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국민차 되려면 차 값만큼이나 고객 돌봐야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수입차만 타면 “잘 사는 집안”이라고 하던 때는 지났다.

요즘은 국산차보다 싼 수입차를 찾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

수입차 점유율도 지난 2015년 이후 줄곧 15%를 넘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독일차 3사의 질주는 이제 ‘빼박’ 수준이다.

지난달 수입차 점유율만 살펴봐도 벤츠코리아와 BMW는 각각 27.28%, 24.15%를 기록했다.

게다가 아우디의 11.58%까지 더하면 독일차 3사의 점유율은 이미 수입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계열사 미니(MINI)와 폭스바겐까지 1위에서 5위까지 모두 싹쓸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15일 2020년 성과를 되짚어보고, 폭스바겐 콤팩트 세단 모델인 제타를 국내에 출시했다.

요즘 폭스바겐은 상품성을 강조했던 이전과는 달리 저가 공략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모양새다.

이는 수입차 대중화를 일구겠다는 목표다. 

실제 티구안도 좋은 가격대로 나왔고, 최근에는 최대 17%의 놀라운 차 값 할인 공세도 진행 중이다. 물론 그 이면엔 금융 장사가 들어 있다.

이번에 폭스바겐코리아가 내놓은 제타도 230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상품성이 대폭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모델별 최대 700만 원이 이전 세대 대비 싸졌다. 보증 기한도 5년/15만km로 늘었다.

언론에서는 아반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제목이 줄줄이 달렸다. 말 그대로 덤핑이다. 

싼 차가 나오면 으레 아반떼를 언급하는 이유는 우리들 국민차가 바로 아반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아반떼는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다. 감히 아무 데나 갖다 붙일 이름이 아니다.

이런 점을 놓고 본다면 제타 가격이 싼 것이 아니라 아반떼 가격이 오른 거다. 반대로 예전 수입차 마진이 컸다는 뜻도 된다.

수입차 점유율은 한때 주춤할 때가 있었다. ‘디젤 게이트’ 이후다. 

하지만 소비자들 인식에서 이제 디젤 게이트는 사라졌고, 언론도 크게 다룰 일이 없어졌다.

가솔린, 전기차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폭스바겐코리아의 태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불매 운동으로 퇴출 당한 일본차 브랜드에게는 미안한 감이 들지만, ‘사과’에 약한 국민성에 비춰보면 이상하게 받아들일 일도 아니다.

그러나 또다시 무섭게 성장하는 수입차를 보면, 그 이면에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진행 중인 고질적인 서비스 불량 문제다.

여전히 서비스 인프라는 인기에 힘입어 치솟는 판매량을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이미 수입차 브랜드의 서비스 인프라가 판매량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 결과는 나와 있는 상태다.

벤츠코리아는 70곳, BMW는 62곳,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각기 39곳, 35곳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독일차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박리다매로 판매하는 이번 제타의 경우 결과적으로 적은 마진 탓에 A/S도 뒷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올해 폭스바겐의 신규 서비스센터 오픈은 용산 한 곳에 불과하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내년 일곱 개 모델 라인업을 확대하며 더욱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남의 나라에서 국민차가 되려면, 싼 차 값만큼이나 고객을 돌보는 노력도 아낌없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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