ 창작에도 본격적으로 나서 미술역사에 유례없는 결들의 종합교향곡을 조형해나갈 예정이다. 

지고한 창조의 프로메테우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위업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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