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 전격 발표… 택배노조 일단 ‘긍정적’
시간선택제도 등 몇 가지 제외하고 해야할 안건들 뿐… 관건은 이행 여부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시 중구 태평로빌딩 8층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은 올해 들어 과로사로 추정되는 6명의 택배근로자가 사망한 뒤에야 고개를 숙였다.

삼성 출신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이 공식 사과와 함께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을 전격 발표하고, 이를 실행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박근희 대표는 지난 22일 오후 서울시 중구 태평로빌딩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최근 잇따른 택배근로자의 사망에 공식 사과했다.

박 대표는 “최근 택배 업무로 고생하다 유명을 달리한 택배기사들의 명복을 빈다”며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오늘 발표하는 모든 대책은 대표이사인 제가 책임지고 확실히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 대표는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및 택배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혁신 및 관련 기술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며 재차 고개 숙여 사과했다.

CJ대한통운이 지난 22일 기자회견장에서 배포한 입장 자료 ⓒ CJ대한통운

◇ 4가지 종합대책 뜯어보니

CJ대한통운이 이날 발표한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은 작업시간 단축, 선제적 산업재해 예방, 작업강도 완화 구조개선, 상생협력기금 조성 등 총 4가지다.

우선 작업시간 단축은 택배 현장에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을 줄이는 방안이다.

CJ대한통운은 이를 위해 매년 500억 원의 추가 비용을 들인다는 방침이다.

‘시간선택 근무제도’도 작업시간 단축 일환의 대책으로 내놨다. 이 제도는 지역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오전 7시부터 12시 사이 업무개시 시간 조정을 하는 것이다.

초과물량 공유제는 검토 단계다. 초과물량이 있는 경우, 택배기사 3~4명을 팀으로 묶어 물량을 부담케 함으로써 과로사 위험을 줄인다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산업재해 예방은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산재보험을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CJ대한통운은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를 조사하고 신규 집배점은 계약 시, 기존 집배점은 재계약 시 산재보험 100% 가입을 권고할 방침이다.

건강검진 주기 2년→1년, 뇌심혈관계 검사 항목 추가, 건강관리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 등도 산업재해 예방의 일환이다.

작업강도 완화 구조개선 방안도 내놨다. 

핵심은 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에 이어 오는 2022년까지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를 추가 구축해 현장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것.

이는 2017년 이전까지 상품인수작업이 인력에 의존하는 수작업 방식에서 자동으로 변경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거 하차가 끝날 때까지 컨베이어 벨트 위로 빠르게 지나가는 택배상자의 운송장을 택배근로자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주소로 구분해 골라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 내겠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100억 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마련해 긴급생계 지원, 업무 만족도 제고 등 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기존에 시행 중인 택배기사 자녀 학자금 및 경조금 지원과는 별개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지난해 택배기사와 간선사, 도급사, 집배점과 회사 등 택배산업 5주체를 구성원으로 하는 택배상생위원회를 구성해 각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일단 CJ대한통운의 책임지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시 중구 태평로빌딩 8층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사과 후 마련된 자리에 돌아와 눈을 감고 있다. ⓒ 민주신문 허홍국 기자

◇ 관건은 ‘종합대책 실현 여부’

관건은 공식 사과와 함께 발표한 종합대책의 실현 여부다. 

CJ대한통운이 내놓은 대책은 시간선택제도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 앞으로 해야 하는 안건들이다.

박 대표는 책임지고 발표한 대책을 이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물러나면 그만이다.

여기에 CJ대한통운 강북지사 송천대리점 소속 택배근로자인 고(故) 김원종씨의 지난 8일 사망 이후, 잇따라 택배근로자 사망이 발생하자 회사 측이 종합대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남는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운명을 맞이한 김씨 유족에게 CJ대한통운이 보상금으로 500만 원을 내밀었던 때와 택배 과로사가 수면 위로 부각되자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 점이 더욱 그렇다.

다만 정태영 택배부문장을 비롯한 CJ대한통운 경영진이 건강한 작업환경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추이를 지켜 볼 필요는 있다.

한편, 올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근로자 사망자 13명 중 CJ대한통운 소속 근로자는 총 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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