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대비 퍼포먼스 기대 이상, 편의·안전에 대해선 ‘재고’ 필요할 듯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 정측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23일 ‘배터리 데이’를 진행하기 전 많은 사람이 테슬라에 큰 기대를 안고 있었다. 

혁신성보다는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만연했다.

그는 확실히 사람을 설득하는 재주가 있는 CEO다. 

배터리 데이 다음 날 비록 주가는 –10.34%를 기록했지만, 단기 투자에 눈먼 ‘동학개미’들의 이탈이 조금 있었을 뿐 반등의 여지는 충분히 전달했다.

배터리 데이에서 그가 제시한 핵심 사안은 ‘가격’이었다. 효율적인 배터리를 개발해 가격을 낮추고 차값을 내리겠다는 것. 

이 점을 놓고 본다면 오히려 주가 하락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차 개발에 손 놓고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혁신적 가격이란 결국 나와 봐야 아는 문제다.

 

◇ 가격 대비 퍼포먼스 기대 이상

시승차는 모델 3의 세 가지 트림 중 가장 상위에 있는 7369만 원짜리 ‘퍼포먼스’ 모델이다. 

기본형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 모델은 5369만 원인데, 후자를 기준으로 본다면 국고보조금 793만 원에 서울시 지원금 450만 원을 더해 총 4126만 원에 기본형 모델을 구매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는 가격이다.

기본 모델과 상위 모델 차이는 듀얼 모터냐 아니냐가 가장 크고, 브램보 디스크가 달렸냐의 여부, 카본 리어 스포일러가 달렸냐의 차이다. 내부 트림이나 컨트롤 시스템은 모두 대동소이하다.

다만, 듀얼 모터 차이는 퍼포먼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제로백을 보면 기본 모델은 5.6초, 퍼포먼스 모델은 3.4초에 달한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한 후 달리는 느낌은 상상 그 이상이다. 어설프게 봤던 전기차에서 마치 스포츠카에 탄 듯한 강력한 퍼포먼스를 느낄 수 있다. 해당 레벨에서는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다.

코너, 차선 이동 등에서 핸들링이 직관적이진 않지만 적응하면 괜찮을 듯하고 직진 안정성도 어느 정도는 보장돼 있다. 꽤나 고속에 올라도 스티어링에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비싼 값의 브램도 디스크를 달았음에도 브레이킹 실력이 뛰어나진 않다. 하지만 시속 110km 언저리에서 시도해보는 가속 정도는 가뿐히 받아낼 수 있다.

브레이킹 실력이 조금 더 갖춰진다면 아우디 RS4 정도와도 겨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와 비교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배터리 무게 탓도 있는 거 같다.

무게감을 제외하고는 기본형 모델의 5.6초 제로백도 만만한 수치는 아니다. 토크의 느낌이 어느 정도 상상이 가며, 다른 차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겠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 측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테슬라 러버들을 위한 모델3 사용법

테슬라가 매력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심플한 디자인, 긴 주행거리, 공짜로 제공되는 슈퍼차저, 가끔 재미볼 수 있는 강력한 퍼포먼스, 나쁘지 않은 실용성 등.

하지만 테슬라의 가장 큰 매력은 비교를 거부하는 독창성에 있다고 본다. 

내연기관 엔진을 비우고 마련한 전방 트렁크, 모든 물리적 버튼을 없애고 15인치 대형 타블렛을 대시보드에 박아넣은 과감함, 지갑에 넣어둘 수 있는 카드키 등이 좋은 예다.

앞쪽 트렁크에는 25리터 캐리어나 보스턴 가방 한 개와 백팩 한 개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트렁크를 여닫을 때는 차 내 디지털 스크린에 있는 ‘퀵컨트롤’ 메뉴를 거쳐야 한다.

디지털 컨트롤 방식의 고질적 문제는 사용을 위해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입력 방식이 ‘터치’라는 한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온도를 조절할 때면 온도 조절 화면을 띄워야 하고, 음악을 듣고 싶으면 음악 화면을 띄워야 한다. 

이러한 디지털화는 사용자 편의성을 지향하는 것이 맞지만 기대 수준에 이르지 못해 아쉽다.   

실제 운전 중 타블렛을 사용하다 보면 안전에도 위협이 되며, 대체할 수 있는 음성인식도 생각만큼 쉽게 걸려들지 않았다. 

다만, 요즘 르노나 푸조와 같은 프랑스 차들처럼 세로형 거대 터치스크린을 넣고도 장식에 불과한 물리적 버튼을 두지 않았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이런 측면에서 근래 현대차나 기아차, 제네시스 등의 인테리어 구성은 매우 훌륭한 편이다. 

데슬라 모델 3의 카드키 작동은 생각만큼이나 매끄럽지는 않다. B-필러에 갖다 대면 도어가 열리고, 전원을 켜기 위해서는 센터 레일에 카드를 잠시나마 올려놔야 한다. 

하지만 이런 별도의 키 사용은 요즘 대세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랜드로버 브랜드에서도 손목 밴드형 ‘액티비티 키’를 제공하며, BMW나 현대차 등에서는 모바일을 통해 원격 제어할 수 있는 기술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 인테리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갬성 지향 ‘인간’ vs 비교 지양 ‘인공지능’

일론 머스크는 ‘자율주행 개발’의 초읽기에 돌입했다. 

당장 오는 20일부터는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 FSD)’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출시될 FSD가 어떤 구성을 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모델들에서도 이미 반자율 주행이 꽤나 높은 수준에 있다고들 평가했다. 

기존 고객들도 차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 하면 완전 자율주행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900만 원이 넘는 업그레이드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시승차에서 사용해본, 그들이 말하는 완전 자율주행의 작동 방법도 심플하고 흥미롭다.

우선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기본적으로 차선 이탈 경고와 같은 소극적인 수동 제어 기능 등이 작동한다.

벤츠처럼 스티어링 오른쪽에 달린 변속 레버를 ‘D’ 상태에서 한 번 더 내리면 차선 중앙 유지 기능과 앞차와의 간격, 그리고 주행 속도를 유지해준다.

일반적으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비슷한 개념인데, 테슬라는 이를 ‘오토스티어 트래픽-어웨이 크루즈 컨트롤’이라고 부른다.

다시 변속 레버를 두 번 재빠르게 내리면 논란이 많았던 ‘완전 자율주행’, 이에 가까운 ‘오토 랜 체인지&내비게이션 온 오토파일럿’ 기능이 활성화 된다.

이론상으로는 저속 주행 차나 트럭 뒤에서 주행하지 않도록 차선 변경을 제안하고 조정한다. 내비게이션 온 오토파일럿의 경우 목적지를 기반으로 차선 변경, 램프 진출 등을 알아서 해준다.

하지만 어떤 기능이든지 간에 맛보기식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평소에 마음 놓고 사용하기엔 불안감이 크다. 

차선을 잃어버리면 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서둘러 앞차를 따라갈 때면 가속도 멈춤도 불쾌한 울컥거림을 동반한다.

자율주행 기술로 가장 진보했다는 내비게이션 온 오토파일럿의 경우도 조금만 복잡한 도로를 만나면 잘못된 방향을 알려준다. 시승 동안에도 놀란 가슴 쓸어내릴 때가 몇 번 있었다.

사실 이럴 바에는 타 브랜드 운전자 보조 시스템 방식으로 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이런 식의 ‘지 알아서 주행’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사용하다 보면 형식적인, 그저 때려 넣기식 기능으로밖에 볼 수 없다.

앞서 테슬라 모델 S를 시승했을 때도 언급했지만, 베타 버전 자율주행 기능은 지금 당장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최근 테슬라는 완전 자율주행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선별해 서비스를 받는다는 일부 유저들은 ‘어지간한 참을성’이 기본 조건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꺼둘 수는 있다는 것.

독창적인 방법으로 앞서가겠다는 테슬라 의도는 알겠지만, 탑승자 안전과 편의성 만큼은 이미 검증된 타 브랜드처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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