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이고 깜찍한 외모, 여성 운전자에게 큰 인기 예상
주행 느낌은 전기차 특성보다는 조용한 디젤차와 비슷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3세대 부분변경 '르노 조에' 주행장면 정측면 ⓒ 르노삼성자동차

전동화를 예고하듯, 올 하반기 수입 전기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내놓고 수소차 개발에도 여념이 없다. 그 사이 테슬라가 선전했고, 이에 자극 받았는지 수입차 브랜드들이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종에 가까운 하반기 출시 전기차 중엔 유럽 전기차 누적 판매 1위를 달성한 ‘르노 조에(ZOE)’가 있다. 르노 조에는 이달 본격적으로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유럽에서 판매량 1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지극히 유럽스럽다는 뜻도 된다. 유럽에서는 작은 차가 더 유행이다. 해치백도, 왜건형도 유럽에서는 인기가 더 높다.

반면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자동차 키워드는 ‘큰 차’, ‘세단’, ‘SUV’ 등이다. 다양성이 사라지고 경차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다.

실용성에는 개념의 차이가 있다.

짐을 많이 싣는다는 것만이 있을까? 사실은 사용 편의성에 그 의미가 담겨 있다.

조에는 이런 실용성을 제대로 공략했다.

가격 경쟁력, 깜찍한 외모, 친환경적 드라이빙 감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했다. SUV 트렌드를 따른다는 것은 둘째 문제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직접적인 라이벌은 쉐보레 볼트 EV가 가장 대표적이다. 최근 푸조에서 e-208 모델을 선보이며 트라이앵글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

물론 고객 확보는 다른 세그먼트에서 가져오는 부분이 더 클 것이다. 소형 SUV 차들이 긴장감을 놓지 말아야 한다. 특히, 여성 고객층이 두꺼웠던 QM3 고객들은 다음 차로 조에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다.

3세대 부분변경 '르노 조에' 주행장면 후측면 ⓒ 르노삼성자동차

◇ 여성 고객에 인기 많을 듯

조에를 보면, 굳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여성 고객이 많을 것 같은 디자인이 눈에 띈다.

깜찍한 외모뿐 아니라 실내 구성도 정갈하게 잘 꾸며져 있다. 집에서 사용하는 태블릿처럼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센터페시아에 자리잡아 보기에도, 사용하기에도 손쉽고 좋다.

T맵을 활용한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쉐보레 볼트 EV를 시승했을 때엔 다소 불편했던 점이다. 물론,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도 연동이 된다.

간소화된 스티어링휠 뒤편에 있는 10.25인치 TFT 클러스터도 복잡하지 않은 구성에 여성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노력이 엿보인다.

조금 더 다양한 기능을 원하는 운전자는 르노에서 제공하는 ‘마이르노’ 앱을 통해 전기차 관련 다양한 차량 제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내부 공간은 경쟁 모델인 쉐보레 볼트 EV에 비해 좁다. 타깃층이 분명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뒷좌석 두 개와 더불어 조수석까지 ISOFIX 카 시트 설치가 가능해 활용성은 높아 보인다.

아이 한 두명을 태우고 가까운 곳을 돌아다니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겠다는 생각이다.

3세대 부분변경 '르노 조에' 인텐스 에코 트림 실내 컷 ⓒ 르노삼성자동차

◇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

르노 조에는 100kW급 모터와 54.5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도 적용했다. 해당 세그먼트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소재들이 내부 트림으로 사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판매 가격이 3995만 원부터 4395만 원에 책정됐다. 환경부 국고보조금과 지자체별 추가 보조금을 적용할 때 서울시 2809만 원부터 2759만 원까지다.

르노삼성 측 설명에 따르면 푸조 e-208보다 최대 300만 원, 쉐보레 볼트 EV보다 최대 500만 원까지 낮은 가격이다.

비슷한 가격에 상품성이 높고 낮음은 어떤 구성으로 차를 완성할까에 따른 결과다. 뺄 것은 빼고, 넣을 것은 적재적소에 넣는 게 관건이다.

르노 조에는 전기차 특성에 맞는 기본 조건을 갖췄다는 느낌이다. 시트 열선, 차선 유지기능, 크루즈 컨트롤 등이 들어갔다. 사용횟수가 적은 주행모드 등은 뺐다.

상품성을 따졌을 때 가장 상위 트림인 인텐스에 적용된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신의 한 수’였다.

3세대 부분변경 '르노 조에' 주행장면 정면 ⓒ 르노삼성자동차

◇ 조용한 디젤차 같은 주행 감각

토크가 부족한 가솔린 차량처럼 초기 가속에 답답함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림도 없는 출발이 마치 조용한 디젤차와 비슷하다.

서둘러 가속 페달을 밟을 필요도 없고 의도한 대로 출발하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서서히 차오르는 토크는 누구나 마음에 들 정도로 훌륭한 세팅이다.

‘R’, ‘N’, ‘D’, ‘B’로 구성된 변속기는 르노 캡쳐 모델에서 선보였던 것과 비슷하다.

따로 P 주차 모드가 없으며 안쪽으로 당기면 주행, 바깥쪽으로 밀면 후진이다. 그 중간에 중립 기어가 있는데, 당기는 강도를 한 단계 낮추면 진입할 수 있다.

캡쳐에서 볼 수 없었던 B는 전기차 특유의 원페달 방식에 사용되는 주행 모드다. 다들 알다시피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제동이 걸리며 에너지를 회수한다.

이번 시승은 서울 동대문디자인역사박물관에서 출발해 북악 스카이웨이를 다녀오는 짧은 시승코스로 진행됐다.

정체 구간에서 운전의 편리함을 맛보고 와인딩으로 차량 성능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배터리 배치 구조에 따른 차량 안정성과 만족스러운 핸들링도 확인했다.

다만, 차급에 비해 훌륭한 느낌일 뿐 쏠림현상 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차는 자세를 잡아주지만, 운전자는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랄까?

그래도 버킷시트를 끼워 넣을 만큼 역동성을 강조한 차는 아니기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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