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조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본부, 가이드라인 만드나
경영승계·M&A대안·이사회구성 등에서 큰 목소리 낼 듯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16일 보건복지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투자기업 이사회 구성, 운영 등에 관한 기준(이사회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뉴시스

"올 것이 왔다"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재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30조 원(2020년 2분기 말 기준)에 달하는 엄청난 자금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최근 투자기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투자기업에 경영승계 방법과 인수합병에 대한 대안, 그리고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원칙 등을 가이드라인에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들에 '경영 참여'를 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한 국내 상장사만 해도 300곳에 넘기 때문이다. 

 

◇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대원칙 만든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투자 기업의 이사회 구성, 운영 등에 관한 기준(이사회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9일 열렸던 세계경제연구원 컨퍼런스에서 국민연금의 투자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국내 주식시장 투자 현황. 2020년 2분기 말 기준 ⓒ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

국민연금의 가이드라인은 2018년 7월 도입됐던 주주활동의 대원칙인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의원칙)'의 일환이다. 이후 지난해 국민연금이 통과시킨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가이드라인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투자기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난해에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선행지침 마련 등으로 인해 1년 이상 늦춰졌다.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국민연금의 가이드라인은 10개의 핵심 원칙과 20개의 세부원칙으로 구성됐다. 

이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의 마련과 공개 △적대적 인수 및 합병(M&A) 등에 대한 대안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를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안 등이다. 

이는 재계가 말하는 '경영권 침해'에 해당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 재계, 국민연금의 경영권 참여로 해석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논의 중인 가이드라인에 대해 사실상의 '경영권 침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경영승계 부문과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안건에 대해서는 상당한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아직 가이드라인이 완성되지 않았으며, 공개도 된 바 없다"며 논란을 외면하는 모습이다. 또한 가이드라인은 '권장사항'일 뿐, 필수조건이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경우 사실상 투자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영승계부터 이사회 구성에 이르기까지 최고경영진들이 결정해야 할 사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개입할 수 있다는 의도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상위 10위 기업들(2019년 말 기준)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게다가 국민연금의 가이드라인을 따를 경우 오히려 투기자본의 역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경영승계 방식과 적대적 M&A에 대한 대응계획 등을 국민연금에 제공할 경우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방어전략이 공개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의 우려에도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대로 올해 안에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특히 올해 안에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다음달 개최된다. 

재계의 긴장감이 국민연금에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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