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잡을 곳 없이 훌륭한 주행느낌, 웬만한 SUV보다 나은 승차감, 실용성 보다는 퍼포먼스에 초점 맞춰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자식 다 키우고 아내와 오붓하게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다면,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골에서 살겠다면 쉐보레 콜로라도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나름 꿈에 그리던 한옥다운 집을 짓고 집 앞에 작은 벤치라도 만들라치면 무거운 짐을 싣기에도 좋은 차, 한날 도시에 살고 있던 손자, 손녀가 찾아온다면 역까지 넷이 타도 공간 걱정 없는 차, 우리 밭에서 일손 도왔던 이웃 품앗이를 위해 험한 길 갈 수 있는 차, 콜로라도는 특정 지역에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장점이 있는 차다.

미국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고 있는 픽업트럭은 목적성이 뚜렷하다. 기교를 부리다간 판매량이 줄게 된다. 꼭 쓸 것만 넣고 꼭 필요한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 그게 픽업트럭 개발의 목표다. 5.4m에 달하는 웅장한 차체의 크기는 다방 면에서 장점으로 다가온다. ‘큰 차에 탔다’라는 느낌만으로도 어깨 펴 보기에 충분하다. 높은 시트 위치 덕분에 전방 시야가 확보된다. 그 때문에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운전 방식에 대한 편안함도 있지만, 시트 자체도 어울리지 않게 제법 안락하다. 더불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이 적용된 최신형이다.

도심에서도 주행 감각은 기대 이상이다. 트럭에 탔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굴러가고 쏠림 현상 없이 잘 회전해 나간다. 정지 능력도 만족스럽다. 꿀렁거림도 없이 자세를 잘 잡아주니 트럭과 비교하기는 힘들다. 웬만한 SUV보다 승차감이 낫다는 생각이다. 가속감도 훌륭하다. 가속 페달에 발을 놓고 떼기가 이렇게 쉬운 트럭이라니 .... 오프로드 성능도 뛰어나다. 3.6리터 자연흡기 엔진의 강력한 출력이 뒷받침해준다. 제원상으로 봐도 견인 능력이 인상적이다. 3톤이 넘는 무게를 끌 수 있으며, 여기에 필요한 도구들도 과감하게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역시 차체가 너무 크다. 연비나 주차 시에는 불리할 수 있다. 양쪽에 차량이 있는 채로 중간에 들어간다면 꽉 끼는 상황이 발생한다. 액세서리 옵션으로 달아야 하는 사이드스텝이 없다면 승하차도 불편하다. 차내에 적용된 소재는 미국차, 아니 쉐보레답다고 해야 할 수준, 딱 그 정도다. 하지만 픽업트럭이라는 주체성이 있어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원생활에서는 매우 훌륭할 수 있지만 도심에서는 역시 불편함을 다소 감소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모든 곳에서 픽업트럭이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LA나 뉴욕, 시카고 등 미국을 대표하는 대도시에서는 픽업트럭 보기가 힘들다. 차체의 크기, 그리고 환경 문제가 걸려 있을뿐더러 불편한 주차 공간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콜로라도는 중소형에 속하는 크기다. 다만, 복잡한 대도시가 아니라면, 픽업트럭은 선망의 대상이다. 중소형 세단을 타고 다니는 미국인은 왠지 없어 보일 정도다.

미국에서 픽업트럭은 부자들이 타는 차다. 농업에 종사한다고 없이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드넓은 대지와 광활한 땅을 누비며 다녀야 하고 필요한 장비들은 적재적소에 사용하기 위해 항상 싣고 다녀야 한다. 그 때문에 픽업트럭 같은 타입의 차량이 필요한 것이다. 콜로라도의 승차감이 좋은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승차감을 고려한 앞쪽 서스펜션, 그리고 적재 용도에 맞춘 뒤 판스프링을 적용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반대다. 트럭이라는 개념이 실용성을 떠나 직업의 귀천을 나타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나마 쌍용차가 픽업트럭을 내놓고 수입 픽업트럭이 들어오면서 시장이 조금 활기를 띠고 있는 모습이지만 굳어 있던 인식이 쉽게 바뀌기는 힘들다. 특히, 가격에서 그럴 수 있다. 쉐보레는 국내 시장에 콜로라도를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나왔지만, 트럭 용도로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망설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목적성을 둔다는 말이 나왔기에, 합리적인 비교가 필요하다. 콜로라도의 가격은 엔트리 레벨 가격 3,855만원부터 시작해 4,350만원의 트림 모델로 구성돼 있다. 반면,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 칸 모델의 경우는 2,795만원부터 시작해 3,690만원의 가격이다. 거의 1천만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난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을 사고 집 앞 장보기용 경차를 한 대 더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소 무리한 비교이긴 하지만, 현대 포터2 트럭(더블캡 모델)과도 비교해볼 수 있다(뚜렷한 목적을 갖고 구입을 하려는 구매자들에게는 필요한 비교일 수 있다). 포터2 더블캡 모델의 가격은 1,802만원에서 2,236만원이다. 콜라도와는 무려 2천만원의 가격 차이가 난다. 트럭이라는 특징으로 자동차세 감면, 교육세, 지방세 면제 등의 세금 혜택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부분은 트럭이라면 모두 동일한 혜택을 받고 있다. 게다가 트럭은 전용차선 주행 등 불편한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 소비자가 쉐보레 콜로라도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문화에 대한 ‘로망’이거나, 큰 차를 탔다는 ‘자부심’, 그리고 뛰어난 ‘성능’에 매료되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일 것이다. 실용성은 사실 자투리에 불과한 것이라 본다. 이번 시승기에서 트럭 베드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고, 개인적으로 픽업트럭을 무척 좋아하지만, 대한민국의 땅덩어리 안에서 콜로라도는 다소 과한 느낌이다. 한국 시장에서 픽업트럭은 고유의 적합한 문화가 필요해보인다. 다만, 다양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픽업 시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콜로라도의 진출이 반갑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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